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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공정률 0%, 팔당 두물머리를 지키자

[기고] 그곳으로 가자! 두물머리 강변가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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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숨 쉬는 평온한 땅, 두물머리

두물머리 강가는 평화로웠다.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북한강과 남한강, 선듯한 바람에 한들거리는 갈대들, 누렇게 고개 떨군 벼이삭과 그 사이를 우르르 몰려다니는 오리 떼, 폴짝이며 달아난 개구리가 숨은 쟁반만한 배추들까지 모든 것이 그저 무심하게 가을을 맞이했다. 이곳 농부들은 오늘도 아무 일 없는 듯 농사에 여념이 없다. 봄철 딸기 체험이 한창일 때보다야 인적이 드물지만 양상추를 심고 내년 봄 출하할 딸기 모종을 가꾸고 파프리카를 수확하는 농부들은 바쁘다.

사진설명왼쪽; 두물머리 배추밭. 밭 뒤로 갈대숲과 북한강이 보인다. [사진: 디온] / 오른쪽; 오리를 풀어 친환경 농법으로 쌀을 생산하는 논[사진: 팔당공대위]

아시다시피 이곳의 모든 작물은 유기농으로 재배한다. 수도권 2,500만의 식수원인 팔당 상수원 보호구역 내에 있기 때문이다. 상수원 보호구역으로서 각종 규제에 시달리면서도 이곳 주민들은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깨끗한 물을 보존한다는 자부심으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왔다. 밭에 지렁이똥이 우르륵 수도 없이 쌓여있는 것을 보면 이곳의 생태계가 얼마나 잘 보존되어있는지 알 수 있다. 강물은 유유히 흐르며 이 땅에 풍요를 실어오고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을, 오래 전부터 그러했을 풍경을 펼쳐 보인다. 나는 이런 모습이 강과 사람이 만나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믿는다. 이제 곧 겨울이 되면 작년에 왔던 하얀 고니들이 다시 날아와 얼어붙은 강 위에 꾸벅꾸벅 졸며 앉겠지... 그런데 오늘 또다시 이 모든 것이 한 순간 잿빛 기억이 될 것 같은 불안에 휩싸인다. 한 통의 문자가 날아왔기 때문이다.

“행정대집행 마지막 계고장 받고 보니 열 받네요. 10월 5일까지 자진철거하래요.”

3차 계고장, 철거를 종용하는 정부

사진설명세 번째 계고장. 2011년 10월 5일까지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하겠다고 한다.[사진: 팔당공대위]
4대강 사업에 맞서 두물머리를 지키고 있는 한 농부의 메시지다. 기어이 강제철거를 시도할 모양이다. 얼마 전부터 경기도와 도 건설본부에서는 구체적인 협박을 시작했다. 지금 팔당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유기농대회(9.26.~10.5.)가 끝나면 유기농업의 발상지인 두물머리를 강제 철거하고 4대강 사업을 강행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며칠 전 농부들의 무거웠던 침묵이 떠올랐다. 그날 저녁에는 지난 3년간 찍어온 플래카드를 모아 넓은 들에 하나씩 내걸었다. 그리고 오늘, 세 번째 계고장을 받았다.

몇몇 지인들에게 이 다급한 소식을 전하니 잘 믿지 못한다. 사실 두물머리 농부들이 올해 초 4대강 사업 관련 소송에서 정부를 상대로 처음 승소해 점용권을 인정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두물머리에 대해 농부들이 2012년까지 점용허가를 받아 농사를 짓고 있었고 유기농업의 발상지로서 큰 가치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4대강 사업내용을 당장 진행할 근거가 없다는 판결이 난 것이다. 4대강 사업 관련 소송에서 정부가 패소한 전무후무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었다. 이날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부르며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물론 양평군은 곧장 항소를 했고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며 10월 5일 마지막 심리를 한다. 이 와중에 계고장을 날리는 정부의 속셈은 무엇일까? 강제철거라니, 도대체 전시장과 자전거도로를 놓기 위해 이렇게까지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문수, 유기농민 몰아내고 유기농대회?

