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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지역 연대로 핵 없는 세상을 만들자

[연속기고] 2011반핵아시아포럼(4) 2011 국제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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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일 일본 도쿄의 아자부다이 세미나 하우스에서 ‘반핵아시아포럼 2011 국제회의’가 열렸다. 국제회의는 반핵아시아포럼에 참가하고 있는 여러 나라의 핵 문제와 이에 대한 대응 활동을 공유하면서 향후 아시아 지역 반핵운동의 연대 방향을 고민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이날 국제회의에서는 일본과 한국,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필리핀, 중국 등 총 8개 아시아 국가 100여 명의 반핵 활동가들이 참가해 자국 보고를 진행했다. 본 글에서 8개 국가의 방대한 내용을 모두 소개할 수는 없어 몇몇 국가의 주요 내용만을 간추려 소개하도록 한다.

  반핵아시아포럼 2011 국제회의가 열린 회의장 주변에는 각 나라 활동가들의 선전물들이 전시되었다. 위의 사진은 대만에서 열린 반핵아시아포럼 당시의 포스터.

후쿠시마 사고, 에너지 정책 전환의 시험대

첫 번째 보고는 이번 반핵아시아포럼의 주최국인 일본의 순서였다. 환경지속사회 연구센터의 타나베 유우씨는 후쿠시마 사고만이 아니라 시야를 좀 더 넓혀 일본의 에너지 정책을 보아야 한다며 발표를 시작했다. 타나베씨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 2030년까지 (전력생산에서) 핵발전 비중을 53%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핵발전 비중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려 한 것이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는 이러한 계획을 완전히 무효화시켰다. 향후 국가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가 일본에서는 현재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고 타나베씨는 설명했다. 참고로 사고 이후 일본 정부는 2008년 기준 1%에 불과한 재생가능 에너지 비중을 2020년까지 2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재 운행이 중지된 핵발전소의 재가동을 놓고도 커다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일본에서는 3월 11일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사고 이후 총 54기의 원자로 중 39기의 원자로가 정지되어 있고, 15기만이 작동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계획 절전을 시행하고 있는 도쿄에서는 지하철역을 비롯해 곳곳에서 시간대별 전력 공급량 수치를 볼 수 있는데, 필자가 도쿄에 머무르면서 본 수치는 많아봐야 70%대를 넘지 않았고 대부분 50-60%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건물 자동문 2곳 중 1곳이 작동을 하지 않는다거나, 가동되는 엘리베이터 1-2기를 줄이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 불편을 느낄 수 없었다. 지하철의 냉방 시스템도 충분히 작동되고 있다고 느낄 만큼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공통된 평가였다. 도시의 엄청난 전력 수요와 이를 기반으로 확대되는 핵발전 정책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지금 도쿄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타나베 씨는 마지막으로 일본의 핵발전소 수출 문제를 언급했다. 최근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핵발전소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타나베씨는 일본이 핵발전소 수출을 위해 여러 나라와 원자력 협정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베트남과 원자력 관련 협정을 맺고 현지에서 입지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일본의 히타치와 도시바는 이미 대만에 핵발전소를 수출한 바 있다.

탈핵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운동 진영의 연대 확장

타나베씨의 발표에 이어 일본의 원자력자료정보실 반 히데유키 공동대표가 현재 일본의 운동 상황을 정리해주었다. 현재 일본에서는 일본의 에너지 정책, 핵발전소 수출 정책을 전환시키기 위해 탈핵운동 진영과 에너지전환 운동 진영이 함께 연대하고 있다고 반 공동대표는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원자력자료정보실과 원수폭금지 일본국민회의, 그 밖에 여러 운동 단체들이 함께 일본의 에너지 정책 전환, 탈핵을 위한 1000만 명 서명운동에 돌입했으며, 9월 19일에는 도쿄에서 5만 명이 모이는 대규모 실천 투쟁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번 반핵아시아포럼에 참여한 분들이 9월 19일에 다시 도쿄에 모여 아시아 지역 연대 투쟁을 상승시켜가자고 호소했다.

내진 설계가 일반 주택만도 못한 핵발전소

두 번째 보고는 대만의 순서였다. 대만 참가자 대표로 발표에 나선 국립타이완대학교의 카오쳉얀 교수는 대만 핵발전소의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대만에서 핵발전이 시작된 것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1978년인데 현재 3개의 핵발전소에서 6기의 원자로가 가동 중이고, 또 하나의 핵발전소(원자로 2기)가 건설 중에 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자연 재해에 대한 핵발전소의 대비가 형편없다는 것이다. 카오 교수에 따르면 현재 대만의 주택 내진 설계 기준은 0.33g(중력가속도)인데, 제1 핵발전소의 내진 설계는 0.3g에 불과하다. 또한 건설 중인 제4 핵발전소의 쓰나미(지진 해일)에 대비는 12m 수준인데, 내진 설계에 따른 최대 지진인 8.5 강도의 지진이 발생하면 25m의 쓰나미가 닥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최고의 안전 설비를 자랑하던 핵발전의 안전 신화는 깡그리 무너졌다. 인간의 예상을 초월한 자연재해 앞에서는 그 어떤 대비도 무력할 수 있으며, 그 후과는 너무나도 엄청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그런데 대만의 핵발전소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제대로 구비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만의 상황을 보고 하고 있는 카오쳉얀 교수. 프레젠테이션 화면은 대만 제3 핵발전소 사고 당시 방호복도 없이 작업을 하고 있는 작업원들의 모습과 제2 핵발전소 주변에서 포획된 기형 물고기들의 모습.

