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선고를 받은 8명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사노련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검찰은 8월 19일 사노련 울산 현대차, 철도 ‘노동자 투쟁’ 현장 신문과, 노동전선 토론회 발제문, 2010년 노동절 유인물 배포 채증 사진 등 33개 증거 서류를 추가 증거 목록으로 제출했다.
▲ 오세철 교수 [출처: 자료사진] |
검찰의 항소심 주요 논거는 “사노련 사건 이 후에도 이들은 여전히 자본주의 전복과 프롤레타리아 독재, 폭력혁명, 무장봉기를 주장하고, 강령 연구 글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이적표현물 추가 증거 목록 제출 중에서 주목할 내용은 오세철 교수가 2011년 맑스코뮤날레에서 발표한 ‘계급의식, 계급 무의식 그리고 혁명’이라는 학술 논문이다. 검찰은 이 글이 계급혁명을 고취하기 위한 글이라고 주장했다.
사노련 항소심 결심 공판 일정은 9월 30일 오후 4시 30분 서울고법 형사8부, 312호에서 열린다. 참세상은 오세철 명예교수의 항소심 최후진술문을 싣는다.
항소심 최후 진술
항소심 처음 진술에서 나는 유죄판결을 내린 1심결과에 대해 법리적 해석을 넘어 다음과 같이 근본적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첫째, 판결에 언급된 모든 준거가 사노련이 발간한 이론지, 신문과 책자에 실린 글에 한정되어 있어 앞으로 학교, 연구소 그리고 모든 사회운동단체가 발간하는 출판물이 광범위하게 공안기관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법부의 가장 잘못된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
둘째, 국가 변란의 명백하고 실질적 위협이 된다는 증거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죄판결을 내림으로써 “국가보안법” 취지조차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최악의 판결 선례를 남겼다는 사실.
셋째, 글 하나 하나를 유죄, 무죄로 재단함으로써 재판부의 자의적 판단이 판결의 잣대가 되었고, 학술지에 실리는 이론적 논문까지 유죄로 판결하는 웃지 못 할 선계를 남겼다는 점이다.
항소심에서 검찰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첫째, 사노련의 현장신문 둘째, 사노련 해산 이후의 개인 활동의 문건, 셋째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이론적 논문 등을 포함시켜 사노련과 관련 없는 활동에서 발표한 글들이 사노련 재판의 증거자료가 되어 검찰의 기소와 항소가 개인들의 표적 수사였음이 명백해졌다.
항소심은 단순한 상급심이 아닌, 시대착오적 검찰의 기소에 부분적 타협을 한 1심의 판결을 뒤집는 근본적 변화를 이룩하는, 사상 표현의 자유와 그 실천의 자유를 보장하는 문명사회의 정의롭고 공정한 재판이어야 한다고 우리 모두는 생각한다.
여기서 다시 한 번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자본주의 위기가 필연적이고 인류를 야만과 전쟁으로 몰아넣고 생태계의 파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사노련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자본주의 위기가 국가 부채, 저성장, 양극화, 실업과 정리해고, 질병과 영양실조 등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단기적 처방이 긴축재정, 유동성 공급, 복지 축소로 나아가 노동자에 대한 전면적 공격으로 이어져 인간답게 살려는 노동자의 몸부림과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노동자 투쟁, 영국 젊은 세대의 폭동, 칠레의 공공교육투쟁, 이스라엘의 대중투쟁,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민주 혁명, 그리스, 스페인, 프랑스, 독일의 노동자 투쟁,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의 노동자 투쟁, 우리나라에서의 한진중공업 등의 정리해고 반대투쟁, 현대자동차, 재능교육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이 최근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노동자 민중의 필연적 흐름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 위기와 근본적 모순은 자본주의가 인류를 구원하는 사상과 제도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이에 대한 끊임없는 과학적 분석과 실천적 증거를 공개적으로 알려, 자본주의가 노동자들의 삶을 피폐화시켜 죽음으로 내몰고 있고 이를 벗어나는 투쟁이 피할 수 없음을 노동자들이 깨닫게 하는 것은 맑스주의자의 역사적 책임임을 다시 한 번 밝힌다. 그뿐 아니라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해방된 삶을 누리기 위한 싸움에 함께 연대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일도 더욱 중요한 맑스주의자의 사명임을 강조하고 싶다.
따라서 사노련과 같은 조직을 만들고 실천한 우리들의 주장과 활동은 오히려 칭찬과 존경의 대상이지 비난과 혐오의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더더욱 법적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만일 앞으로도 이러한 사상 표현과 실천에 대해 국가보안법과 같은 시대착오적인 잣대로 재단하려 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그에 맞설 것이고 뒤로 물러나 움츠려 들지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의 우월성을 말하고 그 체제의 유지를 위해 실천하는 모든 세력은 노동자 민중 앞에 당당하게 나서서, 자신들과 사상적으로나 실천적으로 대립하는 맑스주의와 혁명적 사회주의들과 경쟁하고 노동자 대중에게 검증을 받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오직 역사의 심판과 노동자 대중의 자발적 선택만을 바랄뿐이다.
자본주의 위기를 근원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야만의 체제를 넘어서는 인류의 희망, 곧 자유로운 개인이 연합하는 노동해방사회임을 확신하면서 전 세계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을 통해 그 사회가 실현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