복잡한 심정을 가슴에 담은 채, 어제는 두물머리 농부들과 함께 17차 세계유기농대회의 개막식이 열리는 남양주체육문화센터에 갔다. 110개국에서 온 2천여 명의 참가자들이 김문수 도지사의 개회사를 듣는 자리였다. 농부들의 손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위선을 알리는 전단이 들려있었다. 경기도는 4대강사업 이전까지는 두물머리를 비롯한 팔당 지역의 친환경농업을 육성해왔다. 그 무렵 팔당 지역에 세계유기농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김문수도지사가 이탈리아 모데나에 갔고, 두물머리의 한 농부도 다른 팔당 농부들과 동행하여 힘을 보탰다. 결국 세계유기농대회를 팔당에 유치할 수 있었다. 그런데 4대강사업으로 팔당의 많은 친환경 농지가 사업 구간에 포함되어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경기도는 4대강 사업으로 피해를 입게 될 억울한 농민들을 보호해야 할 터였다. 그러나 경기도는 입장을 바꾸었다. 언론에는 경기도가 4대강 사업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면서도 농민들을 회유하고 협박하여 이주협상을 주도했다. 두물머리 유기농민들이 끝까지 저항하자 작년에는 온갖 공격을 퍼부었다. ‘유기농업이 발암물질을 생성한다’고 라디오 광고를 하고, 면사무소에 두물머리를 개발해야한다는 선정적인 전단도 돌리고 급기야 경기도 홈페이지에 강변에서 농사지어서 강이 똥물이 되었다는 내용의 만화를 올렸다가 사람들이 여기 저기 퍼나르고 비난하자 얼른 증거자료를 내려버렸다. 작년 국정감사 때 이에 대해 질의하자 김문수는 유기농업이 발암물질을 생성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유기농민들을 강변을 독점하는 이기주의 집단으로 매도했다. 앞으로는 어떨까? 두물머리에 공권력 투입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경기도이니 말이다.

사진설명4대강 사업 이후, 매일 천주교 미사가 진행되는 두물머리. 한 농부가 미사 후 생각에 잠겨있다.[사진: 봄눈별]

4대강 사업, 무엇을 바라나

다가오는 10월 22일 대대적인 4대강 사업 준공행사를 계획하고 있는 정부는 두물머리라는 이 예외적 존재가 눈엣가시 같으리라. 어쩌면 두물머리를 이에 맞춰 철거라도 하고 싶은지 모른다. 혹은 얼른 친수공간을 개발해서 수자원공사의 파탄난 재정을 메워야 하는 시급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 모든 것이 한 순간에 포크레인에 찍혀나갈지 모른다. 제방을 쌓고 전시장과 공연장을 만들어 시민들이 이용하게 한다는데, 환경영향평가도 날림으로 한 국토해양부, 빚더미에 앉은 수자원공사가 이 공간을 어떻게 변형시킬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지난 30여 년에 걸쳐 힘겹게 친환경 농업을 정착시키고 수많은 체험객을 유치하고 수도권 시민들에게 친환경 농산물을 제공하면서도 수질을 보호해왔던 이 지역 사람들의 피땀어린 노력은 한 순간 물거품이 될 것이다. 더불어 강물이 오염되고, 결국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시민들의 식수가 위험에 처할 것이다. 이미 깨져버린 지역공동체는 더 이상 서로 협력하는 지역 발전의 모델을 창출하지 못할 것이다. 정부의 몰상식은 그저 무식함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강과 강 주변의 모든 삶을 송두리째 파괴한다. 두물머리 농부들은 바로 그래서 지금껏 물러설 수 없었다. 물러서기는커녕 이들은 지난 몇 달 간 두물머리 지역을 생태적으로 더 잘 보전하고 유기농업의 발상지로서 가치를 드높이기 위한 대안을 마련했다.

두물머리의 미래,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지난 9월 초, 2심 재판 과정 중에 정부 측 관계자는 공사에 대한 최종 설계도가 아직 없음을 실토하였다. 농민들을 내쫓고 전시장이나 자전거도로 등을 만든다면서, 공사를 시급히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강제철거 하겠다고 윽박지르면서, 실제 철거 이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조차 분명하게 밝히지 못하는 것이다. 한편 두물머리 농부들은 얼마 전 대안을 발표하였다. 지난 몇 년간 이미 두물머리의 비전에 대해 공부하고 논의해오던 ‘퍼머컬쳐’*의 원리를 토대로 교수와 전문가들을 모셔 몇 달 전부터 ‘두물머리대안연구단’을 꾸려온 결과였다.


