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의 완성차업체 근로시간 실태조사 발표와 완성차의 개선계획
지난 11월 7일 고용노동부는 ‘주야 2교대제, 상시적 휴일특근 장시간 근로하는 완성차업체’라는 제목으로 완성차업체 근로시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완성차업체 노동자들은 주당 평균 55시간 이상 일하는 완성차업계의 장시간 근로실태가 다시한번 확인되었다고 한다.
외국 업체의 연간 근로시간이 1,500~1,600시간대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업체는 2,400시간대로 연간 800시간 이상 더 일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번 실태조사 과정에서 전 업체가 근로기준법에 따른 연장근로 한도(주 12시간)를 위반한 사실을 적발하였고, 각 업체에 연장근로 한도 위반을 시정하도록 개선계획서 제출을 요구한 상태이며, 개선계획을 이행하지 않아 동일한 법 위반이 적발되면 즉시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행 교대제전환지원금의 지원수준을 올리고, 직업훈련 비용을 우대 지원하는 등 교대제 개편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 방안을 곧 마련하여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자동차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장시간 근로 관행을 극복하려는 노사 모두의 진전된 논의와 실천이 필요하다”고 발표하였다.
지난 11월 17일에는 고용노동부장관이 장시간 근로형태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기위해서 한국지엠 부평공장을 방문했고, 고용노동부차관이 11월 29일 르노삼성자동차와 부품 협력업체인 동은단조(주)를 방문하여 자동차업계의 장시간 근로 개선을 주문하고, 자동차 부품 협력업체가 교대제를 개편할 경우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개선계획에 따라 내년 2월말까지 총 2,078억 원의 설비투자와 200여명의 근로자를 신규채용하게 되며 일이 많은 일부 공정은 2조2교대에서 3조2교대로 전환하고, 작업량에 따라 일부 공장, 공정간 인력 전환배치도 실시하게 된다고 한다.
르노삼성자동차는 10월 이전에는 주야 2교대(주간조 9시간, 야간조 10시간)로 운영했으나, 10월부터는 수출물량 감소 등으로 주간연속 2교대제(주간조 8시간, 야간조 8시간)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물량이 다시 증가해도 주야 2교대로 환원하지 않고 주간연속 2교대제를 확고히 해 나가겠으며, 시설투자와 신규채용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아울러, 내년 1월부터 일이 많은 안전부분의 감시단속성 업무를 부서간 전환배치를 통해 3조3교대제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시간 단축의 시대적 과제
장시간 노동에 따른 노동시간 단축은 이미 사회적 과제로 제출된 바 있다.
2010년 6월 8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근로시간 임금제도개선위원회는 ‘장시간근로 관행 개선과 근로문화 선진화를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발표 한 바 있다. 2009년 6월 9일 <근로시간 및 임금제도개선위원회>를 발족시키고 1년 동안 논의를 전개하여 얻은 결론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 노사정은 2020년 이내에 우리나라 전산업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을 1800시간대로 단축시키기 위해 단계적 목표를 설정하여 공동 노력하고, 실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창출기반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한다.
- 근로자들과 기업의 여건에 맞는 다양한 근로형태를 개발, 확산한다.
- 합리적인 임금체계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이의 실행을 추진한다.
물론 경총은 장시간 노동에 대해 초과근로 선호현상, 저조한 휴가 사용률,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성 등에 주로 기인한다고 보고 있으며 이의 개선과제로 연차휴가 사용 촉진, 장시간 근로에 대한 인식전환, 초과근로 임금할증률 인하, 유연근로시간제 활성화를 들고 있다. (우리나라 근로시간 현황 및 개선방향, 경총)
고용노동부도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장시간근로 개선을 위한 근로시간 줄이기 지원사업 안내서, 고용노동부, 노사발전재단)
- 2008년 기준 1인당 연간 근로시간 2255.8시간으로, 이는 OECD 전체 국가의 평균 연간 근로시간인 1721.1시간보다 31.7% 높은 수준
- 장시간근로는 노동자의 삶의 질 악화, 노동생산성 하락, 산업재해 발생률 증가, 고용창출 저해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
따라서 장시간 노동체계의 개선과 노동시간 단축의 문제는 이미 시대적 과제로 접어들었다.
완성차 교대제 개편의 문제
완성차의 심야노동 철폐와 주간연속2교대제로의 전환 요구는 이미 10년이 넘은 요구이다.
현대자동차노사의 경우 2003, 2004년에는 <근무형태변경추진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하였고, 2005년 단체교섭에서 노사가 2009년 1월 1일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한 이래 2010년에 이르기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이를 합의하였으나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였고 2011년 ‘근무형태변경추진위’를 통해 다시 논의를 하였으나 구체적 합의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주간연속2교대제의 합의는 완성차 노사의 중요한 현안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신문에 보도된 ‘현대차가 2013년부터 밤샘 근무를 없앤 주간연속2교대제를 본격 시행한다. 현대차는 앞으로 1년간 3000억 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한 뒤 2013년부터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밤샘근로가 없어지고 연간 근로시간도 4178시간에서 3699시간으로 479시간 단축된다.’는 내용은 그동안 현대차 노사간에 합의된 내용이 아니라 논의된 내용을 고용노동부의 요구에 의해 발표한 언론플레이에 지나지 않는다.
