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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나러 가는 희망의 버스

[4차 희망버스] 더 많은 김진숙을, 더 빛나는 소금꽃을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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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대한 비난여론과 국회의 청문회를 피해 50여 일간 해외에 체류하고 있었던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극비 귀국한 후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 회장은 국민 앞에 사과하는 형식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몇 가지 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일이었기 때문에 정리해고는 철회할 수 없고 김진숙 지도위원은 크레인에서 내려오고 희망버스는 운행을 멈추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결국 조 회장이 귀국한 이후에도 김진숙 지도위원은 85호 크레인 위에서 내려올 수 없고 희망버스 승객들은 그 네 번째 운행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차례의 희망버스는 2008년 광우병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이후로, 다시 한 번 우리 국민들의 자발적 사회참여가 가진 힘을 보여준 놀라운 일이었다. 국민 한 명 한 명의 작은 목소리와 바람이 모이면 정치권을 움직이고, 보수언론의 논조까지 바꾸어 왜곡된 여론을 바로 잡을 수 있다는 한줄기 희망도 확인 할 수 있었다.

[출처: 미디어충청]

지금 당장 자신이 겪고 있는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주말시간과 적지 않은 경비를 들이며 전국에서 부산 영도로 모인 연인원 2만여 명의 희망버스 승객들. 땀으로 세수를 하고 빗물로 목욕을 하며 최루액으로 머리를 감으면서도 아무 불만 없이 김진숙 지도위원과 멀리서 눈인사 한번 하기 위해 몇 시간을 돌고돌아 산을 넘고 날이 밝을 때 까지 노래하고 춤추며 울고 웃었다. 아무리 희망버스 승객들을 모함하고 그 진심들을 왜곡하려고 해도 이들의 눈을 보고 웃음을 들으면 누가 옳은지 단박에 알 수가 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거나, 억지로 하는 일이라면 그런 맑은 눈빛으로 밤을 지새우고, 그런 해맑은 웃음으로 서로를 바라 볼 수가 없지 않겠는가?

물론, 안타깝고 답답한 한국 근대사의 산물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라는 걸출한 조직이 부산이며, 대한문이며, 강정마을이며 할 것 없이 출몰하고 있고, 노무현의 적자임을 자임하는 어떤 도지사는 희망버스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정치권은 절대 희망버스에 승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진보적 단체에서 재벌개혁에 관한 활동을 하던 모 교수도, 스스로를 진보논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 모 연구소의 한 인사도 희망버스에 대해 비판의 말을 던졌다.

둘째라가면 서러울 우리 사회 지식인들의 주장이니 분명 논리도 있고 맞는 말도 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신봉해 온 지난 정권의 핵심 권력자로서 희망버스가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지식인으로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고, 희망버스라는 운동의 방식에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들의 오류나 비겁함을 감추기 위해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과 국민들의 아름다운 희망을 짓밟지는 않기를 바란다.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지식'이 자신들을 어디로 이끌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을까 안타깝다. ‘객관적’이라는 말 다음에는, ‘확신’이라는 단어 뒤에는, 분명 책상에 앉아서는 제대로 볼 수 없는 진실이 있다는 것을 깨닫기를 바란다. ‘확신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기 전에 지금이라도 구조의 손을 내밀어 희망버스에 올라타면 좋겠다.

나는 경제전문가나 노동문제연구가가 아니기 때문에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가 어떤 경제적 효과가 있는 일인지, 김진숙 지도위원이 크레인에서 무사히 내려오고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가는 데에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신문과 인터넷을 열심히 열독하였지만 깊게 고민하고 연구해 본 적도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처럼 무엇이 잘못되었고, 함께 사는 길이 어떤 것인지는 알고 있다.

170여 명의 직원들에게 정리해고를 일방적으로 통지하고 174억 원 상당의 주식과 현금을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일이 비상식적인 일이라는 것을 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정리해고를 해야 한다는 말이 무능한 경영과 대주주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비도덕적인 경영의 결과물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비겁한 변명이라는 것도 안다. 회사를 위해 정리해고를 단행한다고 악어의 눈물을 흘리면서도 노동자들처럼 거리에 나 앉는 재벌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디 정리해고의 문제, 비정규직 양산의 문제가 어디 어제, 오늘의 문제이고, 한진중공업만의 문제겠는가? 쌍용자동차, 유성기업, 발레오공조코리아, 콜트콜텍, 재능교육비정규직 등 일일이 이름을 열거하는 것만으로 숨이 찰 정도로 많은 직장에서 쫓겨난 수천 명의 정리해고자들, 1천만 명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내 형제고, 내 벗이고, 바로 내 자신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도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신봉하는 집권세력들이 정리해고와 구조조정만이 기업의 살길임을 내세우며 ‘정당방위’를 주장하면서 그 어느 누구도 노동자들의 삶을 위한, 그 가족들의 일상을 지키기 위한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그 결과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구호는 더 이상 상징적인 외침이 아니었다. 우리 곁에서 일어나는 실제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러 현실을 알고 희망버스에 올라타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겠는가? 희망버스에 몸을 실을 수 없는 처지라면 마음이라도, 작은 정성이라도 실어 보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김진숙 지도위원과 박성호, 박영재, 신동순, 정홍형 네 명의 조합원들이 무탈하길 바란다. 네 번째 희망버스가 8월 27일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희망버스가 서울로 온다고 하니 경찰과 검찰은 희망버스 기획단에 대해 ‘체포영장’, ‘사전구속영장’ 운운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26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다양하고 재미있는 행사들이 서울 곳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우리는 김진숙을 만나기 위해 희망버스를 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자신을 만나기 위해 희망버스를 타는 것이다. 서울에서 더 많은 김진숙을, 더 빛나는 소금 꽃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