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 일본 도쿄의 아자부다이 세미나 하우스에서 ‘2011 반핵아시아포럼’이 개막했다. 올해 반핵아시아포럼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지진의 진실을 세계에 알리다’라는 주제로 일본의 도쿄, 후쿠시마, 히로시마, 가미노세키 등에서 진행된다. 반핵아시아포럼은 아시아지역의 반핵운동 연대체로, 1992년 한국 반핵운동의 제안으로 ‘핵 없는 세상을 위하여’라는 기치에 따라 아시아 지역의 반핵운동 네트워크로 결성되었다. 현재 일본,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대만, 인도, 태국, 호주, 한국 등의 반핵활동가들이 참가하고 있으며 매년 국제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후쿠시마 지역 사람들의 경험을 듣다
▲ 2011 반핵아시아포럼 첫날 행사인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 사고의 경험을 공유하기’ 토론회의 진행 모습 [출처: 수열] |
2011 반핵아시아포럼의 첫날 행사는 후쿠시마 지역의 사람들과 활동가들로부터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상황과 경험을 듣는 자리였다.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 사고의 경험을 공유하기’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실제 후쿠시마 지역에서 거주하다가 후쿠시마 사고 후 지금까지 피난 생활을 하고 있는 오가 아야코씨를 비롯해 후쿠시마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활동가들이 연사로 나섰다.
원자로 냉각, 10년은 계속해야
토론회는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CNIC)의 반 히데유키 대표의 사고 상황 발표로 시작됐다. 원자력자료정보실은 후쿠시마 사고 직후부터 실시간 방송을 통해 후쿠시마의 상황을 알려 국내 언론에도 많이 소개되었다.
▲ 후쿠시마 사고 후 방사능 피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원자력자료정보실 반 히데유키 대표 [출처: 수열] |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의 사고 상황을 정리한 반 히데유키 대표는 ‘현재도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정확한 피해 정도에 대해서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원자로 내 연료봉이 어느 정도 녹아내렸는지, 그것이 격납용기를 뚫고 흘러내려 콘크리트 바닥까지 내려갔는지 다양한 소문이 무성하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사고 후 후쿠시마 지역에 많은 눈이 내렸는데, 핵발전소에서 방출된 방사성 물질이 이 눈에 흡착되어 확산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게 퍼진 방사성 세슘을 검출해 지도를 그리면 사고 지역에서 200km가 넘는 지역에서까지 오염이 확인되고 있다고 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지금 핵연료가 녹아내리고 있기 때문에 계속 냉각해야만 하고, 이를 위해 계속해서 물을 공급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한 그는, ‘이 냉각도 아마 10년은 계속해야 할 것’이며, ‘원자로 폐쇄까지는 적어도 30년은 걸릴 것’이라 말했다.
코피를 쏟는 아이들
두 번째로 ‘아이들을 방사능에서 지키는 후쿠시마 네트워크’의 나카테 세이치 대표의 발표가 이어졌다. 사고 지역에서 60km 떨어진 지역에 살고 있는 나카테 대표는 초등학교 4학년과 1학년인 두 아이를 둔 아버지다. 사고 두 달 후인 5월 중순 즈음 큰 아이가 코피를 쏟았을 때에는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둘째 아이가 별 이유도 없이 매우 많은 양의 코피를 쏟았다. 과학적으로 후쿠시마 사고와의 연결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같은 지역에서 코피를 쏟는 아이들의 사례가 많이 보고되었다고 그는 말했다.
현재 후쿠시마 지역 주민들, 특히 아이들의 건강 피해를 막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그는 후쿠시마 지역 7개 초등학교에서 방사능 수치를 측정한 활동도 들려주었다. 자신의 아이들이 다니는 (사고 이후 휴교 상태였던) 학교에서 처음 방사능 수치를 측정했는데, 운동장 지표면에서는 시간당 10uSv(마이크로시버트), 하수구 인근 지표면에서는 시간당 108.8uSv가 나왔다. 물론 이 방사능 수치가 지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론상 108.8uSv라는 수치가 1년 365일 지속된다면 953mSv(밀리시버트)가 넘는 수치로 연간 허용치인 1mSv를 엄청나게 초과하는 양이다. 나카테 대표는 장래에 발생할 수 있는 건강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피난해야 하며, 이들이 오염이 제거된 뒤에 고향으로 돌아와 지역 사회를 재건할 수 있는 방식의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발표를 마쳤다.
