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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빅브라더, 구글

[기고] 구글의 개인정보 통합방침,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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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아마존에서 보내 온 뉴스레터를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관심 있을 만한 신간을 추천했는데 정말 구매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관심분야의 신간이 나오지 않았는지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되니 무척 편리한 서비스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그 뉴스레터를 보고 왠지 섬뜩함이 느껴졌던 것은 왜일까?

지난 1월 24일, 구글은 ‘개인정보 취급방침(privacy policy)’과 서비스 약관 변경을 공지했다. 3월 1일부터 시행될 새 정책의 골자는 구글이 제공하는 서비스마다 별도로 적용이 되었던 개인정보 정책을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구글은 70여개가 넘는 구글 개인정보정책을 14개로 줄여 “구글이 수집하는 개인 정보와 사용 목적 등이 좀 더 쉽게 읽힐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google]
그러나 단지 개인정보정책만 통합되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지메일, 유튜브, 구글플러스 등 서로 다른 구글 서비스의 개인정보들이 통합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검색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검색 기록이, 유튜브를 이용할 때는 동영상 시청 기록이, 캘린더에는 나의 일정이 기록된다. 기존에는 이런 개인정보들이 각 서비스별로 보관되고 이용되었는데 새로운 정책은 이를 통합한다는 것이다.

구글은 이를 ‘더욱 단순하고 직관적인 구글 경험’이 가능하며,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캘린더에 운동 계획을 남긴 이용자에게는 휘트니스와 관련된 광고를 내보낼 수 있을 것이다. 지메일, 구글 플러스, 유튜브 등을 통해 파악한 관심사를 토대로 검색 결과를 보여줄 수도 있다. 심지어 구글은 “사용자의 위치, 일정, 해당일 교통상황을 판단해 사용자가 약속에 늦지 않도록 알림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고 기존에 입력된 친구 이름을 통해 친구의 이름까지도 맞춤법 제안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구글이 알아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여러 분들은 쓸데없는 것을 찾거나 기억하는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용자가 의식적으로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아도, 이용자의 인터넷 이용행위 자체를 분석, 맞춤 정보나 광고를 제공하는 것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아마존의 신간 추천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친구 추천도 놀라울 정도로 내 취향에 맞춘다. 60여 가지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으로도 연결되어 있는 구글은 얼마나 놀라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까. 내 관심사, 내 친구관계, 나의 정치성향이나 성적 취향, 심지어 내 위치까지 파악하고 있는 구글. 친절한 ‘빅브라더’라고 해야 할까?

구글의 이번 정책 변경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주었느냐의 문제이다. 즉, 굳이 그러한 친절한 서비스를 마다하는 이용자는 개인정보 통합을 거부할 권리(opt-out)가 있을까? 없다. 3월 1일 이후에는 구글의 새로운 개인정보 취급방침과 약관을 준수해야 한다. 그것이 싫다면, “구글, 이제 안녕~”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것이 가능할까? 더구나 안드로이드폰을 쓰고 앱스토어를 이용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물론 여전히 빠져나갈 구멍은 있겠지만, 컴퓨터 비전문가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더 나아가 구글이 이용자의 선택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폈다면, 기본 선택을 기존대로 두되, 개인정보 통합을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 적용하는 방법(opt-in)도 있었을 것이다. 수집된 개인정보를 수집 목적에 맞게 쓰는 것. 그것이 개인정보 보호원칙이다. 그 수집 목적은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서’와 같이 수집자가 마음대로 판단하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구글은 개인정보 통합은 ‘로그인한 이용자’에게 적용될 뿐이며, 이용자가 어떤 정보를, 어떤 범위에서 노출시킬지 ‘선택권’을 제공한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점차 모바일 접근이 보편화되는 상황에서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로그인’을 하지 않고 이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또한 개인정보 통합의 선택 문제와 개인정보 노출의 선택 문제는 별개의 문제이다. 또한 그러한 개별적인 설정이 일반 이용자에게 쉬운 것도 아니다.

물론 인터넷에 기반한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는 구글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구글은 인터넷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2012년 1월 현재, 구글 지메일을 사용하는 이용자는 3억 5천만에 달한다고 한다. 구글 플러스는 9천만이고 유튜브의 경우 매분 48시간의 동영상이 업로드되고, 매일 30억개의 동영상이 보여지며, 매달 8억의 이용자가 이용한다. 구글 검색은 매달 1억의 이용자가 방문한다. 구글의 정책은 전 세계 수십억의 이용자들의 일상적 삶에 영향을 미친다.

이용자는 스스로 자신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60여 개에 이르는 구글 서비스를 보면, 이 서비스 내에서조차 이용자들이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세세하게 관리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이용자가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없는 부분도 존재한다. 더 이상 개인정보의 보호는 이용자의 선택 문제로만 남겨질 수 없는 이유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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