이렇게 마련된 대안은 두물머리를 지금보다 더 생태적인 공간으로 만들면서 동시에 두물머리 농민들과 지역의 다른 주민들, 그리고 이곳의 방문객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공간 계획과 미래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 그것은 구체적으로는 농지의 면적을 줄이고 배치를 바꾸며, 초지를 강변 따라 더 넓게 조성하며, 둘레길을 좀 더 친환경적으로 만들고, 두물머리의 상징성에 맞게 생명, 평화, 치유의 공간으로 계획하는 것이다. 어느 수변공간에나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정부의 개발보다 더 이 지역 특수성을 살리고 생태적인 대안임은 말할 것도 없다. 10월 4일, 두물머리 농부들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이 내용을 좀더 알리고 정부 각 부처에 전달할 계획이다.

그곳으로 가자! 두물머리 강변가요제!

그간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진 농지가 여의도의 30배, 쫓겨난 농민이 2만 4천여 농가에 이른다. 그러나 두물머리는 아직까지 4대강 사업 공정률 0%다. 두물머리는 이미 4대강 사업의 마지막 저항지로서, 현장 농민들이 직접 투쟁하는 마지막 거점으로서 상징적 공간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처음 함께 싸웠던 80여 농가 중 4농가만이 남았다. 이들은 지금 지역 사람들로부터도 고립되고 있다. 몇 안 되는 농부들이 이 거대한 권력에 저항하느라 농사지으면서 재판가고 집회 나가고 벌금 맞고 밤샘 회의하고 간담회하고 방문객들 챙기고 대안연구에 참여하고 술 마시며 스트레스 푸느라 가족들과 소원해지는 일도 많다. 농부들의 삶은 변했다. 안타깝게도 서서히 극단으로 내몰리고 있다. 성자처럼 하루하루 이 땅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는 삶이 얼마만큼의 고통인지, 곁에서 보고 있는 사람들마저 가슴이 이미 새까맣게 타버린 것 같다.

부디, 사람들이 두물머리 농부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보내면 좋겠다. 매일 밤 뒤척이며 흘러가는 강물들에게 고개 숙여 애도하는 시간도 가지면 좋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배추와 양상추와 파프리카와 기념촬영을 해도 좋겠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앙갚음을 어찌할지, 후사를 논하기에도 적절한 타이밍이다. 보를 철거하고 콘크리트 제방을 걷고 지역 공동체가 다시 끈끈하게 맺어져 강물과 함께 살 날을 다시 말해보자. 그렇게 두물머리를 지켜나가자. 마침 10월 15일 토요일에 두물머리에서 강변가요제를 한다. 인디밴드들과 마음 따뜻한 가수들이 찾아와 노래를 부르고 한쪽에선 먹거리 장터와 벼룩시장이 열린다. 두물머리 농부들과 막걸리 한 잔 나눌 기회도 있을 것이다. 밤이 깊어지면 별빛 쏟아지는 강가에서 영화상영이 이어진다. 언젠가 두물머리에 다녀갔다면 다시 한 번, 아직 두물머리를 방문한 적이 없다면 더더욱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강가의 밤바람에 몸 따숩게 할 각종 채비를 하시고 텐트와 식량과 설렘을 가지고 삼삼오오 두물머리로 꼭 한 번 오시기를 청한다.

* 퍼머컬쳐 : 지속가능한 농업을 뜻하는 퍼머컬쳐는 ‘영구적인(permanent)’과 ‘농업(agriculture)’의 영문 합성어다. 환경이 파괴된 고향마을을 회생시킨 오스트레일리아 공동체 운동가 빌 몰리슨이 만든 말이자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유기농업을 넘어서 지속가능한 생산 및 거주시스템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방법론으로 발전해왔다. 현제 생태적인 마을 디자인, 귀농운동 등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출처: 주간 인권신문 [인권오름]
덧붙이는 말

김디온 님은 ‘8당은 에코토피아’ 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월간 참여사회’에 기고한 글을 조금 수정하고 내용을 보태 썼습니다.)

  • BT

    눈물이 핑돌다돌다 뚝! 떨어질만큼 멋찐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