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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 대안이 “폭력이라니”...인권조례를 옹호하며

[기자칼럼] 어머니 살해한 고3, 친구를 괴롭힌 중학생...경쟁 그리고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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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폭력이라니” 약관의 정기준은 어린 왕자 이도를 비웃었다.
“겨우 폭력이라니” 수십 년 후 이도는 정기준에게 전하라며 분노를 표시했다. 폭력의 피해자였던 정기준은 후에 똑같은 폭력으로 이도 앞에 나타났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았다.

  집현전 학사를 살해하는 정기준에게 세종은 이렇게 일갈한다. "겨우 폭력이라니" [출처: SBS 홈페이지]

“겨우 폭력” 으로 “폭력”을 제어 할 수 있을까

대구에서 상상할 수 없는 폭력과 학대를 당한 중학생이 유서를 남긴 채 자살했다. 경찰은 학교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일부 언론에서는 이때다 싶어 학생인권조례를 공격한다. 이렇게 폭력적인 아이들에게 인권은 무슨 인권이냐는 투다.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처벌과 훈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다시 “겨우 폭력” 이다.

박유리 진보교육연구소 사무국장은 “학생들 사이에 폭력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며 인정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땜질식으로 가해 학생들만 처벌해서 끝날 문제는 아니다” 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국장은 “학생들이 폭력을 저지르는 원인을 밝혀야 한다” 며 “가정불화가 있을 수도 있고, 폭력의 피해자였을 수도 있고, 성적만 중요시하는 구조의 폐해일 수도 있다” 고 학생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여러 가능성을 꼽았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로 있는 손지희 선생님도 같은 말을 했다. 그녀는 “폭력의 문제를 폭력으로 다룬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면서도 “현실적으로 학생들을 캐어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라고 밝혔다. 손 선생님은 이어서 “지금까지 입시위주 교육 체제에서 권위적으로만 군림해온 교사들에게 갑자기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출 것을 요구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 이라며 억압적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풍토를 진단했다.

박유리 국장은 “지금 학생들에게 필요한건 인권 교육이다, 스스로가 폭력을 휘두르면서도 그게 폭력인지 모른다. 자기도 당했기 때문이고, 교육도 부재했기 때문이다” 며 이럴 때 일수록 인권조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인권조례를 요구하는 학생들

입시위주교육 속에서 태어난 미노타우르스

“학생들 사이의 관계가 예전처럼 호혜적이지 못하다, 자신한테 이익이 되는지 계산하고, 경쟁한다”며 두 사람 모두 학교 폭력 문제도 결국에는 한 가지 원인으로 귀결된다고 입을 모았다. 손 선생님은 “중학교는 고등학교 보다 덜하지만 얘들도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압박을 어려서부터 받아서 그런지 스트레스를 받는다” 며 입시교육이 얼마나 학생들을 옥죄는지를 밝혔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5세에서 19세까지의 학생들 중 68.2%의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중 10.1%의 학생들은 자살충동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총 870명의 학생들이 자살을 선택했고, 그 중 가장 많은 자살 원인은 가정불화(31,7%, 277명) 였다. 염세 비관(160명), 성적비관(100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폭력과 집단 괴롭힘에 따른 자살은 10명(1.2%)이었다.

학교 폭력이 만연한 것은 누구도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학교 폭력 근절을 위해 대규모로 경찰을 학교에 투입하여 억압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학생들의 인권을 억압하는 것은 또 다른 자살 요인들을 자극하는 것이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손 선생님은 “입시위주교육에서 학생들이 갖춰야 할 요소들을 갖추지 못한 채 몸집만 큰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며 스스로를 컨트롤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실상을 전했다. 가정과 학교에서도 학생들을 컨트롤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맞벌이 하는 학부모들은 귀가해도 집에 없고, 학교 선생님은 입시 준비에 정신이 없다. 손 선생님은 “강남 좋은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모르겠지만, 그래선지 지역에 따라 편중되는 느낌도 있다. 비슷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모이니까 또래끼리 비슷한 학습을 해서 같은 행동 패턴을 보인다” 며 학생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어머니를 살해하고 8개월 동안 방치했던 고3의 폭력성과 대구 자살 중학생 가해자들의 폭력성에 대한 사회의 잣대는 이중적이다. 손 선생님과의 대화를 종합해보면 두 가해자는 모두 입시위주교육의 폐해 속에서 태어난 미노타우르스다. 하지만 전자는 입시교육의 피해자가 되었지만 대구의 가해자들은 그렇지 못했다.

“겨우 폭력이라니”

  학생인권조례를 요구하는 학생들 [출처: 비마이너]
손 선생님은 “폭력 등으로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마땅히 엄벌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에 대한 교육권 박탈이나 그들의 인권을 박탈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 며 단호하게 말을 맺었다.

박유리 사무국장은 “이유는 있다. 폭력 학생들에 대한 마땅한 프로그램이 없고, 입시제도 때문에 여유도 없다. 그러니까 다른 학교로 전학시켜버리거나, 퇴학 시켜버리는 간단한 방법을 선택하려 한다” 며 처벌만이 방법이라는 언론 보도나 일부 선생님들의 반응을 이해했지만 “학생인권조례는 그 사이에서 파열음을 만들어내려는 거다, 인권조례가 만병통치약일 순 없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일 수 있다”

학생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살피지 않은 채 오로지 훈육의 대상으로만 보는 사람들은 흡사 이도의 “겨우 폭력” 을 조소했던 정기준을 떠올리게 한다. 정기준은 백성에게 폭력이 아닌 문자를 주려 했던 이도를 “겨우 폭력” 으로 막아서려 했다. 그가 두려워 한 것은 백성이 권력을 욕망하게 되는 ‘지옥’ 이었다. 학생들이 스스로 인권을 지키는 세상을 두려워하는 이들은 무엇을 ‘지옥’ 으로 보고 있을까. 학생들 스스로가 거리로 나섰던 1960년, 1980년을 지옥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