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노동자의 가족이라는 것이 죄가 되는 세상

[기고] 나도 노동자의 가족이다. 나도 소환하라

메뉴보기: 클릭하세요. V

폭력사태가 벌어져 많은 부상자가 생겼다. 크게 다친 부상자의 아내가 분노해서 닥치는 대로 무엇이든 잡고 덤벼들었다. 이 사건 이후 몇 개월 후, 경찰은 그 아내에게 출두요구서를 보냈다. 경찰서에 출두하여 폭력행위에 대한 조사를 받으라는 거다...

만약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도 코미디 같은 일이라며 코웃음을 칠 것이다. 크게 다친 남편을 보고 정신이 멀쩡해서 가만히 있을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아내의 행동은 지극히 본능적이고 당연한 행동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것이 이 사회의 상식이고 도덕이기 때문이다.

  2011년 6월 22일 오전 7시경 유성기업이 용역경비들을 동원해 자동차 부품을 반출하려다가 이를 저지하는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20여명의 노동자들이 병원으로 긴급 이송 되었으며, 두명의 노동자는 안면 함몰, 두개골 골절로 여전히 병원에 입원중이다.

그런데 노동자들과 그 가족에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2011년 6월22일 오전. 용역깡패가 휘두른 폭력에 30여명의 노동자들이 머리가 깨지고, 코가 부러지고, 귀가 찢겼다. 노동자를 때려잡는데 사용된 소화기가 뒹굴고 있고, 피가 흥건한 거리에 머리를 크게 다친 사람의 아내가 와서 분노하고 통곡했다.

노동자들이 뚜들겨 맞을 땐 코빼기 하나 보이지 않던 경찰이 뒤늦게 출동해서 노동자들을 범죄인 취급하면서 회사 앞에서 몰아냈다. 노동자들은 내 형제를 죽이려고 한 용역깡패와 유성사장에게 가기 위해 먼저 경찰을 뚫어야 했다. 정당하게 집회신고가 된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최루탄살수차를 동원하여 막아섰고, 많은 노동자들이 다쳤다. 경찰도 다쳤다고 한다. 그 와중에 노동자의 아내들이 와 있었다. 다치고 구속된 노동자의 아내들이 오열하며 함께 있었다.

이 일이 발생한 6개월 후, 경찰은 아내들에게 출두요구서를 보냈다. 출두요구서를 받은 당사자는 당시에 본인이 무엇을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당연히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찰은 가족들의 폭력행위를 낱낱이 채증했다며 출두하여 조사를 받으라고 한다. 사람의 도리도, 최소한의 인정도 용납하지 않는 경찰의 치밀한(?) 수사에 의해 머리가 깨지고, 구속된 노동자의 아내들은 이번에는 본인들이 구속될 지경에 처했다.

[출처: 자료사진]

유성지회 조합원들은 용역깡패의 뺑소니와 폭력으로 60여명이 넘게 다쳤다. 그런데 뺑소니를 치고 24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용역깡패는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폭력을 사주하고 저지른 그 누구도 제대로 구속되고 죄 값을 받았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반면에 노동자들은 현재 3D라는 기법으로 인권침해소지가 있는 증거임에도 구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가족들까지 오라고 한다. 세상이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는가? 어떻게 경찰은 가족까지 소환할 생각을 하는 것인가? 경찰 당신들은 자신의 부모와 배우자, 자식이 다치면 제정신일 수 있는가? 만약 그럴 수 있다면 당신들은 경찰이지만 사람은 아니다! 사람이라면 그럴 수는 없다.

당시에 가족들을 채증하고 있었다는 것도 기가 막힐 일이다.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는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채증했으면서, 어떻게 수십 명을 다치게 한 용역깡패와 사측에 대한 채증은 그리도 부족한지... 정말 어이가 없다. 다치고 구속된 가족들이 그들보다 중요한 채증의 대상이었다는 것에 가슴이 무너진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나도 노동자의 가족이다, 나도 소환하라

나도 노동자들이 피를 흘렸던 그 자리에 있었고, 분노했다. 왜 애꿎은 사람들을 두 번, 세 번 괴롭히는가? 남편이 다치고 구속된 사람들이 또 다른 고통에 빠져야 하는 이 현실을 인정할 수가 없다. 두개골이 함몰되어 아직도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노동자의 아내는 식당일, 전단지 돌리기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 구속되었다가 풀려났지만 이제는 해고자가 된 노동자의 아내는 일주일에 한번밖에 쉬지 않는 직장에 저녁9시까지 일을 나간다.

노동자의 가족인 우리 모두를 소환하고 구속해라. 노동자의 가족인 것이 죄가 되는 세상, 이 엿 같은 세상에서 소환되고 구속된다고 해서 수치스러울 것도 없다. 부끄러워할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바로 당신들이다. 돈과 권력을 휘두르며 사람들의 영혼과 양심을 피멍들게 하는 바로 당신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