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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뒤에 현대차 있다

[기고] “부품사에 대한 현대차 자본의 통제와 지배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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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500여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한 중소기업 공장의 파업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주요 언론도 일제히 이 문제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나섰다. ‘자동차 생산 차질’, ‘전면중단 위기’, ‘올스톱 위기’ 등을 중심 제목으로 배치한 가운데, 노동자 한 쪽에 책임을 묻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은 한술 더 떠서 연봉 7000만원의 귀족노동자가 배부른 파업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엄정대처 할 것을 주문하였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2009년 노사가 임단협 때 체결한 “2011년 1월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로 전환한다”는 내용의 합의서였다. 노조는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 보전을 위한 이 합의의 즉각 시행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효력마저 상실한, 상호 노력한다는 신사협정에 불과하다”며 합의사항을 번복하였기 때문이다.

현대자본의 부품사 지배개입전략

지방의 조그만 사업장인 유성기업의 파업에 청와대를 비롯한 온 나라가 난리를 피우며 경제가 파탄날 것처럼 떠들었을까?

그간의 우리나라 노사관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유성기업의 파업상황은 부분파업 2시간 만에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농성5일만에 공권력이 들어와 조합원 전체를 연행하는 등 너무나도 신속하게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현대차 총괄이사 차량에서 발견된 '노조파괴 시나리오'의 일부

이는 현대자본이 부품사에 대한 통제 및 지배개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대자본은 자신의 이윤확보를 위하여 부품사를 자기 통제 하에 두는 것뿐만 아니라 부품사의 노동조합까지도 자신의 통제 하에 지배하기 위한 지배개입전략을 세웠다. 그리고 지배개입 전략이 미치지 못하는 민주노조에 대해서 철저하게 파괴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월 15일부터 25일까지 유성기업은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받았다. 이 기간 특별근로감독 대응을 하면서 자본의 철저한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현대자본의 개입력과 유성기업과 창조컨설팅의 만행에 치가 떨릴 수밖에 없었다.

연출 현대자동차, 시나리오 창조컨설팅, 주연배우 유성기업

유성기업이 무리수를 둘 수 있었던 것은 주간연속 2교대제를 현대자동차보다 먼저 시행하는 것을 원치 않는 현대자동차 자본의 의도와 더불어 민주노조를 파괴하여 현장지배력을 회복하기 위한 판단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유성기업의 주간연속 2교대 시행 합의가 “현대차/기아차 본교섭에 일부 변수 발생”할 것을 우려하여 시행합의 없는 원칙적 대응을 요구하고, 이에 따른 부품공급 차질은 현대자동차 “구동부품개발실”에서 별도 검토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한편, 유성기업 측에 향후 추진 방향으로 “주간연속 2교대 관련 협의 진행 권고(시간지연)”을 통하여 “현대차 시행후 3개월 내 시행 추진 등의 형태를 도입하기 위한 실무 TFT 구성 등”을 예로 들며 “현대차/기아차 시행 전 先시행 노사합의 방지“ 할 것을 권고하였다.

  현대자동차 엔진부품개발팀장 황승필 차장이 메일로 보고한 내용 [출처: 금속노조 유성기업아산영동지회]

현대자동차 엔진부품개발팀장 황승필 차장은 5월 18일 오전 12:55분에 “유성기업 동향 보고”제하의 전자우편을 발송하며, [특기사항]으로 “당사(현대자동차) 라인 결품 불가피”하는 상황임을 인정하며, 특히 재고량이 0.3일분에 불과한 R-ENG(2.2)의 경우에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 협조 요청을 했다는 내용을 담아 “울산/화성공장 협조요청 完” [재고] 현황을 보고하였다.

또한 해당 자료에 “社側의 MIND 개선은 되고 있으나, 여전히 對노조 행동의식/방법에 대한 미숙함”을 지적하는 자필문구는 ‘황승필 차장’이 노조 관리에 깊숙이 개입해 있었음을 표현하는 문구라 할 수 있다. 즉, 현대자동차가 사용자의 MIND 개선을 통해 노동조합의 조직력을 와해시키는 한편, 주간연속 2교대를 현대자동차 시행 이후로 미룰 수 있도록 사전에 조치를 취한 것이다.

또한, 해당 문서에서 "line 內 파업·농성자 격리 작업 : how to?"와 “조합 단체행동 이탈자 확보 문제” 등에 대한 대응 계획과 고민이 있음을 적시하고 발레오만도 사례에 대한 맹신을 우려하는 등 파업 이후의 행동에 대해서도 깊숙이 개입했음이 드러났다.

이러한 현대자동차의 행동은 직장폐쇄 당일인 5월 18일 심야에도 사내 모처에서 아산 공장 이기붕 공장장과 함께 현대자동차 총괄이사가 노조 쟁의행위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를 함께 일독하며 숙의하고 대응을 논의하였다. 총괄이사의 자동차 안에서 노조파괴문건이 발견이 되었는데, 이는 지난 몇 년간 민주노조를 파괴하였던 창조컨설팅의 시나리오였다.

최근에는 ‘올해 연말까지 어용노조(유성기업(주)노조)의 조합원 과반수를 확보하지 않으면 현대자동차가 물량을 끊을 것이다’라는 말이 유성기업 내에서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는 등 현재까지도 유성기업의 노조활동에 현대자동차가 개입되어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문제는 주간연속2교대제

금속노조 유성지회는 “밤에는 잠좀 자자!”라는 구호로 심야노동의 폐혜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었다. 그러나 유성지회의 파업당시에 정부와 자본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으로 일관하였다.

그러나 최근 이채필 노동부장관은 완성차 공장에 대해 노동부 특별점검을 하면서 주야 맞교대의 장시간 노동은 불법이며, 이에 대한 개선책을 내올 것을 주문하였다. 이에 발맞춰 현대등 완성차에서는 2013년부터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행하겠다는 보도를 하였다.

2011년 여름에는 시기 상조였던 것이 2011년 연말에는 가능해진 이유가 무엇일까? 내면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심각하다.

현대자동차 자본은 현대자동차지부와 수년간 주간연속2교대 관련 교섭을 진행하였지만, 실행을 계속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노사협조주의적인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자본의 이윤율에 피해가 가지 않는 주간연속2교대제를 합의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교섭국면에 현대/기아로 납품을 하는 금속노조 유성지회가 임금 및 노동조건 저하 없는 주간연속2교대가 합의가 될 경우 자신들의 계획이 어그러질 수 있다는 판단에 의하여 유성지회가 돌출변수로 튀어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자본은 금속노조 유성지회의 파업에 적극 개입했던 것이다.

노동조건 저하 없는 주간연속2교대제는 유성 올빼미 동지들과 유성기업의 유시영의 싸움이었으나, 실제는 현대자본과 금속노조의 대리전 양상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마치 3불정책(임금, 노동강도, 고용불안) 없어진 것으로 되어버렸다. 아니 자본은 자신들이 승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행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