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장애인에게 ‘구구단’과 ‘도둑놈’의 의미

[기고] 장애인이 행복한 세상이 모두가 행복한 세상입니다

메뉴보기: 클릭하세요. V

#구구단
장애인 시설에서 살다 나온 뇌병변 남자와 뇌병변 여자가 만나 결혼하고 올해 10살, 6살 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이 아이들은 세상에 눈을 떳을때부터 엄마 아빠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다행히 엄마 아빠가 낯설지 않다. 오히려 아빠 무릎에 앉고 휠체어를 타면 이보다 더 신나는 자동차는 없다. 그러던 어느 날...

10살 된 큰 아이는 구구단을 외다 문득 엄마에게 학교에서 배운 걸 자랑이라도 할 겸 물어본다. "엄마, 구구단이 뭐야?" 엄마는 "그런건 학교 선생님께 물어봐!" 다시 큰아이 왈, "엄마는 구구단 몰라?". 엄마 왈, "엄마는 다리가 아파서 학교에 못가서 잘 몰라." 순간 큰아이는 울먹이며, "왜 몰라? 휠체어 타고 학교 가면 되지. 그리고 엄마잖아, 왜 몰라?"....

2011년 장애인교육권 확보를 위해 이기용 충북도교육감을 기다리는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의 한 장애성인이 기자회견때 발언한 내용이다. 수년간 권리 확보를 위해 거리에서 농성장에서 단련된 활동가이건만 아직도 눈물이 난다. 그 큰아이도, 이 엄마도 박힌 가시처럼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아픈 상처는 아물지 않는가 보다.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농성 7일째를 맞이하여 8일 오후 7시 도교육청 입구에서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18개 요구안중 장애성인 교육지원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한다. 장애성인의 절반이상이 정규교육에서 배제되어 성인이 되도록 한글조차 깨치지 못한 분들이 많다. 가족이, 마을이, 이 사회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박탈한 것이다. 사회의 편협함과 시혜와 동정의 시선으로 장애성인은 장애인 야학을 만나기 전까지는 감히 꿈도 못 꾸는 배움의 기회인 것이다.

가나다라로 시작해 글을 읽고 이것이 재밌어서 검정고시에 도전하고 몇 번을 떨어져도 굴하지 않고 더 이상 창피해하지 않는다. 이들은 야학을 통해 배우는 기쁨도 느끼지만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많은 장애인들과 만나면서 새로운 세상을 온몸으로 느끼며 행복해한다. 이 분들의 교육권 보장은 당연히 교육청의 '의무'이다. 성인이 될 때까지 교육에서 배제된 삶을 살아온 장애인이 당연히 누려야할 기본권인 것이다.

교육청이 의무를 다하지 않으니 풀뿌리 야학이 대신 할 테니 문해교육 프로그램 지원해달라는 요구가 그렇게 이기용 교육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일까? 규정이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지원하는 것이 교육자의 양심이 아닐까?

#도둑놈
엄마 손잡고 오늘도 교육청에 갔다. 이 아이의 덩치는 성인 씨름선수쯤 되는 중학생이다. 이 아이는 부활의 김태원이 무릎팍 도사라는 프로그램에 나와서 둘째 아이를 '아픈 아이'라고 한 것처럼 그렇게 아픈 장애학생이다. 이 아이는 엄마 손을 잡고 교육청에 오면 꼭 매점에 들른다. 먹고 싶은 과자 몇개를 집어서 계산대 위에 올려 놓고 봉투에 과자를 넣어주기만을 기다린다. 과자를 넣어주고 엄마가 계산을 끝내면 그 봉투를 들고 나가는 아이다. 이 날도 교육청에 오자마자 가방내려놓고 매점으로 달려간다. 다른 어머님과 이야기하던 이 엄마는 뒤이어 달려간다.

역시나. 퇴근시간이라 불은 꺼져 있으나 문이 열려 들어가 과자를 집어 계산대 위에 올려놓는다. 이를 보던 교육청 직원이 뛰어 들어가 불을 켜고 아이에게 달려간다. 평소와 달리 계산을 안 하니 이 아이는 그냥 과자를 가지고 나가려 한다. 그런데 그 직원이 뒷덜미를 잡고 머리를 테이블에 박게 한다. 아마도 흉악한 도둑놈으로 보였나 보다. 엄마는 기겁해 뭐하시냐고 따지니 줄행랑을 쳤다 한다…….

결국 경찰 불러서 조사하고 그 직원은 아니라고 발뺌하고 교육청은 사과는 커녕 직원 감싸기만 급급해 심지어 내부문서인 가해자가 작성한 경위서까지 기자들에게 배포하는 등 11월 3일 학생독립운동의 날의 전야제 행사치곤 참 해괴망측했다.

우리가 요구하는 항목 중 제일 첫 번째가 바로 이 아이의 가까운 미래와 관련된 내용이다. '전공과 설치'.

우리는 늘상 이야기하고 주장한다. '장애인이 행복한 세상이 모두가 행복한 세상입니다'. 장애인의 생애주기별 장애유형에 맞는 교육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진정한 교육정책이라고.

전공과는 고등학교까지 이수한 장애학생이 사회에 나가기 전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과과정이다. 당연히 장애인등에 관한 특수교육법 제24조에 교육감이 전공과를 설치할 교육기관을 지정할 수 있다. 사실 전공과도 미봉책에 불과하다. 기껏해야 제빵, 세차, 세탁, 도예, 생활훈련 과정이 전부일 정도다. 제대로 된 직업교육은 장애유형별, 시스템화해서 적성과 역량에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교육제도의 마련이다.

현재 충북도에 9개의 특수학교에만 전공과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다시 말해 통합교육을 하는 일반계 고등학교에는 전공과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3년간 약 600여명의 고등학교 졸업예정자들이 이미 포화상태인 특수학교 전공과에 진학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교육청의 대책은 없다.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의 교육권 확보를 위해 이기용 충북도교육감과의 직접 협의를 요구하며 7일째 도교육청로비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청은 뒷짐만 지고 있고 부모들끼리 갈등을 유발시키고 경쟁시킨다. 전공과가 없다면 이 아이는 사회에 나가지 못 할 테니 또 다시 부모의 부담으로 가족의 부담으로 악순환 될 것이며 또한 19년의 습득한 교육은 점점 잊혀질 것이다. 이것은 이 아이를 낳은 부모의 책임인가?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할 이 아이의 책임인가?

장애학생을 둔 부모들이 한결같이 이야기한다. '내 아이보다 하루 늦게 죽는 것이 소망이다.' 나는 소망한다. '장애학생을 둔 부모가 아이보다 하루 일찍 눈감아도 편안히 눈감을 수 있는 세상이 하루빨리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