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월스트리트 점거, 뉴미디어가 제시하는 새로운 소통

[기고] 온라인 동영상으로 ‘월가 점령 시위’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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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cupy Wall Street’의 시작 - 일시적 도발 혹은 행동으로 옮겨진 신념

한 온라인 매거진이 웹사이트를 통해 몇 월 며칠 어딘가에서 집회를 열자고 제안한다. 그 매거진이 제안한 정확한 날짜에, 바로 그 장소에서 2천 명이 넘는 시위대가 운집한다. 그리고 며칠 후 전 세계 주요 도시로 시위가 번져 나간다.

  Culture Jammers HQ 웹사이트의 OWS 캠페인
이런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지난 9월 17일 뉴욕 월(Wall)가 한 복판에서 일어났다. 캐나다에 기반으로 두고 있는 온라인 매거진 "애드버스터(Adbuster)"는 2011년 7월 11일 컬쳐 재머스 본부(Culture Jammers HQ)의 이름으로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을 종식시킨 타흐릴(Tahrir) 광장의 기적을 미국에서 재현하자고 제안하였다.(http://www.adbusters.org/blogs/adbusters-blog/occupywallstreet.html) 미국금융의 고모라 성과 같은 월가(Wall Street)를 2011년 9월 17일부터 2만 명 이상이 계속 점거한다면 자본의 정치 개입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이들이 내세웠던 ‘Democracy not Corporatocracy’라는 슬로건은 9월 17일 월 스트리트에 모인 2천여 명 규모의 시위대가 내지르는 함성이 되었다. 시위대의 외침은 이내 미국 각 도시와 전 세계로 퍼져나가 미 전역 128개 도시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주요 도시 68여 곳에서 지금까지 현재 진행형의 울림이 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대중은 누군가의 그럴 듯한 선동에 동요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견고한 조직과 전략을 기반으로 일어나는 일인가.

  9월 17일 집회에 대비한 안내문. 시위대의 법적 권리, 준비물, 다양한 행사 일정 등이 담겨 있다.
이 글의 목적은 온라인 동영상에서 나타난 ‘Occupy Wall Street’(이하 OWS)의 구체적인 장면들을 통해 OWS 시위를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있다. 주류 매체가 아닌, 시위대가 직접 올린 동영상 장면들을 참고함으로써 시위 현장의 공기를 가감 없이 느껴보고자 한다. OWS의 전개 과정에서 나타난 이번 시위에서 온라인 미디어와 SNS의 역할을 정리하는 것 또한 이 글의 목적이다. 다만, OWS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번 시위를 제안한 <애드버스터> 매거진의 기원을 앞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애드버스터>는 1989년 캐나다에서 창간된 반자본주의 매거진으로 현재 12만 명(점거 시위 전에는 약 9만 명 정도)에 달하는 전 세계 독자들의 후원으로 제작되며 광고는 일절 받지 않는다. 소비문화를 조장하는 기존 상업 광고들에 반기를 들면서, 자본이 장악한 주류 미디어에 대항하는 것이 창간 취지였다. 이들의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은 간결한 물음에 잘 드러나 있다. - “우리는 소비자인가, 시민인가?”

<애드버스터>를 창간한 칼리 라슨(Kalle Lasn)과 빌 슈말츠(Bill Schmalz)는 원래 다큐멘터리 감독과 촬영기사였는데 한 사건을 겪으면서 대안미디어 운동으로 돌아서게 된다. 1989년 캐나다의 목재산업협회가 한 공영방송(CBC) 채널을 통해 ‘목재 산업이 실제로는 숲을 보전한다’는 TV 광고 캠페인(‘Forest Forever’)을 내보냈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칼리 라슨(Kalle Lasn)과 빌 슈말츠(Bill Schmalz)는 ‘나무 농장이 숲은 아니다(A Tree Farm is not a Forest)’라는 광고를 만들었지만, 동일 방송국에서 이를 지나치게 논쟁적이라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았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기업과 시민 간 정보비대칭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이들은 애드버스터 미디어 재단(Adbuster Media Foundation)을 설립, <애드버스터> 매거진을 발간하면서 ‘모든 시민들의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위한 Media Carta(미디어 권리장전)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다시 말해, <애드버스터>는 주류 미디어의 편향된 메시지에 대항하기 위한 대안 미디어 운동으로 시작되었던 것이다.

