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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단체인가, 민주노조인가?

[기고] 복수노조로 서비스 경쟁하라는 노동장관의 발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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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경쟁을 하자?

이재필고용노동부장관은 7월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노조만큼 아무런 제약없이 활동해온 나라는 드물다. 노조가 만들어지고 나면 헌법과 법률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보호를 잘 받는다. 복수노조가 시행된 만큼 노조도 이제 조합원 입장에 서서 서비스 경쟁에서 앞장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요컨대 “복수노조가 시행된 만큼 노조 지도부도 조합원 입장에 서서 서비스 경쟁을 벌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타임오프 도입 후 노조 전임자 수가 1년만에 평균 28% 감소하고 조합원 1000명 이상 대형 노조의 전임자수는 절반으로 줄었다”며 “타임오프는 노조가 스스로 부담하면서 자주성을 확보하고, 복수노조는 창구단일화를 통해 노조의 민주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서비스노조를 해야 한다는 자본과 정부의 주장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또다시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것은 희망버스가 진행중인 한진중공업을 외부의 문제로 보고, 정치권의 선명성 경쟁이라고 치부하고자 하는데 있다. 유성기업 사태에도 노조가 무리한 투쟁을 그만하고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정상적 노조의 정도(政道)가 되는 것이라는 데 있다.

서비스경쟁을 하자는 논리와 주장은 결국 노동조합 활동을 기업내 경제적 이익을 위해 활동하라는 설교이다.

이러한 주장과 흐름은 노동법의 변화에도 확인 할 수 있다. 노동법이 바뀔 때마다 노사협의회법(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이 강화되어 온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이러한 이유는 단체협약이 아닌 노사협의회를 통해 노사간의 다양한 쟁점을 해결하라고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노사간 불일치의 경우 ‘쟁의행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의도이다. 뿐만아니라 노사협의회 근로자측 대표는 노조의 대표자가 당연직이 었는 것에서 과반수 이상 조직된 노동조합의 대표자로 바뀌면서 복수노조의 교섭창구단일화를 예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왜 민주노조인가?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자본가에게 파는데 그것은 결코 공정한 거래일 수 없다는 것과 이 불공정한 거래를 그만두기 위해서 노동자가 자본가에게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사회적 힘은 다수라는 점이지만, 이 힘도 단결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 노동조합의 필요성은 확인된다. 그리고 일상적인 경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한 노동조합 투쟁은 끊임없이 지속되었다.

노동조합 건설과 노동조합의 연대, 노동조합의 경제투쟁 조차도 한국의 노동조합운동의 역사는 그 자체로 정치적 성격으로 현상하였다. 일제하 민주노조운동은 식민지 해방운동과 연결되었고, 70년대 유신치하에서의 노동조합운동은 군사독재 반대투쟁과 이어졌고, 80년대 이후를 거치면서 민주노조운동은 민주화투쟁과 결합되었다.

따라서 민주노조운동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투쟁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역할과 더불어 나아가 노동자의 빈곤을 낳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역사적 역할을 부여 받은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자본과 정권은 그러한 민주노조운동의 이념성과 투쟁성을 무력화하고자 해 왔으며 그 목표가 노동조합을 경제적 투쟁에 가두려는 예컨대 이익집단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그 목표인 것이다. 이를 위해 복수노조 체제라는 환경변화를 노동자들의 단결의 자유 = 조직결성의 자유를 완전히 왜곡하여 창구단일화라는 족쇄를 통해 이익단체 = 서비스노조 체제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서비스노조의 딜레마

2007년 UAW와 GM노조는 이틀간의 파업을 통해 의료보험펀드 설립과 차등임금제의 광범위한 도입을 합의한 바 있었다.

그중 차등임금제의 내용은 신규 채용되는 비핵심 일자리 노동자들에게 차등적인 임금시스템(Two-Tier Wage System)을 적용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시설관리 청소, 부품조립 준비, 운반 등 생산과 관련된 간접적 일자리가 모두 포함되며 새로 입사하는 노동자들은 14달러 내외의 시간당 임금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는 현재 28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이 합의안에 따르면 현재 GM의 일자리 7만 3,000개중 1만 6,000여 개가 비핵심 일자리로 분류된다.(미국 자동차산업 UAW-GM단체교섭, 국제노동브리프, 2007. 11, 노동연구원)

이 합의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선택이었다는 평가도 많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많은 사람들이 ‘UAW의 역사에 기록될 만한 투항’, ‘한쪽만의 계급전쟁’, ‘UAW 관료주의의 당연한 귀결’ 등의 표현으로 잠정합의안 부결 캠페인을 주장하였다.

그렇지만 이 합의안은 현장노동자가 65% 찬성 투표로 가결되었다. 이렇게 현장노동자가 찬성에 표를 던진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GM의 현장노동자들의 평균 연령이 50세이고 향후 5년 이내에 63%가 퇴직한다는 사실이었다. 퇴직 후 가족들까지 의료보험을 70세까지 보장받는 의료보험펀드 합의와 차등임금제를 바꾼 것이다. 예컨대 UAW가 70년 전통의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포기하고 악화된 의료보험 및 연금조건을 받아들임으로써 연대성을 훼손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일은 지난 미국발 경제위기 시 MB가 금융권 신입사원 연봉문제를 거론하면서 한국에도 차등임금제가 도입되기도 하였다.

이런 일이 금속사업장에도 예외가 아니게 될 수 있다. 완성사를 필두로 고령화 문제는 심각해 질 전망이다. 현대차의 경우 5년 이후에는 퇴직자가 천 단위가 넘을 전망이다. 그런 점에서 노동조합의 진보적 의제를 제출하고 사업과 투쟁에서 민주노조의 성격을 지켜내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얼마 전 현대차 정년, 장기근속 자녀 우선채용 단협요구안이 사회적 비난거리가 된 것은 이제 바로 그러한 점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예전에는 노동조합의 모범단협안으로 표현되던 것이 사회적 환경변화로 인해 문제제기 거리로 바뀐 것이다.

민주노조를 지킨다는 것!

특히 끊임없이 자본과 정권은 노동조합에게 서비스 경쟁을 강요하고, 황색노조를 만들어가는 조건에서 흔들리지 않고 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럴수록 민주노조를 지키겠다는 노력과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은 공장을 넘는 연대의 소중함과 나보다는 우리 노동자가 함께 가려는 실천들이 모여질 때 가능할 것이다.
덧붙이는 말

이 글은 금속노조정책연구원 소식지에 개제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