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지도위원의 300일 가까운 85호 크레인 농성과 희망버스로 인해 정리해고 싸움의 상징이 된 한진중공업. 그러나 이곳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가 이뤄지기 전에 2천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소리도 없이 공장에서 쫓겨났다.
첫날 발대식에서 정리해고 싸움에 혼신을 다해 새로 당선된 한진중공업지회 문영목 신임 수석부지회장은 지난 시기 비정규직 정리해고에 연대하지 못했던 과거를 반성하며, 정규직 정리해고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노동자는 하나라는 기조로 투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진중공업에서 쫓겨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하지 못한 것을 반성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 없는 공장’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것이었다.
희망이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얼굴
한진중공업 희망버스가 연대의 힘을 현장으로 불러들이는 것이었다면, 비정규직 희망버스는 비정규직 주체가 직접 전국의 비정규 현장으로 달려가 연대의식을 퍼뜨리는 것이 목적이다.
비정규직 800만 시대. 자본과 정치가 양산해 낸 비정규직 현상은 비정규직 현상으로만 끝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이 나쁜 일자리로 넘쳐나고 그것은 전 국민을 박탈과 결핍으로 내몰았다. 이제 그 박탈과 결핍에 시달려온 시민과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와 넘쳐나고 있다.
희망버스가 찾은 STX조선은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이 전체 노동자들의 81%에 이른다. 재벌들은 정규직 노동자 절반의 임금으로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쫓아낼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고 있다.
비정규직 희망버스는 이날 공장 정문에서 퇴근 선전을 하며 피곤에 찌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표정을 가슴속에 새겼다. 작은 월급이 아니라, 노동 강도가 아니라, 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얼굴을 지치고 피곤하게 만든 건 바로 차별과 암담한 미래임을 우리는 알 수 있었다. 희망버스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며 정당한 권리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해고당한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의 탐욕스러운 욕심 때문에 노동자들의 삶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게 지금의 현실인 것 같다.
현대차는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조차 “2년 이상 근무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정규직”이라는 판결을 무시하고 지금 이 시간에도 1만명에 달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착취해 매년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
정규직 선거를 틈타 자행된 무차별 징계
현재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는 ‘바지사장’들의 부당한 탄압에 맞서 휴게 시간 약식집회와 해고자 노동조합 출입 보장을 요구했던 조합원들 50여명에게 해고와 정직이 이루어졌고, 감봉과 견책까지 합치면 130여명이라는 최악의 징계가 벌어지고 있다.
2010년 11월 15일부터 시작된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으로 절차를 무시한 채 이뤄졌던 14명의 해고와 전 조합원의 징계를 자행한지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글로벌 기업이라는 현대차 자본은 치졸하고 비열한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더군다나 아름다운 연대로 비정규직 투쟁을 같이 해왔던 정규직노조가 현재 선거 국면인 시점을 틈타 벌어진 대규모 징계는 비인간적인 천민 자본의 행태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현대차 전주공장의 정규직 노동자들은 “단 한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공장에서 쫓겨날 수 없다”며 아름다운 연대를 보여줬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가 보여준 것도 바로 이것이다. 비정규직을 외면하면, 그 다음은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이라는 것이다.
비정규직 외면하면 그 다음 공격은 정규직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공장,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싸우자고 간절하게 호소한다. 그렇지 않으면 머지않아 우리의 일자리는 현대중공업 군산공장처럼 정규직 0명 공장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 바꿔야 한다. 더 이상의 착취와 차별이 없도록, 불법을 자행해온 탐욕스러운 자본가 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22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비정규 노동자대회를 통해 자본가들에 대항하는 99%의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의 희망을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