<애드버스터>는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창간 목적을 “기업 자본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재의 주류 언론들에 대항하고, 특히 이들이 내보내는 소비지상주의(Consumerism)적인 메시지를 극복하고자 하며, 정보비대칭의 문제적 상황을 변화시키는 것”이라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아무것도 안 사기 캠페인(Buy Nothing Campaign)’을 비롯, 다양한 캠페인을 펼쳐오고 있는데 이번 OWS 시위 역시 9만 명에 달하는 전 세계 독자층을 기반으로, 자본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해 시작된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Occupy Wall Street 행진 장면.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들고 있는 성조기는 미국의 소비지상주의를 풍자하기 위한 "American Corporate Flag". Adbuster의 Media Carta 캠페인에서 등장하였다.
온라인 미디어로 보는 OWS 일지

OWS가 어떻게 전개되어왔고,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류 언론은 많지 않다. 사실, 다뤄지고 있다 하더라도 편집국 데스크에서 한 번 걸러진 기사가 시위대의 움직임을 충분히 보도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시위대는 유스트림TV(UstreamTV), OccupyStreams, Coupmedia 등 다양한 실시간 동영상 사이트를 활용하여 시위 현장의 상황이 생생하게 전달하도록 하고 있는 만큼, 이들 채널을 활용하는 것이 OWS를 이해하는 데 보다 도움이 될지 모른다.

OWS의 초기 상황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애드버스터>가 웹사이트에서 OWS를 제안한 지 10 여일 후인 7월 22일 동조하는 이들에 의해 캠페인이 시작되었고, 그 다음 날인 7월 23일 www.occupywallst.org 웹사이트가 개설되었다. 이후 8월 2일, 9일, 13일, 9월 3일 수차에 걸쳐 뉴욕 주민총회(New York General Assembly)가 열리면서 OWS 준비가 구체화되기 시작하였다. 9월 1일에는 OWS를 점검하기 위해 시범적으로 일일 야영을 추진했는데, 합법적으로 야영이 진행되었음(인도의 절반 이상은 비워두기, 텐트는 치지 않고 침낭을 이용하기 등)에도 불구하고 9명의 활동가가 명목 없이 체포되었다.

9월 17일 오후 12시, 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월가는 우리의 거리!(Wall Street is our street!)”를 외치며 월가 한복판을 행진하였고 리버티 플라자(Liberty Plaza)에서 두 달이 넘는 야영을 시작하였다. 이들은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전까지 집회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야영하는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경찰은 강압적인 진압으로 대응했다. 첫 체포는 시위 4일차에 일어났는데, 미디어 장비들을 덮어 놓은 방수천이 불법적인 ‘텐트 시설’에 해당하므로 제거해야 한다는 경찰들과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4명의 시위자가 체포되었다.

[영상1] 시위 4일차. 미디어 장비를 둘러싼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 장면. http://youtu.be/hTJH4ZZU_oA

시위 5일 차부터 경찰은 평화 시위 중인 시위자를 폭력적으로 진압, 연행하기 시작했다. 시위 8일 차에는 시위대를 진압하던 중 몇 명의 여성을 그물 안에 가둔 채로 최루 스프레이를 뿌려 물의를 빚기도 하였다.

[영상 2] 시위 8일차. 최루 스프레이 난사 장면 http://youtu.be/hTJH4ZZU_oA

  시위대가 야영 중인 Liberty Plaza 내 운영 구조. 가운데 배식대(Kitchen) 옆에 영상팀(Media)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위는 계속되었고, 9월 21일부터는 샌프란시스코, LA, 시카고, 마드리드, 아테네, 시드니, 도쿄 등 미국 내외의 16개 도시에서 연대하는 움직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또한, 10월 15일 국제 행동의 날(Global Day of Action)에는 82개국 1500여 개 도시에서 점거 집회(Occupy!)가 열리면서 99%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월가에서도 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뉴욕 곳곳에 모여 행진했으며, 해산을 요구하며 바리케이드를 치는 경찰과 밤 12시까지 대치하였고 수십 명이 연행되었다.

