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폐쇄 당일 2,820원 하던 주가가 공권력이 투입된 5월 24일을 지나 5월 27일에는 5,260원까지 올라갔다. 거래량은 파업 이후 최고치인 1,703만 여주를 기록했다. 직장폐쇄로부터 9일 만에 주가는 86% 올랐고 직장폐쇄 이전의 2,000원대를 기준으로 하면 163% 급등한 셈이다. 그러나 그 이후 유성기업 주가는 3,000원대 까지 하락했다. 그러다가 경찰과 노조가 충돌한 다음날인 6월 23일은 전날 3,180원이던 주가가 4,200원으로 32% 올랐다.
▲ 2,000원 정도였던 유성기업의 주식은 직장폐쇄가 발생하자 최고 5,260원 까지 올라갔다. 또한 거래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출처: 네이버주식] |
유성기업에 공권력이 투입되어 조합원들이 공장 밖으로 쫓겨난 지 50일째가 되고 있다. 공장 안은 3중 철조망이 쳐져있고 폭력으로 무장한 자본가들의 사병(私兵)과 공권력을 가장한 경찰병력이 공장 안팎을 지키고 있다. 노조간부들은 구속되거나 수배중이다. 용역깡패와 경찰폭력으로 상당수 조합원이 다쳤다. 다수의 조합원들에게 소환장이 발부됐다. 조합원들은 공장 근처 접근도 어려운 상태에서 농가비닐하우스에서 장기농성 중이다. 일부 조합원은 사측의 치욕적인 요구를 수용하며 개별 복귀했다. 사측은 관리자들과 개별복귀자를 중심으로 밤낮없이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가 규정한 직장폐쇄 시에도 출입할 수 있는 노조사무실 접근도 봉쇄됐고, 지난 6월 30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조합간부의 공장출입 1회당 500만원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려 일방적으로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노동자 착취에 국가권력까지 한 패거리가 되었다.
유성기업의 주가가 폭등하자 노동자가 파업하면 주가가 뛴다며 언론은 ‘신파업경제학’까지 거론했다. 그러나 파업과 직장폐쇄 두 달여가 되고 있지만 주가는 계속 폭등하지 않았다. 일주일 사이에 나타난 주가 폭등이었다. 유성기업의 1대 주주는 유시영 사장과 그의 족벌들이 522만 여주 47.91%이고, 2대 주주는 자동차 용접설비 제작업체인 삼전의 황순태 회장이 204만 여주 7.86%(2월 18일 기준)를 가지고 있었다. 주가 폭등 과정에서 특이한 사항은 2대 주주인 황순태가 유성기업 사태 3개월 전에 매수한 26만주를 유성기업 주가가 폭등한 5월 27일 장내 매도했다는 점이다. 자신의 주식 지분 12% 를 팔아 10억 여원의 차익을 남겼다. 그가 2009년 6월 2대 주주가 되면서 “유성기업 회사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되었다.”고 밝힌 바 있는 데 이번 파업과 직장폐쇄를 통해 그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황순태는 유성기업 외에도 제일창투 17.51%, GⅡR 7.84%, 고려개발 6.15%, 삼호 5.06%에다 비상장사 삼전 93.67%를 가지고 있는데 ‘슈퍼개미’로 불리는 그가 투기적 주식거래의 진면목을 보여 준 셈이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 관계자는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면 대부분 시장에서 반영되는 데 유성기업만큼은 특이한 행보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5월 27일 주가가가 정점에 도달한 후 하락세를 보이다가 6월 7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쳐 1.7%~2% 상승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주식시장의 급격한 매도 매수 거래 상황에서 드러나지 않은 투기꾼들의 차익실현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쳐 대주주들의 주식가격을 일반적으로 상승시키는 효과까지 얻게 된다는 점이다. 직장폐쇄부터 현재까지 유시영 일가의 보유주가는 5월 27일 기준으로는 170여 억 원, 7월 11일 기준으로 최소한 73억 원의 주가상승을 가져 왔다. 주가가 폭등하고 투기자본가들이 떼돈을 버는 사이 노동자들은 자본의 착취와 권력의 폭력에 신음하고 있다. “밤에는 잠 좀 자자!”, “주간 2교대 근무!”라는 너무나 소박한 요구는 온데간데없다.
