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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영상활동가, 나의 존재가치는?

[기고]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정책간담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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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영상활동가 고 김천석, 고 이상현(숲속홍길동) 님의 죽음 이후 현장 영상 활동을 지원하고, 연대하기 위한 노력들이 시작되고 있다.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은 투쟁사업장 주체들과 독립 영화계, 문화계, 미디어 운동 진영, 시민사회 등이 현장 영상의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고, 제작과 상영, 배급을 지원하기 위해 결성을 준비하고 있는 단체다. 오는 3월 10일, 경향신문사 5층 대회의실에서 발족식과 토론회, 90년대 이후 투쟁 영상 상영회 등이 열린다. 아래 글은 2월 16일 열린 정책 간담회에 참석한 영상 활동가의 글이다.


  생전의 고 이상현 님의 모습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이하 ‘현카’) 준비위원회가 꾸려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위의 아는 분들이 참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다른 일들에 밀려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였었다. 또 한편으로는 이 준비위원회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마음으로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몰랐기 때문에 별로 신뢰가 없었던 점도 있었던 것 같다. 이야기로만 끝내다가 흐지부지 되는 그런 곳이 아닐까? 정책간담회에서 직접 이야기를 들어본 소감은 ‘현카’가 참 고마운 존재라는 것이었다.

현장 영상활동가의 존재가치를 알리다

나는 현장 영상활동가로서의 나의 존재가치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답은 “없다”이다. 힘들다고 어렵다고 소외받는 것 같다고 하소연만 했었지, 나의 정체성과 나의 존재의미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고민해 해 본 적이 없었다. 다른 현장에서 만나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우리의 정체성과 우리의 존재의미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지 못하였었다.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들, 그들은 누가 지키나요?” 라는 물음에서 마음이 울컥했던 것은 그동안 별로 생각없이 지나쳤던 나의 현장에서의 모습이, 생활이, 감정의 상처들이 그 문장을 통해 인정받고 위로받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현장 영상활동가들은 투쟁상황을 담고, 투쟁하는 사람들을 담고, 영상을 통해 투쟁에 도움을 주는 제3자적 입장이지 주체가 되어 본 적이 없다. 현카는 이런 현장 영상활동가들을 주체로 내세우고 연대하려는 사고의 전환이고, 더욱이 현장의 투쟁주체들이 그 의미를 먼저 생각하고 제안했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 그래서 더 고맙다. 살아감에 있어 당신을 인정합니다. 당신의 활동에 우리가 힘이 되겠습니다 라는 격려가 얼마나 절실하고 큰 울림인지 받아본 사람들은 알 것 같다. 현카는 현장 영상활동가들에게 그 첫 격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책 간담회는 그런 이야기들이 모아져나갔던 소중한 자리였다. 혹시 허공에 맴돌기만 하는 이야기들로 끝나는 요식행위가 아닐까 우려하면서 참석했던 정책 간담회는 그런 생각들을 말끔히 씻어주고 오히려 빨리 끝나버려 아쉬움이 드는 자리였다. 현장 영상활동가, 투쟁 주체들, 영화제, 미디어센터, 다큐멘터리 감독, 기륭공대위 등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이 모였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기륭투쟁에 늘 함께하셨던 고 김천석님의 죽음으로 현장 영상활동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기륭 조합원님들의 진심어린 이야기들은 나에게도 많은 위로와 격려가 되었다.

정책간담회는 서로의 입장에서 그동안 느껴왔던 솔직한 심정들과 현카에 대한 궁금점들, 진심어린 고민과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한 논의로 꽉꽉 채워졌다.

현카에서 가장 중시되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현카에서 이야기하는 ‘현장’은 어디까지를 내포하고 있어야 할까? 현장영상 그리고 현장영상활동가의 범위는 어디까지로 보아야 할까? 현카의 지원과 여타 다른 영화제의 지원은 뭐가 다른 것인가? 등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이어졌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현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있다면 위의 질문들에 대해 한 번 생각을 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어쩌면 ‘현장 영상활동가’ 가 뭐야?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가 뭐야? 라는 질문부터 시작하는 분이 계실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반가운 일인 것 같다. 정책간담회에서 발제한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나비 씨의 글을 인용해보자면 ‘보이지 않거나 보지 않았던 영상 활동가의 존재를 드러내자’ 그 시작이 지금인 것 같다.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현카)을 잘 모르는 현장 영상활동가도 많을 것 같다. 간담회에서도 나온 이야기지만 정작 주체가 되는 영상활동가들이 없는 것이 지금은 조금 고민이다. 그러나 정책 간담회를 다녀온 후 드는 생각은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잘 몰라서’ 아직 참여가 적은 게 아닐까 싶다. 현카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고 영상 활동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장비 및 촬영과 편집 지원, 생계비 지원을 하게 되면 관심을 가지는 여러 현장활동가들이 모여들지 않을까..

3월 10일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 의 발족식이 열린다. 기륭투쟁 현장에 늘 함께하셨던 고 김천석님과 수많은 투쟁 현장에서 묵묵히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담았던 고 이상현(숲속홍길동)님의 안타까운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제는 현장의 ‘우리’가 서로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힘들게 준비한 자리인만큼, 그리고 그 의의가 큰 자리인만큼 좀은 성대하게 치러졌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축하를 받으며. 그 자리에 현장 영상활동가들이 대거 참여해서 현카의 의의가 더 빛나게 되기를 바래본다.
  • 코뮌영상네트워크

    10일 모임 시간이 보이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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