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서비스의 질과 관련종사자의 노동권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시간 당 단가가 8000원이 책정되어 있으며(최근에 4년만에 300원이 인상되었다), 이 중 2000원은 장애인활동보조 서비스 사업을 운영하는데 수수료로 서비스기관에게 가고 장애인활동보조인은 6000원을 받는다. 시간당 6000원이면, 최저임금 보다 높기 때문에 급여수준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애인활동보조인인 장애인을 만나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이나, 부수적인 비용 등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수준이다. 게다가 기관 간에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비용절감을 위한 자기 소모적 경쟁으로 오히려 서비스 질이 감소되는 경향도 나타난다. 그리고 장애인활동보조인과 코디네이터의 잦은 이직으로 인력자원의 숙련에 많은 노력이 소요되고, 비숙련자의 비중이 큰 만큼 서비스 질도 낮아진다.
2011년 7월부터 대구지역사회서비스 모임의 요청으로 대구지역 장애인활동보조인과 코디네이터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조사를 시행하였다. 장애인활동보조인에 대한 연구논문은 소수에 불과하고, 정부기관의 공식적인 연구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장애인 활동보조인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기초자료의 확보를 위해 실태조사 차원에서 대구지역의 185명의 장애인활동보조인과 22명의 코디네이터를 대상으로 조사를 시행하였고, 대략적인 조사결과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 조사에서 활동보조인의 성별 구조를 보면, 활동보조인의 대다수가 여성(86.5%)이며 남성은 전체의 13.5%에 불과하다. 이러한 경향은 장애인 활동보조인을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이 연구 결과에서 추후 이직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직무몰입도가 젊은 연령과 남성에게서 상대적으로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문화적으로 생계부양의 의무를 지고 있는 남성들이 월급여가 낮은 경우 지속적으로 그 직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성별 비대칭성은 더욱 고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삶의 경험이 풍부하고, 상대방에 대한 공감능력이 뛰어난 40-50대 여성이 장애인활동보조인의 업무를 더 잘 수행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성별의 비대칭적 구조는 활동보조서비스의 업무가 남성 활동보조인도 필요한 업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장애인의 가사일 및 일상생활에 대한 보조 업무 시 장애인 목욕이나 옷을 갈아입히는 등의 활동을 보조하는 경우 필연적으로 부딪히게 되는 성별의 문제가 그것이다.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보조하는 업무 중 성을 노출시켜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보조인의 업무는 남성의 역할이 필요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활동보조인과 장애인 간에 성별이 달랐을 경우 활동보조인이나 장애인이용자에게 상당한 스트레스가 되며, 활동보조인의 이직의도에 까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성별의 비대칭적 구조는 여성주의적 관점에서도 비판의 여지가 있다. 여성이 자신의 능력과 희망에 따라 일자리를 선택하기보다는 사회구조적으로 특정한 일자리를 수용하게 함으로써 여성의 성적 역할을 고정시킨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구조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장애인활동보조인의 월평균급여는 70만 9천원이었다. 지난 1년간 수령한 최저 월급여액과 최고 월급여액도 조사하였는데 최저 월급여액은 평균 57만 3천원이었고, 최고 월급여액은 평균 78만 5천원이었다. 장애인활동보조인은 시간당 6000원의 급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환산하면 월 평균 118시간을 근무하는 것이고 주당 근무시간으로 환산하면 30시간이 채 안되는 시간이다.
또한 활동보조인의 17.8%가 다른 근로수입원이 있으며, 지난 1년간 실업을 경험한 사람은 29.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애인 활동보조인의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구조를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가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목표로 보다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장애의 특수성에 따라 전문화된 서비스 수준을 갖추기에는 이들의 근로조건은 크게 미달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활동보조인의 사고와 근골격계 질환
본 연구에서 ‘지난 1년간 1주일 이상 근골격계 통증이 있었던 사람들 중에 통증강도가 ’작업 중 통증이 비교적 심하고 귀가 후에도 통증이 계속되는 정도’ 또는 ‘통증 때문에 작업은 물론, 일상생활을 하기도 어려운 정도’인 경우를 ‘근골격계 질환’으로 간주하여 근골격계 질환의 실태를 신체부위별로 조사하였다.
