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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과 다를 바 없는 녹산공단 방사선 방출

[기고] 녹산공단 방사선, 누출이 아니라 방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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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산공단, 자연상태 40배 방사선 누출...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정부

지난 12월 30일, 녹산공단에서 자연 상태의 40배가 넘는 양의 방사선 누출이 확인됐다. 원인은 인근 공장의 부실설비와 관계기관의 관리부실 탓이었다.

이 일이 알려지자 당국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녹산공단 내 방사선 비파괴 검사 장비를 보유한 16개 현장에 조사를 실시했고 서둘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송정동 비정산 방사선 감지조사중간결과발표에 따르면, 콘크리트 차폐실의 모서리 부분이 완전하게 차폐되어 있지 않아 방사선이 누출되고 있었고, 이에 대한 조치로 차폐보강 전까지 해당 작업장에서 작업을 중단하도록 조치했으며, 예비방사선영향평가는 문제없는 상태라고 발표했다. 또한 6일 종합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3일 오전 반핵부산시민대책위, 녹산노동자희망찾기 등 부산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는 녹산공단 방사능 누출 문제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 반핵부산시민대책위]

지금까지 발전소 사고를 비롯한 각종 방사선 사고들에서 정부와 해당업체는 그것이 해당 업계의 관행이고 안전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는 식의 대응을 주로 해왔다. 이번 조사결과도 사실상 마찬가지다. 정부와 해당업체의 이러한 대응 방식은 노동자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건강마저 심각히 위협한다.

부산에만 하더라도 270여개의 방사성동위원소를 다루는 업체들이 있다. 이들 업체는 핵발전소 못지않은 안전 의식과 작업 수칙을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서도 드러났듯이 해당업체에서는 정기검사 기간에도 같은 문제가 지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수개월 동안 불법적인 작업이 진행되었다. 노동자들이 고 선량의 방사선에 노출된 것은 물론 인근을 지나가는 행인들 역시 무차별적인 방사능 노출에 그대로 방치 되었다.

얼마나 정부당국을 믿지 못했으면 시민들이 직접 나서기로 했을까. 부산 시민사회에서는 시민 감시단을 직접 구성하여 이번 사건과 관련한 해당 업체는 물론 부산 전역에 소재하는 업체들에 대한 방사능 안전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공포는 이제부터 시작

전문가들은 이번에 누출된 방사선 양이면 건강에 치명적이라고 한다.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증상은 피폭 이후 2~3주 이내에 나타나는데, 면역력 저하와 빈혈, 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 방사선 피폭을 의심해봐야 한다. 그리고 면역력이 저하되면 감염이 잘 되며, 신경계나 뇌에 장애가 올 수 있다.

또한 피폭 후 몇 개월에서 몇 년 이상이 지날 경우에는 백혈병과 갑상선암 등의 치명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임신한지 얼마 되지 않은 임산부의 경우에는 방사선 누출지역을 지나다니는 일을 삼가야 한다. 태아에게 기형이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비파괴검사는 방사선, 초음파 등을 이용해 육안검사로 검출이 불가능한 균열이나 내부의 결함 또는 미세한 표면 결함을 재료나 설비를 파괴하지 않고 검사하는 방법이다. 사업장에서 이뤄지는 비파괴검사의 종류는 다양하고, 방사선도 전자기파와 입자방사선 등 여러 가지며, 유해인자가 사람에게 노출되는 경로도 다양하다.

비파괴검사를 할 당시에는 먼저 전자기파에 직접 폭로되게 된다. 두 번째는 입자방사선인데 이는 공기(구름) 중에 포함된 방사선 물질, 혹은 방사능 낙진으로부터 방출되는 방사선에 직접 피폭되는 외부피폭 경로와 오염된 공기를 흡입하여 폐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오염된 식수나 채소, 이를 섭취한 동식물 식품과 유제품 등이 소화기를 통해 들어오는 내부피폭 경로가 있다.

[출처: 반핵부산시민대책위]

방사선에 폭로된 노동자의 건강파괴, 이미 드러난 상태

비파괴검사 전문기업인 ‘KNDT&I회사 울산출장소’에서 방사선투과검사 노동자 20여 명 중 2명이 사망하고(백혈병) 2명(골수이형성증후군, 혈액수치이상)의 노동자가 투병생활을 하고 있음이 얼마 전 드러났다.

노동자들은 “방사선 작업에서는 작업자가 방사선에 얼마나 피폭됐는지를 알 수 있는 필름배지 등을 달고 피폭량이 초과되면 작업을 중지해야 하지만 회사는 이를 지급하지 않은 채 일괄 보관했다. 또한 하루 2인 1조가 보통 50장을 촬영해야 하는데 1인이 200~300장이나 되는 엄청난 작업량 때문에 작업시간을 단축시키려고 불과 2~3미터 거리에서 방사선을 맞고 작업을 한 적도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비용을 적게 들이고 돈을 벌려는 사업주들로 인해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녹산공단의 방사선 노출을 보면 우리의 작업장 역시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는 단지 비파괴검사를 하는 노동자들만의 문제 또는 해당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모두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자본의 살인행위, 노동자의 삶을 지켜야 한다

현장에서 일해 본 사람은 다 안다. 방사능물질은 물론 온갖 위험물들에 대한 안전관리가 서류상에서만 존재할 뿐이고,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고려는 뒷전이며 오직 빨리빨리만 강요받는 것 말이다. 그러나 한 번의 재해는 치명적이다. 이제는 노동자의 생명을 경시하는 잘못된 관행을 바꿔야 한다.

녹산공단은 국가산업단지로 조성되어 약 1,500개 사업장에 3만여 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부산지역의 공단들 중 가장 많은 노동자들이 밀집해있는 이곳에 방사능이 유출되었다는 것은 그동안 노동자들이 얼마나 유해한 환경에서 작업해왔는지, 그리고 해당 업체의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녹산공단의 수많은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해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해당업체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야할 뿐만 아니라, 해당 사업장 노동자의 건강실태 및 녹산공단 노동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건강실태조사가 철저하게 이루어지도록 방사선 누출, 아니 방출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고 노동자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투쟁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