결국 핵무기와 연결된 핵발전 정책

인도의 상황을 보고한 반핵운동 전국동맹(National Alliance of Anti-Nuclear Movements)의 S.P.우다야쿠마 박사는 핵발전은 결국 핵무기와 연결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인도의 역사, 문화에 대한 설명으로 발표를 시작한 우다야쿠마 박사는 인도는 핵에 의존하지 않아도 충분한 에너지가 있는 나라라고 주장했다. 태양광이 남아 돌 정도로 더운 나라이며, 3면이 바라도 둘러싸여 해안선이 무려 7500km에 달해 파력 발전 등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히말라야 같은 지역에서는 1년 동안 바람이 계속 불어 풍력 발전의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우다야쿠마 박사는 인도가 핵에너지 개발에 몰두하는 것은 오로지 핵무기를 위한 것이라 주장했다. 파키스탄과의 갈등, 잠재적 위협으로서 중국에 대한 대비 등 지정학적 요인 때문에 인도는 핵무기 개발에 매달린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이 자신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인도를 이용해 중국을 견제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NPT(핵비확산조약)에 가입하지도 않은 인도와 원자력협력협정을 맺고 굉장히 많은 기술을 제공해주었다고 말했다.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핵, 그러나 인민을 죽이는 핵

중국 상황에 대해 발표에 나선 태평양 환경(Pacific Environment)의 웬 보씨는 중국의 핵무기 개발 역사에 대한 설명에 주력했다. 1964년 10월 16일, 처음 핵실험을 한 중국은 냉전 시대 제국주의 국가의 공격을 막기 위한 ‘핵 억지력’이라는 미명 아래 중국의 핵무기 개발이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핵 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통제가 심한 중국에서 핵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지금까지 총 45회의 핵실험(대기권 23회, 지하 22회)을 진행했는데, 그 영향에 대해서는 전혀 조사된 바가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중국의 핵 부대인 ‘8203 부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웬보씨.

웬씨에 따르면 중국은 ‘8203 부대’라는 핵 부대(Nuclear Forces)를 창설했다고 한다. 150명 정도로 구성된 이 부대는 핵실험 지역에서의 시료 채취나 실제 핵공격이 진행될 경우에 지상부대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와 같은 작전 계획 수립을 담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핵폭발이 주는 건강 피해에 대한 지식도 전혀 없었고, 그에 대비하는 보호 장구도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예를 들어 핵실험 지역에서 시료를 채취하기 위해서는 탱크를 이용했는데, 병사들 사이에서는 그 탱크 운전이 매우 명예로운 일로 여겨져 서로 자원했다고 한다. 웬씨는 8203 부대에서 퇴역한 군인들이 나이가 들면서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핵실험 당시 이 부대를 지휘했던 사령관은 62세에 암으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8203 부대 퇴역 군인들은 당시의 진상 규명과 건강 피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며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아시아 지역 연대로 핵 없는 세상을 만들자

마지막으로 공동 성명서 채택을 위한 전체 토론이 진행되었다. 8개 국가의 참가자들은 핵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공통의 인식 마련을 위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1시간 여의 토론 끝에 참석자들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공동 성명서를 채택했다.

공동 성명을 채택한 참석자들은 내년 반핵아시아포럼을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리는 3월 서울에서 진행할 것을 결의하며 이날 국제회의를 마무리했다.

함께 연대해서 핵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갑시다.(요약)

2011년 8월 1일 반핵아시아포럼 2011 참가자 일동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에서 노심용융 사고와 대규모 방사능 오염 상황을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첫째, 핵발전소 사고에 의한 방사능 피해는 장기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며, 둘째 농업과 낙농업에 멈추지 않고 지역 경제를 완전히 붕괴시킨다. 핵발전소가 만들어 내는 방사능이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임을 확신하며,

- 우리는 도쿄전력이 주민들에게 충분히 보상할 것을 촉구한다.
-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을 소개시킬 것을 요구한다.
- 정부에 제염(오염 제거)으로 안전한 지역을 만들 것을 촉구한다.
- 모든 핵발전소를 폐기하고 새로운 건설 계획 철회를 촉구한다.
- 아시아 모든 나라의 핵발전소의 원자로 폐로를 요구한다.
- 핵 없는 세계의 창조를 강하게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