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 그 정권들의 실세역할을 했던 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국민참여당을 포함한 정당을 어떻게 지지할 수 있을까? 또한 한미FTA 비준을 추진했던 인물들을 말 한 번의 사과로 용서하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나는 이해하기 힘들다. 노동자 민중의 삶을 파탄 내놓고 사과하면 끝인가? 그건 아니다. 지금도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고 투쟁하는 시그네틱스, 콜트악기-콜텍, 대우자동차판매, KEC, 쌍용차 조합원들이 있다. 그리고 먼저가신 위령들의 한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정리해고라는 살인을 저지른 가해자들이 어떻게 노동자의 정당이 될 수 있는가 말이다.
▲ 김상겸 KM&I지회장이 12월5일 열린 노조 31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노조 2012년 정치투쟁 방침 현장발의안건 설명을 하고 있다. [출처: 금속노동자 신동준] |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는 이제 실효된 것으로 봐야 한다. 우리는 노동자가 중심이 되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민주노동당 창립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당원으로서 활동도 해왔다. 그것은 민주노동당이 노동자가 만든 정당이었기 때문이었고 배타적 지지는 민주노동당이 노동자 민중과 함께하는 정당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쌍용자동차 해외매각을 누가 주도 했는지, 한미FTA를 추진한 세력이 누구인지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고 그 세력과 합당한 통합진보당을 절대 지지할 수는 없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 수구보수 세력들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고 말 한 것으로 나는 기억한다. 하지만 우리는 저들에게서 빼앗은 것이 없다. 오히려 우리는 지난 10년간 신자유주의 세력들에게 많은 것을 빼앗겼다. 정리해고 당했고 파견법으로 비정규직이 850만 명에 이르게 되었고 불법파견 판정에도 정규직화 하지 않는 그런 세상이 됐다. 이런 비정상적인 세상을 노동자 민중이 주축이 된 정치 투쟁이 아니고 신자유주의 세력들이 주도하는 선거만을 통해 무엇이 바뀌고 얼마나 바뀌겠는가.
그 당이 어찌 노동자 정당인가?
노동자는 돈 대고 표 찍는 기계가 아니라 정치의 진정한 주체로 나서야 한다. 나는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때 나온 의견 중 ‘현실적으로 실현해보자’는 분위기에 반대한다. 선거운동에 동원되고 돈 내고 표 찍는 활동은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경험을 했지 않은가. 지난 16대 대통령 선거 때 대통령 바꾸고 정권 잡으면 다 될 것처럼 주장을 피며 선거 캠프에 참가한 뒤 저들 속으로 들어간 수많은 노동운동선배 및 동료들을 말이다. 그들은 지금도 신자유주의 세력들과 함께하며 자신들의 주장이 올바른 것처럼 활동하고 있다.
▲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이 신자유주의를 추진하면서 노동유연화를 추진하기 위해 정리해고법과 파견법을 만들어 시행했다. 우리가 지금 그 정권들의 실세역할을 했던 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국민참여당을 포함한 정당을 어떻게 지지할 수 있을까? 2003년 3월14일 열린 두산중공업지회 배달호 열사 장례식에서 한 조합원 열사의 영정에 국화꽃을 바치고 있다. [출처: 금속노동자 신동준] |
야권단일후보로 인천시장에 출마해 당선된 송영길 시장은 선거시기 한미FTA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그는 얼마 전 한미FTA찬성 의견과 송도 영리병원 추진을 인천지역 시민단체 및 노동단체의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추진 중이다. 야권단일화에 참여한 단체들과 정당들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는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받아 안고 함께 하겠다고 약속해놓고 당선되고 나서 반대 입장으로 가는 그런 정치인들에게 우리가 더 이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들에게 더 이상 당하지 말아야 한다.
진보정당이 뿌리 내리기전에 선거에 목매는 관성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뿌리가 튼튼해야 줄기와 가지가 튼실하게 자라는 것 아닌가. 우리는 왜 뿌리는 생각하지 않고 선거에 만 매몰돼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할까? 진정 우리나라 정치를 바꾸고 민중이 주인 되는 그런 세상을 만들려면 민중들에게 가까이 가고 그 안에서 민중들이 어떠한 고민들을 가지고 생활하는지 함께 고민하고 소통해 나가야 한다. 그런 가운데 정치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일상 활동을 펼쳐야 한다. 그렇게 해서 노동자 민중이 정치의 중심에 설 수 있다면 우리가 바라는 그런 세상은 온다. ‘빨리빨리’가 아니라, 서구 진보적 정당들처럼 길게 보고 준비해 나간다면 튼튼한 진보정당을 건설 할 수 있지 않을까? 힘내서 웃으면서 그날을 위해 아자! (출처=금속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