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우리 유성만 빨리 해결하고자 했던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쌍용차 가대위와 한진중 가대위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저의 마음은 부끄러움으로 가득했습니다. 또한 투쟁하는 노동자의 가족으로 함께한다는 것에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습니다. 노동자는 단결해야 한다던데, 노동자의 가족들까지 단결하니 서로를 향한 애정과 희망이 샘솟습니다.
그저 애들이나 잘 돌보고,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알뜰히 살기만하면 인생을 제대로 사는 거라고 무식한 생각을 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당하고 나서야 나 혼자 잘산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한심한 제 자신을 얼마나 자책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늦게나마 ‘나 하나쯤’이 아닌 ‘나 하나라도’라는 마음으로 한진중으로 향하는 희망열차와 희망버스에 올랐습니다. 2차 희망버스를 통해 200여대의 버스를 타고 온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그 한 사람 하나하나가 얼마나 위대하고 뜻이 있는 훌륭한 사람들인지 새삼 느꼈습니다.
2차 희망의 버스로 부산에 도착한 날, 하늘에서도 원통하다는 듯 비가 퍼부었습니다. 독한 최루액을 맞으며 속이 울렁이고, 피부가 따가운 괴로움을 느꼈지만 그 고통보다는 고지를 코앞에 두고 한진중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중인 김진숙 씨를 보지 못하고 그렇게 허망하게 돌아와야 하는 고통이 지금도 가시질 않습니다. 아직도 공영 언론은 이 큰 사태를 쉬쉬하고 일반인이 못 알아듣는 소리로 노동자를 탄압하지만 저는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현재 그나마 누리는 인권조차도 저절로 지켜진 것이 아니라, 옛날 옛날부터 많은 노동자와 민중들의 투쟁과 희생으로 그나마 조금 인간답게 살 수 있었던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유성기업지회의 ‘낮에 일하고 밤에 잠 좀 자자’는 투쟁도 역사를 쓰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아들딸과 손자들에게 행복한 삶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신념으로 용기를 냅니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분노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 나라의 정부는 유성기업, 쌍용차, 한진중공업 말고도 이 땅의 많은 투쟁사업장이 모두 자본과 권력 때문에 억울하게 당하는데도 돈 많은 기업만 살리면 나라 살리는 것 마냥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국민을 기만합니다.
때로는 서럽고 불안하지만 조급하지 않으렵니다. 2차 희망버스로 내가 희망인 것을 알았고, 관심 가지는 모든 국민이 희망인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고통과 슬픔을 나눈다는 것! 가능했고, 어렵지 않았습니다. 모이기만 하면 됩니다. 모이기만 하면 힘이 생기고 용기가 생깁니다.
▲ 유성기업지회 가족대책위는 충청도 뿐만 아니라 서울 한나라당 당사, 지자체, 경찰서 항의 방문 등 많은 활동을 하며 유성기업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또, 부산의 한진중공업 희망 버스에 오르며 내 가족 뿐만 아니라 억압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 가족들과 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의 외침을 듣지 않고 지난 5월 24일 경찰병력을 투입해 노동자를 연행하는 것도 모자라 가족들도 연행했다. |
한진중 김진숙 씨의 투쟁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은 온 천하가 압니다. 그저 노동자의 고통을 알고 그 고통을 덜어주고자 그렇게 가녀린 몸을 던져 희생합니다. 이런 노동자의 고통을 여자의 몸서리침으로 알리는데 어찌 저 정부와 대통령은 방관하고 기만하는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한진중 김진숙 씨를 살려주시고 이 땅의 많은 노동자의 억압을 풀어주길 간절히 빌고 빕니다.
이제 3차 희망의 버스가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희망의 버스는 투쟁하는 가족들의 잔칫날입니다. 무조건 많이 가서 희망을 현실로 만듭시다. ‘내가 희망이다’는 것을 보여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