▲ 후쿠시마 지역 7개 초등학교에서 측정된 방사능 수치를 설명하고 있는 나카테 세이치 대표 [출처: 수열] |
토양과 소의 오염 순환
오후 세션은 농업 문제 담당 기자인 오노 카즈오키씨의 발표로 시작되었다. 오랜 기간 동안 후쿠시마 지역 농민들과 교류해 온 오노씨는 사고 후에 발생한 토양 오염이 어떻게 해당 지역에서 기르는 소의 오염으로 이어졌는지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소의 여물로 쓰이는 볏짚이 고농도 세슘에 오염되었기 때문에 후쿠시마 지역 소들이 체내피폭(방사성 물질이 생물체 내부에 들어와 쌓이는 피해)이 발생했다고 한다. 올해 소에게 먹이는 볏짚은 작년 쌀을 수확하고 논에 쌓여있던 것들을 모은 것인데, 사고 직후 방사성 물질이 날아와 짚단에 흡착되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체내피폭이 이루어진 소에서 짜낸 우유나 고기는 방사성 물질에 오염되어 또 다른 피해를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소가 배출하는 배설물은 풀이나 나무껍질과 섞어 발효시켜 퇴비로 만든다. 이렇게 만든 퇴비는 다른 농가에 공급되어 농지를 풍요롭게 만든다. 그리고 볏짚과 같이 그 농지에서 수확되고 남은 작물이 다시 소에게 공급된다. 오노씨는 이를 두고 ‘소를 중심으로 한 유기물의 물질 순환’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체내피폭된 소의 배설물은 퇴비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현재는 따로 쌓아둘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다른 토양오염, 수질오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어른 소를 기준으로 소 한 마리가 배출하는 배설물은 하루에 30kg이 넘는다. 후쿠시마 현의 대형 축산 농가 중에는 500마리의 소를 기르는 곳도 있다고 한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강제된 핵발전소
마지막 발표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인근 지역에서 살던 오가 아야코씨의 순서였다. 사고 지역에서 불과 5km 지역에서 살고 있던 그녀는 사고 직후 강제피난 조치로 지금까지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피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오가씨는 후쿠시마 지역이 경제적으로 매우 낙후되었기 때문에 핵발전소를 유치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은 원래 냉해(冷害)가 많이 발생해 한촌이라 불리던 지역이다. 그래서 도시지역으로 일하러 나가는 농민도 많았다. 인구의 과소화 현상이 시작되었고 지역 재정도 상당히 나빠졌다. 그래서 1960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입지 계획이 나오자 선뜻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당시 주민들에게는 ‘황폐한 농촌 지역에 최첨단 기술이 들어오는 꿈같은 일’이라는 얘기가 돌았다고 한다.
그녀는 핵발전소를 만들면서 들어온 거액의 정부 지원금으로 처음에는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듯이 보였지만, 그것은 얼마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정부 지원금 덕에 다양한 시설을 건설할 수 있었고, 이 건설에 많은 사람들이 고용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공사가 끝나자 일자리는 사라졌고, 사람들은 다시 떠나갔다. 인구는 늘지 않고 계속 줄어들었으며, 지역 재정은 다시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것이 후쿠시마 현만이 아니라 핵발전소를 유치한 지역에서 동일하게 나타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후쿠시마의 진실을 세계에 알려야
오전 9시경부터 진행된 토론회는 저녁 6시가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회의장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은 발표자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으며, 때로는 열정적으로 질문하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했다. 참가자들은 일본의 경험과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자신들의 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 알리고, 후쿠시마 지역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한 활동을 결의했다. 또한 내일(31일) 후쿠시마 시내에서 열리는 ‘핵발전소 없는 후쿠시마 요구 현민 집회’에 참석을 결의하며 첫날 일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