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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산공단 방사선 방출, 노동자 시민은 죽음으로 내몰려

[기고] 책임회피 고용노동부, 진실은폐 원자력안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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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녹산공단 방사선 방출사고로 방사선동위원소 취급과 안전에 대한 구조적 부실관리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 일차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고용노동부는 책임 회피와 전가에 급급하다.

방사선 취급업체의 자율적 안전관리를 믿을 수 없는 건 당연지사고, 이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관계기관의 규제와 관리인데 아예 손 놓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뻔뻔한 고용노동부, 방사선 사고 관리부실 책임전가까지

작년 12월30일에 부산 녹산공단에서 발생한 방사선 사고는 해당업체가 이미 2010년 7월에 시정조치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불법적으로 십 수개월 간 조업을 해오다가 누군가의 제보로 적발된 것으로, 누출사고가 아니라 범죄적 방출행위와 다를 바 없는 것이었다.

더욱 심각한 점은 방출지점이 노동자 밀집지대일 뿐더러 인근 주택가와도 불과 1km밖에 안 떨어진 곳이고, 동일업종의 업체들이 공단에 산재해있다. 그런데도 해당사업장 및 주변의 노동자들, 그리고 유사사업장들에 대한 역학조사와 안전진단이 당국에서 아예 논의도 안 되고 있다.

  지난 3일 오전 반핵부산시민대책위, 녹산노동자희망찾기 등 부산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는 녹산공단 방사능 누출 문제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 반핵부산시민대책위]

녹산공단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십 수개월간 방사선에 무방비로 노출돼온 상황에서 예외 없는 정밀한 건강진단과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철저한 유해요인 조사 제거는 당연한 사회적, 행정적 의무다.

이에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노동안전단체 등으로 구성된 ‘녹산노동자 희망찾기’는 고용노동부의 의무방기에 항의하고 다음의 요구사항들을 전달하기 위해 11일 고용노동부 북부지청을 항의 방문했다.

△해당업체에 대한 엄중처벌과 결과 공개 △녹산공단 내 비파괴검사실태 및 방사선 영향에 대한 실태 공개 △녹산공단 비파괴검사 사업장에 대한 공동현장조사 실시 △해당사업장 및 사업장 주변 노동자를 포함한 방사선폭로노동자에 대한 역학조사 실시 △녹산공단 전체에 대한 특별안전진단 실시

그러나 이러한 요구에 일선 책임자부터 지청장까지 “방사선 취급업체의 관리는 교육과학기술부 소관이며 노동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거의 없다”는 식의 책임 회피와 전가의 태도로 나왔다. 하지만 분명 산업안전보건법은 제24조에서 방사선에 의한 건강장해의 예방을 사업주의 의무로 명시하고 있고, 이에 사업주가 하여야 할 조치에 대한 관리주체로서 고용노동부를 부정할 사람은 상식적으로 없다.

또한 역학조사와 녹산공단 전체의 특별안전진단은 북부지청장 소관이다. 즉 의지가 없어서 안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법제도 운운하는 태도는 자신들이 책임을 지고 있는 노동자 건강과 안전에 구조적 사각지대가 있음을 인정한 꼴이다. 사각지대 안의 노동자들이 얼마의 방사선을 쐬고 있든 나 몰라라 하겠다는 것이다. 범죄적 업무방기이고 부실관리체계다.

콘크리트에 구멍은 뚫렸지만 안전합니다!?
관련자료는 영업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


누출사고 이후 지금까지 관련노동자들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을 계속 추궁해 왔다. 그러자 북부지청은 “사고발생 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요청하여 해당업체 방사선 취급 노동자들이 12월 초에 받은 건강 검진표를 받아 검토해보니 이상이 없었고, 한 달 사이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서 추가검진은 필요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변명했다.

이처럼 사고 전 자료로 사고 후 상황을 전적으로 판단하는 일은 말도 안 되고, 방사선 노출이라는 심대재해에 어쩜 이렇게 무사 안일한 태도로 무책임할 수 있는지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면담 막바지에 북부지청장은 본인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부분에 대해 많이 들었고 생각도 바뀌었다며,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최종결과 발표를 보고 좀 더 검토해보겠다며 공을 넘겼다.

그런데 12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보도 자료에 따르면 방사선투과사업장 14개소의 안전실태조사를 했고, 일반인을 기준으로 할 때 (365일동안 동일지점에서 1시간 체류할 경우) 피폭선량의 수준은 안전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었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주민역학조사 등은 불필요하다고 입장이다. 차폐설비 부실이 이미 밝혀진 상황에서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사전에 통제된 작업환경에서 이뤄진 신뢰할 수 없는 조사결과이다.

한편, 이번 사고 발생 후 바로 노동환경단체들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비파괴검사사업장에 대한 정보와 안전점검실시자료를 청구하였는데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것보다도 숨김없이 자료와 사실이 공개되어야 할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문제를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태도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녹산노동자 희망찾기>는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관계기관들의 책임과 행동을 요구하며, 노동환경시민단체가 함께하는 방사선누출사고 진실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현장조사단을 구성하여 녹산공단 내 비파괴검사를 실시하는 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방사선 방출에 대한 사후 대책 마련과 책임추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