그 결과 장애인활동보조인의 어깨 근골격계 질환은 23.9%, 허리 근골격계 질환은 19.4%였다. 모든 신체부위 중 하나라도 증상을 가진 경우가 30.8%였다. 지난 1년간 ‘하루 이상 근무를 못할 정도로 다친 경험’은 11.4%였는데, 대부분 무리한 힘을 쓰거나 넘어짐, 떨어짐, 부딪침에 의해 발생한 사고로, 상지와 허리/엉덩이 부위에서 빈도가 높았다. 환자이동, 목욕시키기와 같은 근골격계 부담작업으로 인해 근골격계 질환이나 사고 발생의 가능성이 높을 수 있으며, 장애인활동보조 대상 장애인은 1급 장애인으로 활동보조인의 근골격계 부하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이러한 질환과 손상의 부담은 큰 사고가 아니면, 산재보험으로 처리하기보다는 아직까지 개인적으로 감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경증 손상에 대한 보상, 산재발생률의 증가로 인해 산업안전보건관리를 위한 추가적인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게 되면 기관의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정신건강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었는데 경도 우울증 이상(CES-D 21점 이상)인 경우가 13.5%으로 일반인구군에서 나타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장애인에 대한 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경우는 3.8%, 성폭력을 경험한 경우는 3.2%로 시설에 종사하는 사회복지사들이 경험하는 폭력의 수준보다는 낮았다.
코디네이터의 과도한 업무부담
코디네이터의 경우는 장애인활동보조인과는 달리 20~30대의 보다 젊은 연령인 경우가 72.7%였으며, 여자가 77.3%를 차지하였다. 즉 20~30대의 젊은 여성 코디네이터가 40~50대의 여성 활동보조인을 대상으로 코디네이팅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의미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4대 보험은 대부분 적용받고 있었으나, 연월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수당과 근로시간 대체 휴무가 없는 경우가 50%이상이었다. 코디네이터의 경우 근골격계 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심한 통증 이상을 지난 1년간 1주일이상 호소한 사례를 보면 어깨는 23.9% 허리는 31.8% 를 차지하였고, 모든 신체 부위 중 한 부위 이상에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무려 59.1%에 해당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대부분의 코디네이터들이 활동보조인의 업무를 병행하여 신체부담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뿐만 아니라 코디네이터는 담당 장애인활동보조인, 장애인 수에 대한 인력규정이 없어 한계이상의 대상자들 담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본 연구에서 코디네이터의 직무스트레스 수준을 보면 전국 표준집단에 대한 T점수가 61.8점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직무요구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표준집단의 평균점수가 50점일 때 코디네이터의 직무스트레스 중 ‘과도한 직무요구’항목 점수 평균이 상위 88%에 해당한다는 의미이다.
코디네이터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년 이내 현 직장에서 이직할 생각을 붇는 질문에 36.4%(8명)을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디네이터의 직무몰입도의 세부 문항을 보면, 자신의 직업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으나, 현재 직업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고 답변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 결과는 장애인활동보조제도의 운영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코디네이터들이 자주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서비스의 안정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열악한 노동조건을 견뎌내는 이유
이번 연구 결과뿐만 아니라 다른 연구에서도 관찰되는 특징 중에 하나가 간병인들의 직무몰입도가 예상외로 높다는 점이다. 직업에서 얻는 만족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활동보조인들의 업무가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일이라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감정노동 종사자들과는 달리 장애인과의 지속적인 관계형성으로 인해 감정노동이 보다 긍정적인 방식으로 발전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복지 분야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른 연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반면 경제적 압박을 심하게 경험하는 활동보조인일 수록 직무몰입도가 감소하는 결과가 나온 점도 주목해야할 지점이다. 이는 가계가 넉넉하여, 낮은 임금을 견뎌낼 수 있는 활동보조인만 일자리에 남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장애인활동보조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활동보조 서비스는 시간당 단가 8300원 중 약 25%정도가 기관운영을 위한 수수료로 지급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 확보된 장애인 수만큼 기관운영을 위한 비용이 만들어 진다. 물론 기관운영을 위한 충분한 비용을 확보하는 경우도 있으나, 약 30%의 기관에서는 기관운영을 위한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영세한 기관에서 최소한의 운영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가지 편법을 동원하게 되고, 이로 인해 서비스 질의 하락을 가져온다.
또한 수수료만으로 모든 것들이 알아서 해결되기를 바라는 중앙 또는 지방정부가 공공적 관리를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게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운영비용을 확보한 기관이라 하더라도 현 수수료로는 노동기본권 등 법적조건을 충분히 지키지 못하면서,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기관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장애인활동보조제도는 표면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급되지 않은 비용만큼 현장의 종사자들과 장애인들이 부담을 모두 감내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그동안 사회복지를 저소득층의 일자리 창출사업 위주로 판단하고, 복지예산을 소모성 비용으로 인식해온 것이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조건으로는 장애인활동보조인에게 최소한의 생계임금마저도 보장해주지 못하는 불안정한 일자리에 불과하다. 또한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장애인활동보조제도’가 일상생활에 더해지는 ‘선물’같은 것 아니라, 일상생활 자체를 할 수 있게 하는 생존의 문제이며,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권리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