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8일 정몽준 의원이 자서전 사인회 차 울산에 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라고 촉구하기 위해, 필자는 산재사고로 3개월 넘게 치료중인 남편을 대신하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정몽준 의원실에 보냈던 항의서한을 들고 정몽준 의원을 만나러 집을 나섰다.
그런데 집을 나서자마자 집 앞에 대기하고 있던 낯선 차량 한 대가 필자를 미행하기 시작하더니, 골목길을 지나 대로변을 나가려고 하는데 또 다른 차량 한 대가 필자의 차량 앞을 가로막아버렸다. 하는 수 없이 필자는 차에서 내려 영업용 택시를 타고 정몽준 의원 자서전 사인회가 열리는 장소로 갔다. 그런데 더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필자의 차량을 앞뒤를 막은 사람이 바로 남편의 직장동료이자 전직 노동조합 대의원들이었다는 사실이었다.
▲ 삼산 현대백화점 앞에서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한미선 씨 |
정몽준 의원의 자서전 사인회장 도착 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필자가 일인시위를 하려고 피켓을 들자마자 건장한 남성 50여명이 삽시간에 우르르 몰려와 필자를 에워싸 버렸다. 필자가 몇 발자국만 이동해도 이들 중 일부는 몸으로 필자를 밀며 필사적으로 일인시위 이동을 방해하였다. 일인시위조차도 폭력탄압으로 일관하자 필자는 관할 경찰지구대에 도움을 요청했고, 관할 지구대 소속의 경찰 두 명이 필자를 찾아왔다. 하지만 경찰은 일인시위를 보호해주기는 커녕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상황을 확인하고 난 후 차량을 주차시켜놓고 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자본의 탄압에 저항하는 한 노동자의 아내에게 전직 노조 간부가 자본의 편이 되어 나서는 행위, 주부 일인의 일인시위에 건장한 남성 50여명이 인간산성을 쌓는 모습, 헌법이 보장하는 일인시위 보호 요청을 외면하는 경찰의 행동. 이들에게 묻고 싶다. 자본의 주문인지? 자신들의 소신인지? 자발적인 비굴인지? 막가파식의 몰상식이 판을 치는 곳에서 2시간의 치떨리는 일인시위는 항의서한 전달 무산과 함께 끝이 났다.
▲ 필자의 일인시위 장소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낯선 건장한 남성들. |
3년 가까이 '협약서' 불이행이라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추잡한 행위가 폭로되는 것 또한 시간이 걸릴 뿐이다. 살인적인 심야테러도 모자라 합의한 '협약서'조차도 이행하지 않고, 이 사건이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어리석음과 그에 따른 책임 또한 점점 무거워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생존권을 요구하는 노동자 민중들에게 가해지는 용역, 경비대들의 폭력 문제가 사회 문제로 되고 있는 지금 현대중공업의 경비대가 남편에게 저지른 심야테러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생존권을 요구하는 노동자 민중들에 대한 테러와 폭력은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차원에서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 공간을 통해 지역과 전국으로 알려 나갈 것이며, 어떠한 희생과 고통이 따르더라도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을 다시 한번 현대중공업 사측에 분명히 밝혀둔다.
현대중공업 심야테러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항의서한
지난 2008년 9월 28일부터 2009년 1월 23일까지 30여명의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사측의 부당한 해고에 저항하여 강도 높은 복직투쟁을 벌였으며 이 복직투쟁에 15명의 현대미포조선 정규직 노동자들이 연대하였다.
4개월간의 원, 하청 연대투쟁은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전원 복직합의로 종결되었지만 당시 현대미포조선 정규직 노동자 15명의 대표를 맡아 투쟁했던 김석진 노동자는 투쟁과정에서 발생되었던 현대중공업 경비대의 집단 심야테러 후유증으로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병원치료를 받아오면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당시 가해자였던 현대중공업은 사회 각계각층의 비난과 해결촉구요청에도 불구하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석진 노동자에 대한 현대중공업 경비대의 심야 테러사태의 전모는 다음과 같다.
2009년, 1월17일 23시 30분경, 오토바이 헬멧으로 복면한 현대중공업 경비대 50~60여명이 소화기와 쇠파이프, 각목 등으로 무장하고 현대중공업 소유 소각장 옆 인도에 설치된 농성장을 쳐들어와 소화기를 뿌려 앞을 볼 수 없도록 만든 후, 취침준비를 하는 김석진 노동자를 지목하여 집중적으로 테러를 가하였으며 김석진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자 농성물품과 수대의 차량을 부수고, 농성장 주변 물품 모두를 불태워버리고 도주한 사건이다.
당시 그 주변에는 전경차 1대와 30여명의 경찰병력이 배치되어 있었으나 불법테러를 자행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경비대를 제지하거나, 현행범으로 체포하지도 않았으며 심야테러 몇 시간 후 경비대들은 경찰들이 보는 앞에서 승용차 20여대를 나눠 타고 유유히 공장문을 빠져 나갔다.
위 사건과 관련, 국회차원에서 2009년 국회 진상조사, 2009년 경찰청 국정감사, 2010년 울산지방경찰청 국정감사 등 강력한 문제제기와 사회적 고발이 이루어 졌지만 가해자인 현대중공업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시 테러를 당한 김석진 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두 딸은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대중공업 앞에서 일인시위 등을 해오면서 사태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일인시위 등을 지속하며 심야테러 해결을 요구하자, 김석진노동자의 소속 사업장인 현대중공업그룹 소속 현대미포조선은 문제해결이 아니라 온갖 탄압으로 맞섰다. 현대미포조선은 이른 새벽 노무관리자들을 동원하여 자택을 감시하고 미행하였으며, 유인물 배포와 일인시위까지도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연이은 형사고발을 하였다.
김석진 노동자는 이로 인해 수 백 만원의 벌금을 납부하기도 하였으며 법원의 업무방해금지 가처분결정으로 1인 시위, 언론사 인터뷰, 의견 글 기고 등 거의 모든 행위들에 대하여 제약을 받고 있으며, 현대미포조선의 연이은 인사위원회의 개최와 중징계 결정으로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함께 현장에서 노동하는 동료들은 사측의 압박에 못이겨 김석진 노동자가 출근하는 현장사무실 입구에 김석진 노동자를 비방하는 현수막 3개를 수개월간 설치하기도 하였으며 사내 점심시간, 작업반장이 식당까지 동행하는 등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목적의식적으로 현장 동료들로부터 왕따를 시켜, 계속되는 병원치료와 정신적 고통으로 삶 자체가 파탄에 이를 지경에 처해있다.
세계적 대기업인 현대중공업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 요구에 심야테러를 가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한 노동자에 대해 온갖 물리적, 정신적 탄압을 자행하고 있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심야 백색테러와 개인에 대한 참혹한 탄압이 세계적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대한민국 땅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으며 이러한 행위들이 노동현장에서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민주노총은 가해자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이자 실질적 권한을 가진 정몽준 국회의원이 이 사태의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하며,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조속한 시일 내에 강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요구]
- 가해자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이자 실질적 권한을 가진 정몽준 국회의원은 현대중공업 경비대의 심야테러행위에 대해 공개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하라.
- 현대중공업의 경비대 심야테러로 2년3개월째 병원치료를 받고 있는 현대미포조선 김석진 노동자에 대한 현안문제를 해결하라.
- 합의과정에서 언론에 비공개하기로 하고 현대중공업 사측과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간 합의한 협약서를 즉각 이행하라.
2011. 4.29.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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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선씨는 현대미포조선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김석진 의장의 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