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이른바 중증장애인들이 보통 노동과 만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복지관 등의 기관에서 직업재활훈련을 열심히 받습니다. 하지만 직종이 그리 다양하지 않아 아주 단순한 부품 조립, 단순 가공, 제과제빵 기술 등이어서 자신의 적성에 맞는 기술을 배우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여기서 일정하게 훈련을 하면서 보호작업장과 같은 직업재활시설이나 사회적기업과 같이 생산력 증대와 이윤 추구보다는 장애인의 사회활동 참여를 높이는 데에 보다 목적을 두는 기관에 자리가 나면 연계가 됩니다. 그런데 이런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장애인의 평균 임금은 24만원입니다. 믿기시나요? 한 달 임금이 24만원이라는 것이. 이렇게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장애인은 근로기준법 상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사회적 기업들도 이윤이 나지 않으면 정부의 지원이 끊겨 폐업을 하거나 빚을 지면서 유지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당연히 여기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언제 해고를 당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증장애인이 이렇게라도 들어갈 수 있는 시설과 기업은 매우 한정되어 대기자가 줄을 잇고 있지요. 물론 일반기업도 장애인이 들어 갈 경우를 대비한 제도가 있습니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이라는 것이 있어 일반기업은 전체 직원의 2%, 공기업은 3%를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합니다. 이를 안 지키면 벌금을 내야하죠. 많은 기업은 벌금을 냅니다. 벌금이 적기 때문이죠. 공기업도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는 것은 똑같습니다.
어쨌든 벌금을 내면 그 벌금으로 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에 장애인고용장려금을 줍니다. 여기서 모순을 발견하셨나요? 기업들이 장애인을 많이 고용할 경우 벌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고용장려금으로 지급할 예산이 적어집니다. 이런 모순적인 제도를 고칠 것을 수년간 제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는 의무고용률을 위반하는 기업에게 부과할 벌금을 올리는 것도, 장애인고용을 위한 안정적인 예산 확보에도 아무런 의지가 없습니다.
‘일반적인’ ‘비장애’ ‘남성’ 정도의 노동력을 평균으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을 부여하고, 한 인간의 인간다운 삶보다 기업의 이익이 사회의 이익으로 환원되는 사회가 바로 한국사회입니다. 어느 누구보다 불안정한 노동의 한복판에 있는 장애인들이 비정규직의 현실에 함께 울분을 터뜨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우리가 방패막이로 이용당하는 사람들이 됐습니다. 여전히 장애인은 수동적이고, 혼자서는 무엇도 할 수 없는 존재라는 낙인이 어버이연합회의 피켓 문구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던 것이죠. 이런 공감과 공분으로 장애인운동가들도 함께 했던 2차 희망버스 후 3차 희망버스도 역시 함께 했습니다. 그 전날까지 2박3일의 장애인운동활동가대회로 녹초가 된 상태에서 다시 우린 영도에 모였습니다. 그리고 함께 구호를 외치고, 함께 노래를 부르고,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이 땅의 불안정한 노동으로 고통 받는 이들의 고통이 우리의 고통이고, 이들의 고통이 없애는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4차 희망의 버스가 시작됐습니다. 당연히 우리도 이 자리에 함께 합니다. 아무리 견고한 벽이라도 많은 이들이 함께 한다면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배웠고 경험했기 때문이죠. 아! 그리고 이 희망의 버스 물결에 전국 곳곳의 장애인들도 투쟁하고 있습니다. 서울 시청역 지하에서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이동권 보장을 위한 천막농성이, 부산 시청 광장 앞에서 장애인 생존권 확보를 위한 천막농성이, 경기도 수원역 앞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천막농성이 수 일째 진행되고 있습니다. 시간이 되시면, 안 되시면 시간을 살짝 내서 농성장에 들러 주세요. 서로 힘을 주고받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전국의 소금꽃님들 8월 27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