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새벽부터 일어나 씻고서 꽁당거리는 마음을 다독이고 있었습니다. 오전에 평택 법원에서 악랄한 손해배상재판이 있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나오라는 연락이 없어 확인해 보니 3월달로 연기되었다고 합니다.
▲ 한상균 쌍용차 전 지부장 |
송탄IC 기숙사 정문앞을 지나는 코스라 스치는 시간동안이라도 굴뚝, 도장공장도 보고 고사리같은 새끼들 손잡고 함께 투쟁했던 아내들의 본부 가대위 천막이 있었던 그 자리에 자리 잡은 희망텐트촌이 보인다면 눈 안에다 담아오려 했는데 말입니다.
텐트촌 중앙에 노동자, 민중의 함성이 담긴 단결투쟁 깃발도 보고 싶었습니다. 1%에 맞서는 99% 함성소리도 듣고 싶습니다. 고립된 것도 혼자인것도 아니다. 함께 승리하자는 함성이 이 곳까지 들려 옵니다.
지난 1월14일 날은 기뻐서 울고 말았습니다. 바보로 살지언정 울보는 되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말입니다. 경향신문 전면광고가 범인입니다. 9534명 동지들의 영혼이 담긴 희망노동자 선언은 수만장의 단결투쟁 깃발이었습니다. 깃발이 낸 바람이 태풍이 되어 자본의 심장부를 강타하고도 남으리라 확신했습니다. 동지들도 동토의 땅에서도 희망의 싹을 틔우는 질기고 강한 기운이 솟아 낫으리라 믿습니다. 지랄같은 세상과 맞서느라 얼마나 고생 많으십니까
일년 또 일년 고단한 시간이 흘러 벌써 세 번째 겨울인데 칼바람을 이불삼아 노숙까지 할 줄 알았겠습니까 저도 희망텐트가 없었다면 동지들게 희망 희망 희망을 더 이상 말하지 못 했을 것입니다.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는 것이 희망이라죠. 함께 걸어가면 희망길을 만들 수 있지만 혼자서 깡소주만 마셔대면 절망이 희망을 너무 쉽게 이겨 버리곤 했을텐테 그때마다 한병 더 외친 술병이 몇 병일지... 미안해서 미안하다는 말도 못하고 생계투쟁 떠난 동지를 생각하면서 자과감에 빠지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일 마치고 퇴근한 옛 동료를 해장국집에서 마주 했지만 선뜻 반갑다는 인사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 자책하지는 않으셧습니까. 험한 시간 이겨내고 오신 동지들은 결단코 패배자가 아닙니다. 고장난 자본주의를 사람냄새나는 세상으로 고치고 있는 최고의 기술자입니다. 가슴에는 한 많은 시가 가득한 시인이자 따뜻해야 할 세상의 참 주인입니다. 더 이상 남 몰래 울지 않겠다고 약속합시다.
동지들이 공장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이 들리면 술이 없어도 몇백년을 덩실덩실 춤을 추며, 이 곳을 낙원삼아 살 수 있을텐테요. 기쁜소식이 더디더라도 남은 반년은 명령 받은대로 건강한 심신을 만들어 동지들 곁으로 복귀하겠습니다. 노동자를 우습게 본 대가를 보여줄 생각하니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 한상균 쌍용차 전 지부장의 옥중서신 |
이 곳에서 상호간에 호칭은 관습대로 ‘사장님’ 이라 합니다. 잡다한 사장님이 많습니다. 하루는 젊은 사장님이 말을 걸었습니다. 노동조합 하시는 사장님(?)이냐고 말입니다. 다짜고짜 사장님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비정규직 프레스 노동자. 노동조합도 없는 무법천지에서 영혼없는 노동을 죽지 못해 했다고 합니다.
단 하루라도 정규직이 되고 단결투쟁 머리띠를 동여매고 노동자답게 살고 싶은 꿈이 있다고 말하며 오랫동안 하늘만 쳐다보았습니다.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함께 꿈을 꾸자고 했습니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말없이 손을 꽉 잡았습니다. 그리고 한달 후에 꿈을 꾸어야 할 세상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동지들!!
얼음장 밑에서는 벌써 몸버들이 기지게를 켜고 있을 것입니다. 한진중공업 철조망을 맨 선두에서 도포자루 휘날리시며 넘으신 백기완 선생님의 벼락같은 가르침이 정의를 지켜주고 계십니다. 현장복귀,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까지 유쾌한 희망 대동제는 계속 될 것입니다. 여름 휴가 때까지도 우리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공장안 단결의 광장에 희망캠핑촌을 만들어 버립시다.
한진에서 올아온 승리의 역사를 쌍차에서 다시쓰고 장투사업장 모두가 승리하는 또 다른 출발점울 만들어 봅시다. 노동자로 살아도 반드시 행복해야 할 세상을 단결투쟁으로 만듭시다.
동지들 사랑합니다.
2012.1.30
화성옥에서 한상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