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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이 일자리 늘려?...눈가리고 아웅 숫자놀음은 기만

[기고] ‘10대그룹 작년 일자리 많이 늘렸다’ 보도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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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연합뉴스는 10대 기업 중 8개 재벌그룹의 임직원 수가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 증가율의 5배를 넘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일부 언론은 “10대 그룹, 작년에 일자리 많이 늘렸다”는 제목으로 연합뉴스 보도를 그대로 베꼈다. 기사 전반의 논지는 지난 한 해 동안 재벌대기업이 일자리 창출에 충분히 기여했다는 것이다.

현재 재벌대기업을 대상으로 개혁 방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고 이들의 고용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여느 때와 달리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보면, 이 기사는 재벌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요구들을 무마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대공장의 고용증가 여부를 살펴보면 그 문제점이 보다 확연하게 드러난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그룹과 관련해 연합뉴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현대자동차도 12만6천명에서 13만6천명으로 1년 새 정규직 근로자를 1만 명(8.2%) 늘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현대차그룹 내 고용규모가 가장 큰 완성차 제조 및 판매 부문에 있어 현대자동차는 2010년과 비교하여 583명, 기아자동차는 111명이 증가하는 데에 그쳤다(3/4분기 기준). 비율로 치면 각각 1.04%, 0.34% 증가에 불과했다. 부품계열사 중 그 규모가 가장 큰 현대모비스의 경우에도 2010년 대비 5.0%(312명) 증가한 수준이다(3/4분기 기준).

  현대기아차 및 주요 계열사 직원현황

그런데도 연합뉴스는 작년 현대차그룹이 1년 새 1만 명의 일자리를 늘렸다고 썼다. 이 수치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기사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현대차그룹은 2011년 상반기에 현대건설을 인수했다. 그 인원은 3/4분기 기준 4,014명이다. 뿐만 아니라 현대건설 인수를 감안하더라도 순수한 고용창출이 4천400여명에 이른다고 했는데, 여기에는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수가 작년 3/4분기 국내 계열사 기준 57개로 내부에 얼마나 많은 단위기업이 존재하는지에 관한 정보를 뺀 분석이다.

다시 말해 “현대차그룹은 지난 해 정규직 노동자를 1만 여명 늘렸다”는 표현은 실제 고용인원을 부풀리고 왜곡한 것에 다름 아니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집중되어 있는 대공장에서의 고용 창출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한 해 재벌대기업의 일자리 창출 성적은 오히려 상당히 초라하다는 평가를 내려야 한다.

현대자동차에는 작년 기준 생산직 8천 여 명, 기타 4천 6백 여 명 등 1만 3천여 명에 이르는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가 존재한다.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3천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연간 421.6억 원, 5천 명을 전환할 경우 연간 702.7억 원의 추가 임금비용이 소요된다. 그리고 1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연간 1405.4억 원의 임금비용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5천 명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하는 경우에도 임금비용은 연간 2,103억 원에 불과하다.

현대자동차는 2011년 한 해에만 8조가 넘는 당기순이익을 보일만큼 막대한 지불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재벌대기업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며 숫자놀음으로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편법적, 불법적으로 활용해왔던 사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출처=금속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