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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무리한 징계 강행 알고도 왜?

[기고] 노조 깨기 심보...책임있는 사장은 경찰 조사 한번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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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징계 해고 23명, 출근정지 3개월 11명, 출근정지 2개월 8명, 출근정지 1개월 18명, 정직 1개월 9명, 정직 20일 17명, 정직 10일 13명, 견책 7명. 2차, 3차 징계 진행 중. 피해자 더 늘어날 듯...

노사간 합의사항을 이행하라는 너무 당연한 합법파업. 2시간 부분파업에 직장폐쇄, 용역깡패 투입, 심야 자동차 뺑소니 사고, 공장점거, 사기업 최단 시일 6일 만에 공권력 투입, 4명 구속 100여명 불구속, 용역깡패의 일상적인 폭력, 경찰의 방관, 이어지는 경찰의 자의적 집회 금지 속 충돌, 구속과 수배... 지난여름 대한민국을 달군 유성기업의 단면이다.

여러말 할 것 없이 현재는 노사간 법정 다툼이 ‘진행중’이다. 노사 모두 당시 사태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하고 있다. 결국 이 사태의 책임에 대한 법적 판단은 법원의 몫으로 남아있다.

그런 와중에 회사측이 징계의 칼날을 뽑았다. 늘상 나오는 인사경영권을 앞세워 파업의 책임을 노조측에 일방적으로 전가한다. 법이고 상식이고 노사간의 약속인 단체협약이고 가릴것이 없다.

  19일 유성기업 사측은 용역경비를 아산공장(위)과 영동공장(아래)에 배치해, 해고 및 출근정지 징계대상자들의 공장 출입을 통제했다. [출처: 트위터 @yellowgin333(위), @cadkss75(아래)]

유성기업에는 노사간 신의성실로 맺은 단체협약이라는 것이 있다. 단체협약은 노사간의 지켜야할 법이다. 유성기업의 단협에는 '징계의 경우 노사 동수의 징계위원회에서 의결할 수 있고, 찬반 동수 일 때는 의장이 결정권한 을 갖는다. 의장은 대표이사다. 단, 해고의 경우 노사 동수가 참여한 징계위원회에서 2/3 찬성으로 의결'하기로 돼 있다.

징계위에 참여한 노조는 당연히 이번 파업의 책임이 회사측의 노사합의 미이행, 불법 직장폐쇄, 용역깡패 투입에 있다며 무죄를 주장했고, 회사측은 현 상황을 가져온 이들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며 징계를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측은 징계위원회 자리에서 노측 징계위원을 내쫓고 회사측 징계위원만의 참석으로 25명의 목줄을 자르는 등 징계를 강행했다. 단협 상의 모든 절차가 제멋대로 위반되고 있다. 25명 중 두 명은 대표이사의 재량으로 감경했다고 한다. 징계위원회는 사실상 문구에 불구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3. 9. 28. 선고 91다30620)에 따르면 ‘사용자가 인사처분을 함에 있어 노동조합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한다거나 또는 승낙을 얻거나 노동조합과 인사처분에 관한 논의를 하여 의견의 합치를 보아 인사처분하도록 규정된 경우에는 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인사처분은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판시하고 있다. 왜냐하면 ‘인사권이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다 하더라도 사용자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그 권한에 제약을 가할 수 있는 것이므로 사용자가 노조와 체결한 단협에 이를 인정했다면 효력은 발생하는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즉 판례를 그대로 적용하면 유성기업의 단체협약 내 ‘해고의 경우 2/3 이상의 찬성’ 조항이 회사 측에 불리한 사용자의 권한을 침해 한 것이라 할지라도, 사용자가 단협에 이를 인정했기 때문에 이 효력은 발생한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지금의 해고는 당연히 부당해고임이 분명하다. 또한 해고 이외의 징계 역시도 노조의 투쟁이 정당했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이상 부당하다.

그렇다면 회사가 이런 너무 당연한 결론을 모른 채 무리한 징계를 강행했을까? 당연히 아니다. 회사는 이 기회에 노조를 완벽히 무력화 시키겠다는 무리수다.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시나리오가 먹히지 못한 이상 무리수를 둬서라도 반드시 노조를 깨겠다는 심보다.

회사 측은 핵심간부들의 해고이후 즉각 아산과 영동공장에 또다시 용역깡패를 배치, 징계자들의 노조사무실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또한 17억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90여명의 조합원들에게 제기했다. 사측의 꼼수는 일단 노조 핵심간부들을 해고와 출근정지로 격리를 시켜놓고, 용역깡패를 동원 현장에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손배가압류로 일반 조합원 내부를 철저히 협박해 어용노조로 흡수시켜 버리겠다는 심사다. 민주노조의 씨를 말리겠다는 심보다.

유성기업의 투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구속과 수배생활을 해야 했다. 지금도 네명의 노동자들이 구속돼 있으며, 수백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유시영사장이 직접 일용직 용역깡패를 사서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행사케 한 사건만큼은 철저히 묵인되고 있다. 국정감사 등 사안이 드러나면 조현오 경찰청장이 나서서 ‘CJ씨큐리티 허가취소, 용역깡패 한명 구속, 십여명 입건’이라 발표 해놓고, 끝나면 나 몰라라다. 이 모든 책임의 끝자락에 있는 유시영 사장은 경찰 조사 한번 받지 않았다. 참 공정한 사회! 유성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