이 날 각 도시에서 일어난 시위는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공유되었는데, 몇 개 도시만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영국 런던에서는, 3000여 명의 시위대가 런던 주식거래소(London Stock Exchange, 이하 LSX)의 점거를 시도하였다. 이들은 “직업다운 직업을(For Real Jobs)”, “은행가들이 진짜 약탈자(Bankers are the real looters)” 등의 피켓을 들고 LSX에 진입하려 하였으나, 말을 탄 경찰들이 시위대의 진입을 막자 “누구의 거리인가? 우리의 거리다! (Whose Street? Our Street!)”을 외치며 응수하였다. 이 날, 위키리크스(Wikileaks) 설립자인 줄리안 어산지(Julian Assange)가 시위에 참여하였는데, “오늘 시위는 법치를 파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법치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시위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영상 3] 영국 런던 Ocuupy London http://youtu.be/0nH_696Hisg
줄리안 어산지(Julan Assange) 발언 장면 http://youtu.be/esnypOKpBgs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Occupy South Africa’(http://occupysa.org/) 운동이 일어났다. 약 80여 명의 시위대가 요하네스버그 주식 거래소(Johannesburg Stock Exchange) 앞에서 집회를 벌이면서 점거를 시도하였던 것이다. 이들은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과 초국적 자본의 횡포를 막고, 아프리카의 실정에 맞는 경제 정책을 요구하였다.

[영상 4] 남아프리카공화국 ‘Occupy South Africa’ http://youtu.be/bzAb4Lal46Q
(영상 설명) The South African Civil Society Information Services(SACSIS)에서 제작한 뉴스 영상. 80여명의 시위대들이 800여명 규모로 착각할 정도로 열정적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만에서는 수백 명의 시위대들이 타이페이 세계 금융센터(Taipei World Financial Center)에 모였고, 건물 안으로 진입하여 구호를 외치면서 행진하였다.

[영상 5] 대만 Occupy Taiwan http://youtu.be/ks5-JzqhgNg

호주 시드니(Occupy Sydney, http://www.occupysydney.org.au/)에서도 약 800여 명의 시위대가 시드니 금융 중심가인 Martin Place에 집결하였고 이들 역시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것을 밝힌 후 야영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당일 새벽 3시, 경찰이 영장 없이 시위 장소를 급습하여 야영하는 시위대의 물품을 압수하고 약 20여 명을 연행하였다.

[영상 6] 호주 시드니 Occupy Sydney day 1 http://youtu.be/H0W0Fu4xahI

서울에서도 여의도와 덕수궁에서 한미 FTA 반대, 신자유주의 반대를 외치며 Occupy Seoul 집회가 열렸다.

[영상 7] 한국 서울 Occupy Seoul http://youtu.be/o7tQaVIk7Kc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시위 초기 10만 여명 정도가 참여하여 최대 규모의 평화 시위를 시작하였는데, 곧 이어 경찰과 충돌하면서 폭력적인 반정부 시위로 변하였다. 이들의 시위는 11월 13일,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퇴진으로 이어졌다.

[영상 8] 이탈리아 로마 Occupy Rome http://occupystreams.org/item/occupy-italy?category_id=59

일본 도쿄에서는 히비야, 록본기, 신주쿠 등 5개 지구에 걸쳐 집회가 열렸다. 당일 록본기 집회에는 경찰, 미디어를 포함하여 약 200여명이 참가하였고, 2시간여 동안 점거하면서 각자 준비한 음식을 나눠 먹는 등 친밀한 분위기로 집회를 마무리하였다.

[영상 9] 일본 도쿄 Occupy Tokyo (록본기) http://youtu.be/BrW2kXhxJwM

10월 22일에는 인도 캘커타에서도 Occupy Kolkata 시위가 있었고, 수십 명의 사람들이 캘커타 거리를 행진하였다.