구체적인 쟁점에 대해서는 아직 현대자동차 노사간에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이고 이는 신임 집행부의 과제인 것이다.
오히려 자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제신문은 ‘자동차업계 ‘심야근무 폐지’딜레마‘를 얘기하면서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강변하고 있다.
“기아차 재고 물량 비축기간이 평균 한달에 불과할 정도로 작업 속도가 주문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단시간내에 근로시간을 줄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지엠 역시 현재 부평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잔업과 특근까지 하며 작업 물량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라 신규 설비투자와 고용이 없는 한 현재 작업방식을 당분간 고수해야 하는 형편이다.”(매일경제신문 11월 28일)
그런 점에서 완성차 교대제 개편의 문제는 시대적 과제임에는 분명하지만 어떻게 개편해 갈 것인가라는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용노동부장관 조차도 “자동차업계의 주야간 2교대제 근무에 대해 “국제암연구소에서 발암 요인으로 분류한 사항으로 근로자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낮과 밤을 바꾸어 살아야 하는 것은 우리 몸과 삶에 대한 또 다른 의미의 폭력일 수 있다”면서 주간2교대제로 개편할 것을 촉구했다.(자동차업계 교대제 개편 토론회, 노사발전재단, 2011. 11. 9)
현대자동차지부의 경우 조합원의 장시간 노동문제에 대해 노동시간 규제가 제기된 바 있었다. 특히 2006년의 경우 년 노동시간이 3000시간이 넘는 조합원들이 1300명이 넘는 조건에서 장시간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시간을 줄여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단계적으로 노동시간 총량 규제를 계획하였으나 실행되지 못하였다. 그렇지만 이러한 인식은 여전히 중요하다. 노동시간 상한제를 노동조합 스스로 정하고 이를 규제하는 가운데 장시간 노동의 폐해와 관행을 줄여 가야 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완성차 업체의 연장근로시간 위반에는 휴일특근 시간이 연장근로 시간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휴일 특근이 연장근로에 포함될 경우 장시간 노동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가 밝힌 휴일근로시간과 연장근로시간
근로기준법에서의 1주 12시간 연장근로 한도에 해당되는 연장근로시간에는 휴일근로시간이 포함되지 않는다.(노동부 2000. 9. 19, 근기 68207-2855)
휴일에 1일 법정근로시간 8시간을 초과한 경우 그 초과된 시간은 위의 연장근로시간에 포함된다.(2002. 10. 28, 근기 68207-3125)
향후 휴일 특근의 연장근로시간 제외는 시대에 맞게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완성차와 자동차부품산업의 교대근무제의 특징과 문제점
- 공장가동시간의 연장은 2조2교대제로도 감당할 수 없어 휴일특근, 휴일연장, 24시간 맞교대, 조기출근, 점심시간단축 등 연장근로시간 상한 위반 속출
-자동차산업 교대근무제의 특징은 기존인력의 노동시간의 최대한 활용을 통해 추가적인 고용의 필요성을 최대한 억제
- 주중의 연장근로시간 보다 주말 휴일특근시간이 더 길다는 점(배규식, 우리나라의 장시간 노동 교대제 개편, 노동시간 단축, 노사발전재단 토론회)
장시간 노동의 문제와 교대제 개편의 문제에 대해 고용노동부장관 조차 “자동차업계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자동차업계부터 시작한 것이다.”, “교대제 개편은 단순히 근무형태가 바뀌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대,중소기업 문제부터 사내하도급 비정규직, 근로자 건강, 고성과작업장 등 공생공용을 위한 생태계 조성까지 연결돼 있는 문제다”라고 밝히고 있다.(이채필고용노동부장관 인터뷰, 매일노동뉴스 11월 28일)
따라서 노동조합도 주간연속2교대로의 전환이 기업별 내부를 중심으로 하되 거기에 갇혀서는 곤란하다. 교대체제의 변화는 작업장체제의 변화와 더불어 기존의 노사관계 체계 전반을 바꿔가는 전체적 시각에서 총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금속노조는 르노삼성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였다. 그런 점에서 르노삼성지회를 포함한 주간연속2교대 교섭와 투쟁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넘어 전체 자동차업계를 대상으로 하는 대응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대제 개편은 완성차업계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정부 지원은 협력업체에 주안점을 두고 설계할 계획”(노동부장관 인터뷰)이라는 것에서 확인 되듯이 이 문제는 부품사의 노동시간 단축과 교대제 개편과 함께 갈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교대제 개편과정에서 나타날 부품업체의 문제점에 대한 금속노조 차원의 내용 마련과 공동대응도 빠질 수 없는 문제이다. 그래야 “우리나라 노동현실을 무시한 처사로 자동차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자본의 상투적 반발을 극복하면서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의 안정적 노동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금속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