2003년 투기자본 론스타가 외한은행을 불법적으로 인수하는 과정에서 외환카드 주가를 조작하여 소액주주들에게 엄청난 손해를 끼쳤고 노동자들을 대량으로 정리해고 했다. 이처럼 론스타가 불법적으로 투기적 이익을 실현한 것이 모처럼만에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났다. 그러나 수많은 중소기업에서 벌어지는 주가조작과 투기적 거래는 잘 알려지지도 않는다.
이번 유성기업사태에서 나타난 주가상승과 급격한 변동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유성기업 파업과 직장폐쇄로 현대 기아 등 완성차 공장에 납품하는 피스톤 링이 자동차의 핵심부품임이 알려지면서 주가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유성기업이 생산하는 피스톤링의 75% 정도를 현대 기아에 납품하기 때문에 유성기업의 생산중단은 곧 완성차 생산라인이 멈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이 대대적으로 언론 보도를 타면서 유성기업이라는 회사와 자동차 부품회사의 가치가 높이 평가되었다. 유성기업 주가는 등락이 심했지만 이번에는 주가가 많이 올랐고 현재까지는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점에서만 보면 파업과 직장폐쇄가 주가를 상승시켰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자동차산업의 호황이 반영된 점이다. 2008년 세계경제위기로 침체되었던 자동차 산업이 되살아나고 일본의 대지진과 쓰나미로 도요타 등 생산에 차질을 빚자 현대 기아 등 국내 자동차산업의 생산과 수출이 호조를 띄고 있다. 따라서 그 동안 저평가되어 왔던 자동차 부품 주가의 전반적인 상승과 궤를 같이 한다. 만도를 비롯한 자동차 부품회사 주가가 일반적으로 올랐다. 자동차 1차 밴드 부품회사는 전반적인 상승국면이다. 이러한 제반 여건이 반영되어 유성기업 주가가 상승했다.
셋째, 주가 폭등에는 당연히 투기적 거래가 존재한다. 오늘날 주식거래는 대부분 투기적 거래다. 직접투자나 장기투자보다는 간접투자 내지 단기적인 투기가 일반화되고 있다. 한국은 이미 파생금융상품 거래건수가 세계 1위이고 유럽이나 미국에서 성행하고 있는 초단타매매까지 도입되고 있다. 이번 유성기업 주가 변동에서 대주주인 유시영 일가가 주가조작이나 작전세력으로 역할을 했다는 근거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2대 주주인 황순태의 거래는 투기적 거래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비록 소액주주라 하더라도 주식정보에 민감하다면 이런 투기적 거래에 동참할 수 있다.
넷째, ‘신파업경제학’으로 정리하는 것은 과도하다. 소위 노동자가 파업하면 그 회사의 주가가 상승한다는 논리는 언론의 과장이거나 억측인 측면이 강하다. 오늘날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파업이 그렇게 위력적이지 못하고 특히 정기적인 파업은 극소수다. 노동자가 파업하면 회사나 언론은 수천억 원에서 수 조원의 매출액이나 생산차질로 과장하지만 일반적으로 생산량이나 매출액 감소는 ‘지연효과’일 뿐 연간으로 보면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노동과 자본 힘의 관계가 드러난 이상 노동자들의 파업이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높인다는 ‘신파업경제학’은 과장이다. 이는 주식시장 애널리스트(분석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다섯째, 주식가격변동에서 노동자들은 배제된다. 유성기업 족벌인 1대 주주의 주가가치가 상승하고, 2대 주주는 엄청난 차익을 벌었고 회사는 유명세를 탔지만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임금도 받지 못한 채 공장에서 쫓겨난 채 장맛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농가 비닐하우스에서 처절하게 농성을 전개하고 있다. 주식시장 변동이나 돈 잔치에 노동자들은 철저하게 배제되고 소외되고 있다. 오늘날 유성기업을 만들어온 것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과 눈물의 결실인데 그 열매는 주식을 가진 주주들이 챙기고 있다. 오늘날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특징은 주주자본주의다. 이해당사자들 중 가장 중요한 노동자들은 배제된다. 배제될 뿐만 아니라 쓰다버리는 물건처럼 쓰레기취급을 받으며, 폭력을 당하고, 재산까지 빼앗기고,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주식시장과 주가변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벌어지는 노동착취와 민중수탈로 대표되는 철저한 계급전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