[영상 10] 인도 캘커타 Occupy Kolkata http://www.facebook.com/OccupyKolkata

10월 15일 이후에도 세계 전역에서 계속되고 있는 시위의 진행 상황은 OWS 사이트 (http://www.occupywallst.org/)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Occupy Streams에서 볼 수 있는 각 도시의 livestream 채널
뉴 미디어의 활용과 국제연대

이번 OWS 시위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모든 시위 장면이 실시간으로 공유된다는 것이다. 미디어 팀과 온라인 실시간 스트리밍 사이트를 적극 활용하여 시위 현장이 고립된 게토가 되지 않도록 할 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기부,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영상팀의 경우 24시간 내내 운영되고 있는데, 시위대 중 영상 기록을 자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촬영 기술 교육을 받게 한 후 곧바로 영상팀에 합류시킨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동영상은 다양한 실시간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전달된다. 가장 대표적인 사이트는 "OCCUPY STREAMS"(http://occupystreams.org/)로, OWS 시위대들이 시위 개시 이후 직접 만든 것이다. 이 채널을 통해 미국전역 도시 128개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주요 도시 68여 곳에서 벌어지는 시위 현장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되고 있다.

  일례로 Occupy Minnesota. 생중계 시청과 동시에 채팅도 할 수 있어 실시간 소통과 대응이 가능하다.
또 다른 채널로 Ustream이라는 인터넷 TV사이트가 있다. 미디어팀은 이 사이트에서 the other 99(http://www.ustream.tv/theother99)채널을 통해 시위 현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다. 여기서는 시청자들 간의 채팅 뿐 아니라 트위터를 통한 소통도 가능하다. 긴박한 시위 상황에서 이러한 실시간 동영상 채널은 매우 유용하다. 일례로 11월 17일 시위대가 리버티 플라자(Liberty Plaza)를 재점거 했을 때 경찰은 언론의 접근을 완전히 차단했는데, 이 사이트를 통해 시위대는 실시간 중계를 할 수 있었고 19,000명 이상이 동시에 접속하여 시청하였다. 이렇듯 실시간 동영상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시위대 내외의 소통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며, 시위대의 메시지가 왜곡되지 않고 전달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시위대는 실시간 동영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인터넷 사이트를 활용하여 99%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가 99%다(We are the 99 percent)”라는 일종의 아카이브 사이트(http://wearethe99percent.tumblr.com/)인데, 99%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사연을 종이에 적어들고 사진을 찍은 후 그 사진을 업로드 할 수 있게 한 사이트이다. 이 사이트를 통해 비정규직, 해고자, 학생 등이 자신의 사례를 올렸고, 이것을 보는 사람들과 현재의 상황 인식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이렇게 형성된 공감대는 OWS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추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11월 17일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중. 화면 아래 쪽 동시 접속 시청 수가 무려 19094를 가리키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 역시 실시간 공유와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 8은, 중요한 사건이 전개될 때마다 트위터 상에서 #Occupy Wall Street라는 해시태그의 횟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트위터를 통한 시위대의 정보 공유가 얼마나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지, 중요한 국면에서 얼마나 유용한 소통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지를 반증한다. 실제로, OWS 웹사이트 이용자 중 1,619명을 대상으로 SNS를 자주 이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실시한 조사에서 페이스북(Facebook)의 경우 66.9%가, 트위터(Twitter)의 경우 28.9%가, 유튜브(YouTube)의 경우 73.9%가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고 밝혔다.(Dr. Hector R. Cordero-Guzman, "Main Stream Support for a Mainstream Movement")

  일자별 #Occupy Wall Street 가 쓰인 횟수와 주요 사건(출처:Kimling Lam, "Occupy Wall Street: Social and Mainstream Media", Melwater Blog)


이번 OWS 시위는 인터넷 TV, SNS 등 뉴미디어가 제대로 활용될 경우 변혁을 위한 움직임과 국제 연대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OWS 시위가 마치 영화처럼 단 시일 안에 국제적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주류 매체를 통하지 않더라도 인터넷, SNS를 통해 시위대 내부와 외부 간의 직접적인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뉴미디어 체제 하에서는, 움직임의 주체인 시민이 더 이상 수동적 소비자의 역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행동 관계에 놓여있는 당사자들, 즉 시민들 간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점에서 뉴미디어는 엔첸스베르거가 언급한 '해방적 미디어'로서의 잠재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억압적 미디어와 해방적 미디어의 비교 (출처: 한스 M.엔첸스베르거, 미디어이론의 제 요소(Constituents of a Theory of the Media))


