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대학교에서 흔히 보는 청소노동자들을 ‘도급노동자’라고 한다. 도급은 대학이 용역회사와 어떤 일을 특정 기간 동안 완성할 것을 계약하는 것을 말하는데, 용역회사는 학교로부터 받은 용역비를 통해 도급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주게 된다. 그러나 대학은 임금만이 아니라 노동조건 전반을 용역계약서를 통해 결정하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용역회사가 도급노동자를 고용하더라도 학교가 실제 사용자가 되는 것이다.
주류경제학은 최소비용으로 최대이윤을 얻는 것을 경제학의 목적이라 한다. 이 원칙을 기억하면 왜 학교가 사회적으로 비판을 받는 도급계약으로 노동자들을 고용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대학은 보통 계약만료 시점에 용역회사들을 불러놓고 최소의 비용으로 입찰을 할 것을 강요한다. 왜?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이다. 그리되면 청소노동자 임금은 항상 최저임금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그녀들은 필요최소한의 인원배치로 고강도 노동을 하게 된다.
최저비용으로 낙찰을 받은 용역회사는 그 금액에서 더 짜내어 이윤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청소노동자를 몇 개월 일을 시킨 다음에 해고해서 퇴직금을 갈취하기도 하고, 주말이나 야간까지 일하게 하면서 그에 대한 정당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일을 은밀히 진행한다. 심지어는 쉬는 시간으로 규정된 시간에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일을 시키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현대판 노예제도가 아닐까?
간접고용노동자이기 때문에 부정되어야 하는 노동기본권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더욱이 이러한 형식적인 도급계약은 청소노동자들이 자신들이 권리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막고 있는 현실이다. 청소노동자들이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서 노동조합을 결성하면 학교에서는 용역계약해지로 노동조합활동을 와해시키려고 한다. 혹자는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노동조합을 만들지 않고 일을 열심히 한다면 해고되지도 않고 적절한 임금을 받으면서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노동조합이 없는 곳에서 일상적일 수 있다고 생각해 보라. 소장 같은 현장 관리자들이 고령의 여성노동자들에게 집에서 할 일이 없어 소일거리로 청소 일하러 온 ‘아줌마’들이라며 욕설과 성희롱은 기본이요, 밥까지 하게 하면서 노예를 거느린 왕처럼 군림하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말대답을 하면 너희는 하루살이이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일하지 않으면 해고해 버리겠다고 협박하면서 친인척 묘지 풀베기 시키고 최저임금도 안 되는 임금을 줄 때 말이다.
오늘도 건물 지하의 곰팡이 냄새가 물씬 나는 휴게공간에서 찬밥을 먹으며 노예처럼 일을 해야 하는 청소노동자들이 수십만이라고 한다. 여의도 큰 도로 양 옆에 줄지어 서 있는 빌딩을 지나가노라면 저기에는 얼마나 많은 청소시설관리노동자들이 현장관리자의 억압에 신음하고 있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노동기본권 보장을 통해 탄압받는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인권을 지켜내야 하는데 간접고용의 현실이 그마저도 막고 있는 것이다.
진짜 사장이 우리 문제 해결하라(직거래하자)는 메아리가 광장을 울리기를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사용자인 학교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진짜 사용자인 학교가 직접 노동조합과 교섭을 통해서 도급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이상 도급계약이라는 법적 사각지대를 이용해서 청소노동자들을 노예처럼 부릴 수 없도록 제도개선도 이루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이런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정답은 없다. 완벽한 정답이 없기에 한 걸음씩 내딛으면서 길을 만들어야 하고 그만큼 힘들고 피곤하다.
다만 노동자의 힘으로, 노동조합으로 단결하여, 실질 사용자인 학교와 대면할 수 있는 조건들을 만들어가는 것이 정답을 향한 여정이라고 본다. 공공노조 서경지부는 매년 반복되는 해고투쟁을 통해 용역업체가 바뀌더라도 고용승계를 약속하는 문서를 학교로부터 받아내는 투쟁을 했고 파업기간 동안 학교가 인건비를 인상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용역계약을 다시 쓰게 했다. 그리고 그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11년에는 49일간의 홍익대투쟁으로 간접고용노동자의 문제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또한 올해 상반기(이화여대, 연세대, 고려대, 고려대병원)와 하반기(동덕여대, 덕성여대) 집단교섭투쟁을 통해 통일단체협약 통일임금협약을 쟁취하여 서울지역 청소노동자들의 전체 노동조건 개선의 목적에 한 발자국을 내딛었다.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진짜 사장과 대면하고 진짜 사장을 상대로 교섭하고 진짜 사장이 우리 문제를 책임지게 하기 위한 길을 걷고 있다. 2012년 상반기에도 49일 투쟁을 이겨 낸 홍익대를 비롯해 연세대, 이화여대, 고려대, 경희대 등 대학분회들이 상반기 집단교섭투쟁을 다짐했다. 올해 상반기 집단교섭투쟁 과정에 연세대 어느 조합원은, 하청업체가 바지사장에 불과하니 교섭과 관련하여 (원청과) “직거래하자!”고 외친 바 있는데, 어느새 청소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직거래’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원청사용자책임을 뜻하는 말로 자리잡히게 되었다. 우리는 10월 22일에 열리는 비정규노동자대회에서 “진짜 사장이 우리 문제 해결하라!”는 외침으로 집단교섭투쟁의 서막을 진행하고자 한다. 그리고 우리 문제만이 아니라 전체 간접고용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연대하는 의지를 다지는 시간을 비정규직노동자대회에서 가지려 한다. 그 시간에 광장을 울리는 메아리를 듣고 싶다.
비정규직노동자대회, 간접고용노동자들의 연대의지 모아내자
이번 비정규직노동자대회에 그 목소리를 힘차게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비정규직노동자대회는 ‘감응’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 사업장의 내 문제만을 목 놓아 외치는 자리가 아니라 달아오르는 투쟁의 열기 속에서 ‘너’의 온기를 ‘내’가 느끼고 ‘나’의 온기를 ‘너’가 느끼는 투쟁열기 속에서 2012년 간접고용노동자들의 연대의지를 다지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가자! 비정규직노동자대회로!! 직거래, 하자! 2012년 간접고용노동자들의 투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