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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치가 대통령 되면 달라질까

[기고] 미얀마 이주민 친구에게...한국의 교훈, 정권교체 아닌 변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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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얀마 이주민 친구 따비에야!
한국 진보운동이 신자유주의 세력과 통합하고, 총선에서 보수 정당과 후보 단일화를 합의하는 것을 보면서 문득 네 얼굴이 떠오른다.

너는 미얀마에서 어린 고등학생 신분으로 대학생 형들을 따라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가 수배되어 한국으로 탈출해왔지. 아마 잡혔었더라면 2~30년의 징역형을 받고 감옥에 있었을 거라는 말을 듣고 우리의 운동은 ‘아무것도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단다.

한국으로 온 너는 5년이 넘는 재판과정을 통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고, 지금은 태국 난민보호소인 ‘메솟’에 있는 고국의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 사업에 매진하고 있지. 식민지 시대의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너도 민주화된 미얀마의 미래를 위해서는 ‘어린이들에 대한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었지.

‘하루 빨리 아웅산 수치가 집권해서 고향을 가보고 싶다’는 너의 꿈을 듣고 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생각했단다. 기억 나니? 그 때 우리는 가벼운 논쟁을 했단다. 난 너에게 아웅산 수치가 대통령 된다고 해서 민주화 되는 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단다. 니가 살고 있는 한국이 그걸 증명해 주고 있었으니까.

1987년 6월 항쟁의 성과는 김대중에 대한 비판적 지지로 모아졌고. 학생운동, 청년운동, 사회운동의 핵심과 다수 세력들이 그리로 방향을 틀었다. 그 이후 우여곡절 끝에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등장했으나 기존 정권과 다르지 않은 신자유주의 정책기조를 선택했단다.

그들은 한국을 세계 자본체제에 더 깊숙이 종속시켰고, 정리해고제 도입, 비정규직 양산으로 기업의 경쟁력은 강화시켰으나 노동자와 민중에게는 양극화의 고통을 안겨주었단다.

그래서 얘기하고 싶었단다. 미얀마의 민주화운동도 아웅산 수치에 대한 지지를 넘어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한 변혁운동의 내용과 주체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한국을 답습하게 된다고. 너희는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고.

너는 나의 이런 얘기에 대해 흔쾌히 동의하지 않았단다. 나는 낯설지 않은 너의 마음 속 얘기를 들었다. ‘아웅산 수치가 대통령이 되는 것만 해도 얼마나 힘든데...’, ‘미얀마 민중들의 꿈인데...’ ’미얀마 민주화운동 세력들이 분열하면 안 되는데...’

그런데 따비에야! 작년 중동 민주화운동의 발화지였던 튀니지 혁명을 감격스럽게 바라보면서도 그 생각을 했단다. 24년 장기집권 독재자를 몰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에서처럼 그냥 사람만 바꿔서는 안 된다는 것을, TV 속 튀니지 시위대에게 한국의 경험을 얘기해 주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힘들었단다.

따비에야! 지금 세계의 부는 1%에 집중되는 반면 빈곤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무정부적 생산과 무한 이윤추구는 환경을 파괴시키고, 저들이 자랑했던 시장경제의 자생성은 이미 무너져버려 국가가 나서서 해결하지 않으면 망하는 구조가 되었단다.

상징적으로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미국정부는 AIG 보험회사를 살리기 위해 8조원 이상을 퍼부어야 했고 그 결과 국가재정 위기의 만연화로 귀결되어 있다. 유럽은 국가부도가 난 그리스를 살리기 위해서 엄청난 돈을 퍼붓고 있지만 그것은 결국 유럽 전체의 재정위기로 쌓여 갈 것이다.

자본주의, 특히 신자유주의 모순이 극명하게 드러난 이 시점에서 자본주의를 넘어선 대안 체제를 만들기 위한 전 세계 운동이 본격화 되고 있다. 그런 세계적인 운동의 흐름에 너와 나도 같이 하고 있는 것이란다.

우리 앞에 던져진 화두가 ‘한국과 미얀마에서 자본주의 모순을 극복한 새로운 체제를 어떻게 만 들 것인가?’라는 것이라면 너무 거창한가?

그런데 따비에야! 한국에서는 역사가 반복되고 있단다. ‘힘들어서 못 살겠다’는 민중들의 변화 열망이 또다시 ‘반 이명박 전선’, ‘1:1 구도로 이기는 선거’, ‘최선이 아닌 차선’으로 포장되어 신자유주의와 영합되고 있다. 진정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보이지 않고, 변혁운동을 향한 전진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 한국의 변혁운동은 반복된 역사의 오류를 바로잡고, 새로운 정치투쟁, 새로운 정치세력화의 길을 찾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우리 총선 전에 꼭 막걸리 한잔하면서 주어진 화두를 풀어보자꾸나. (출처=변혁산별)
덧붙이는 말

주간 <변혁산별>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