이러한 뉴미디어의 잠재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각 나라의 정치경제체제가 각종 무역 기구와 조약으로 묶인 채 마치 하나의 체제처럼 연동되어 있는 현재의 신자유주의적 조건에서 국제 연대는 필수불가결하다. 뉴미디어를 활용한 국제 연대의 선례가 되고 있는 OWS를 예의 주시하면서 우리의 전략 또한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출처=ACT! 77호)


[덧붙임 1] 10월 15일 그 이후. 주요 사건 정리

- 10월 23일 Occupy Sydney, 새벽 3시. 단 5분의 퇴거 경고 후 경찰 진압.
http://youtu.be/JEj3LskWZcc

- 11월 2일 Occupy Oakland(10월 10일 시작. 인종, 계급, 젠더를 모두 아우르기 위한 다양한 소모임들 결성) 총 파업. 약 2만 여명의 노동자들이 시내에서 항구를 향해 행진. "Whose Port? Ourt Port"를 외치면서 항구를 폐쇄하였음.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 뮤지션들의 즉흥 잼까지, 어떤 값비싼 여행보다도 재미있어 보이는 집회 영상.
http://youtu.be/PLMS1QeiTP0

- 11월 5일 오하이오 주의 Senate Bill 5호에 대한 주민투표 부결. 공무원의 단체교섭권을 박탈하려는 법안이었음. Occupy Cincinnati 진영과 공조, 입법을 봉쇄하였음.

- 11월 5일 Occupy Sydney, 재점거 시도. 경찰의 폭력 진압이 있었으나 Martin Place 근처의 공원에 약 130여 명의 시위대가 야영.
http://youtu.be/cuz6nEqSvAo

- 11월 9일 CAL (UC Berkeley) "Stop beating students!"
http://youtu.be/buovLQ9qyWQ

- 주립 대학교의 공교육 민영화 움직임에 반대하고 OWS를 지지하기 위한 집회. 학생시위대와 대치중이던 경찰이 곤봉으로 학생들을 찔러대기 시작. 선봉에 서서 곤봉을 맞은 학생들이 이에 항의하고 학생 시위대들 전체가 "Stop beating students!"라고 외치자 경찰들이 곤봉을 멈췄음.

- 11월 15일 1:20 am EST NYPD, 보건과 안전상의 이유로 Liberty Plaza의 시위대 텐트 철거 시도. 불도저, 최루가스, 헬기 등을 동원. 200여 명 연행, 시위대 물품 압수. 공원 내 시위 장소는 깨끗이 치워졌음.
http://livestre.am/14w6N
연행되는 시위대들이 경찰을 향해 "Shame! Shame!"을 외치며 야유. 촬영자도 취재 중인 언론인이라고 항의했지만 연행되었음. 뉴욕시 법원이 시 당국의 공원 통제 권한을 인정함에 따라 시위대가 개별적으로 공원에 입장하도록 허가, 다만 야영은 불허할 방침.
http://vimeo.com/32157975

- 11월 17일. 3만 명이 Occupy Wall Street 집회에 참가, Liberty Park를 재점거하는 데 성공하였음.

- 11월 18일, 연좌시위 중인 UC Davis 학생들에게 불필요한 최루 스프레이 난사. 명백한 과잉 진압 장면이 영상으로 기록, 알려지면서 해당 경관을 사퇴시키라는 여론이 형성되었고, 학교 당국은 관계자를 해임하였음. 11월 28일 총 파업 예정.
http://www.youtube.com/watch?v=WmJmmnMkuEM&feature=player_embedded

[덧붙임 2]

- 11월 9일 소더비 경매장. 노조의 비정규직화 단행에 저항, OWS 시위대들이 연대하였음. 경매장에 잠입하여 한 사람씩 발언하다가 퇴장당하는 모습이 초현실주의 연극 같아 재미있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http://youtu.be/NwjcR_UrzWw

- OWS 광고
http://youtu.be/5O_Ao9w1u7c
덧붙이는 말

[필자소개] 스이_ACT!에 발을 들여놓은 후 미디어운동의 의미를 ABC부터 배우고 있다. 조금 더 배웠으면 좋겠다. LGBT 이야기가 미디어운동 판에서 활발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