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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주장은 틀렸다”

[기고] 반도체 공장 발암물질 공식확인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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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부와 삼성 등 반도체자본은 삼성반도체 백혈병으로 알려진 반도체 전자산업 집단 직업병 문제를 철저히 외면해 왔다. 2007년 최초 피해자 고 황유미 씨의 백혈병 사망 이후 현재까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에는 백혈병 등 희귀질환 사망자 50여명, 피해자 150여명의 제보가 이어졌다. 그동안 정부와 자본은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고 은폐하고 왜곡하기에만 몰두했다.

특히 근로복지공단은 매번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를 근거로 반도체 전자산업 피해자의 모든 산재신청을 불승인했다. 심지어 작년 6.23 집단 산재소송 1심에서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했던 고 황유미, 고 이숙영의 백혈병 사망이 산업재해이며, 업무 관련성을 추정할 수 있다”고 판결하자 결과에 불복해 항소까지 했다.

그러나 결국 정부는 6일 반도체 사업장 발암물질 검출을 시인하는 결과 발표를 했다. 이날 고용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삼성반도체를 포함해 ‘3개 반도체 제조사업장 정밀 작업환경평가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발암물질 검출을 공식 확인해줬다.

  지난해 11월13일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반올림 회원들이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반올림이 만든 책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을 선전하고 있다. <반올림>지난해 11월13일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반올림 회원들이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반올림이 만든 책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을 선전하고 있다. [출처: 반올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09년부터 3년간 진행한 연구 결과 발표를 통해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비소 등 1급 발암물질이 다수 부산물로 발생한다”는 매우 중요한 사실을 밝혔다. 이것은 최신의 자동화된 작업환경에서도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비소 등 1급 발암물질이 부산물로 발생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동안의 삼성 주장 뒤집은 발표

이 발표는 그동안 벤젠 등에 대해서 취급도 노출도 없다고 반복해 온 삼성의 주장을 뒤집는 것이다. 또한 작년 1심 판결 이후 삼성에 의뢰를 받아 역학조사를 실시한 <인바이런사>가 아무런 데이터와 근거자료 제출없이 “발암물질은 없었고, 공정은 깨끗했다”고 주장했던 내용을 반박하는 것이다. 심지어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공기 중 벤젠 노출은 없다”고 2008년 역학조사 결론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의 불승인의 근거를 줬던 자신의 과오를 스스로 시인한 것이다.

특히 최신(2009년~2011년) 자동화된 작업환경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더 심각하다. 다수의 직업병 피해자들이 지금보다 훨씬 열악하고 노후화된 환경인 수동작업환경(1990년대~2000년대 초중반)에서 근무한 것을 감안하면 이들은 더 심각한 환경에 내몰려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매번 최신식 자동화 설비 운운하며 과거 작업환경에서 장비의 노후화로 발생하는 빈번한 불량과 환기시설 미비로 매캐하고 역겨운 냄새를 맡아가며 일했다고 진술하는 수많은 피해자들의 진술을 억눌렀다. 게다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 등을 근거로 최신식 작업환경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지 않으니 과거에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제 그 근거들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됐다.

부산물로 발암물질이 발생한다는 결과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반도체 전자산업 이외의 수많은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제조업 사업장에서도 동일한 발암물질 노출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이는 전체 제조업 현장 노동자들의 건강에 심대한 위험을 경고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이점에서 고용노동부는 지금이라도 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 발암물질에는 안전한 노출기준이란 없다. 이것이 산업보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발암물질이 발생은 되었으나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라는 안이한 태도가 지금까지 수많은 반도체 전자산업 피해자의 죽음을 가져왔다. 늦었지만 책임을 통감하고 이제 정부가 그리고 이 사회가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출처=금속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