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은 당연히 “야만적인 일”이라고 못 박았고 한미FTA를 함께 저지했어야 할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조차 23일 KBS, BBS라디오에 출연해 “이유야 어찌 되었든 본회의장에서 최루액을 살포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폭력 국회’라는 오명이 두려워서다.
협상파로 분류되고 날치기 표결에서 기권한 임해규 한나라당 의원은 “민주당 의원님들 같은 경우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저지를 한다거나, 이렇게 하지 않았다”고 했다. 임 의원은 23일 BBS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여야 간에, 또 민주당과 한나라당 의원들 간의 (협상처리) 노력이 반영된 것”이라고 자평했다.
나는, 되묻고 싶다. FTA는 반대하지만 김선동의 행동은 부적절했다고 판단하는 모든 이들에게. 몸싸움이 저열하냐고. 마지막까지 차분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의사진행을 했어야 하느냐고.
칼을 쥐고 있는 자는 낮은 목소리로 ‘네 목숨을 내놓으라’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별안간 자신의 목에 칼이 겨눠진 상황에서 당신은 저항할 무기 하나 없이 이성적일 수 있는가.
곧 죽게될 자가 냉정한 지성인의 모습으로 담담하게 제 목숨을 흥정할 수 있는가. 선뜻 답하기 힘들다면 영화라도 찾아보라. 딸을 유괴당한 어미가 우아함을 잃지 않고 범인과 협상하던가.
만약 FTA로 인해 직접적인 폭탄을 맞을 농민, 노동자, 소상공인들이 그날 국회 본회의장에 있었다면 민주당처럼 ‘멍 때리고’ 날치기를 쳐다만 봤을까. 아마 목숨을 걸고 저지했을 게다. 다양한 방식으로 삶의 주권을 유린당할 나 역시 한미FTA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무엇이 진짜 민의를 대변하는 것인가. ‘반대’한다면서도 몸싸움은 안 된다고 말하는 민주당인가 아니면 김선동인가.
“나도 한미FTA는 반대하지만 김선동은 너무했어”라고 되뇌고 있는 민주당에서는 날치기 처리를 사실상 ‘방조’한 데 대해 아무 책임도 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막아내지 못한 데 대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국회의원 모두가 의원직 사퇴해서 국민들께 사죄하자, 그래서 정치혁신의 계기를 삼자, 이런 의견을 제시한 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은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변칙적이고 비열한 방법으로 강행처리한 한나라당과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떠넘기기다.
중재안을 제시해 여당 측에 날치기 빌미를 제공한 김진표 원내대표 역시 자리를 보존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변인은 “김진표 원내대표가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지금은 사퇴할 때가 아니고 야권통합, 그리고 예산안 문제에 열정을 쏟도록 의원총회 결의로 사퇴를 반려시켰고 본인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