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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싸움, 물러설 수 없습니다”

김성태 유성기업지회장 옥중서신...“싸워야 다음 싸움 준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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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려 합법 파업에 돌입한 유성기업지회는 주간조 2시간 부분파업을 하자마자 회사가 5월 18일 노조원에 대해서만 직장폐쇄를 하고 출입을 통제하면서 노사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았다. 정부 관계자들은 목적과 과정은 합법이지만 수단이 불법이라면 5월 24일 경찰병력을 투입해 전 조합원을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김성태 지회장이 구속, 천안교도소에 수감되었다. 김성태 지회장이 조합원과 가족대책위에 보낸 편지 전문을 싣는다.

  아산공장 김성태 유성지회장(가운데) [출처: 미디어충청 이종범 현장기자]


조합원 가족들에게 드리는 편지

안녕하십니까? 저는 유성기업 아산공장 지회장입니다.

서면으로 인사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부득이하게 제가 회사의 노동조합 탄압에 맞서 투쟁하다, 5월 24일 구속되어 교도소에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편지로써 저의 마음을 전합니다.

먼저 이번 투쟁은 올 초 주간연속2교대제 교섭으로 시작되었습니다. 11차 교섭이 진행되도록 회사는 아무런 안이 없었습니다. 저희는 2009년 합의서를 근거로 회사에 제시안을 내라고 하였고 사측은 2교대는 할 수 없다, 4조3교대를 하자는 등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노동조합을 기만했습니다.

사장은 파업할 테면 해봐라 는 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점거기간 중에도 외부교섭과 전화통화로 교섭은 몇 번 있었지만 그럴 때 마다 조합원 선별복귀를 주장하며 직장폐쇄는 선별이 끝난 후 정상화 되었을 때 풀겠다고 하였습니다. 우리가 무슨 집에서 기르는 애완용 동물입니까?

저들이 골라서 넣고 안 넣고를 정한답니다. 지금 시대에 말이나 되는 이야기 입니까?

저도 교도소에 와보니 벌써 회사는 저를 법적으로 걸어 넣을 수 있는 일들은 모두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가족보다 더 오랜 세월을 함께 하였습니다. 개인선별복귀는 투쟁하는 동지들에게는 하늘이 무너지고 믿음과 신뢰가 산산조각이 납니다. 오히려 회사는 그런 일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싸움에서 감옥에 산다하여도 최소한 부끄럽지는 않습니다. 저와 우리 조합원 동지들의 싸움은 너무나도 정당하고 부끄러움이 없기 때문입니다.

힘드시더라도 가정에서 힘들어하는 남편들에게 힘내라고 한마디 위로해 주십시오. 그리고 힘을 실어주십시오.

2011. 7. 5 천안 교도서에서 지회장 드림



동지들에게 드리는 편지

동지들 반갑습니다. 동지들 본지가 벌써 한 달이 넘었군요. 저는 동지들 염려 덕분에 별 무리 없이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동지들 소식은 면회 오시는 동지들 통해서 조금 알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외부와 틀리게 TV나 라디오가 현재 방영중인 것이 아닌 2주 3주 전 드라마나 예능프로 나오는 것이 전부입니다. 다만 면회 오시는 동지들 통해서 잘 되고 있다는 이야기만 전해 듣고 있으며, 저 또한 동지들이 저를 염려하시는 걸 알고 있고 저 나름대로 짐작은 하고 있습니다.

비대위 동지들이 꾸려지고 열심히 투쟁하고 있는 것 정도 알고 있습니다. 투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동지들은 점점 힘들어 질 텐데 저로서는 어떻게 동지들을 좀 더 단결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입니다.

개별 복귀자 동지들이 벌써 많아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예정되어 있던 인원정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정말 동지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서 함께해야 합니다.

지금 회사가 하는 작태는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노동조합을 무력화해서 이후에 얻어지는 이익이 크다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투쟁이 가열차고 끈질기다면 이 싸움은 우리의 승리로 무조건 가져옵니다. 개별 복귀를 한 동지들도 공장안에서 쓰디쓴 눈물을 흘릴 겁니다. 20~30년 전 공장으로 노예가 될 겁니다.

저는 지금까지 싸워오면서 노동조합을 지켜 내겠다고 힘차게 싸워온 많은 동지들과 아직도 병원에서 신음하고 계신 많은 동지들, 그 동지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라도 저는 이번투쟁 이대로 물러 설 수 없습니다.

그 동지들, 노동조합 지키겠다고 전면에서 싸운 동지입니다. 저의 짧은 생각을 노동조합의 표본이 될 수 있는 노동조합은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혼자 고민도 해보려 노력합니다.

결론은 우리가 진정 함께 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은 한 노동자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받아 들여야 하고 한 노조의 고통을 모든 노조의 고통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금 싸움을 피하지 않고 싸우는 자만이 다음 싸움이 닥쳐왔을 때 싸울 수 있습니다.

유성기업 조합원 여러분 ! 우리는 반드시 싸워서 이길 수 있습니다.
답답한 콘크리트 사각방 안에서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마음은 동지들과 함께 합니다. 그리고 저는 동지들과 함께 투쟁하는 그날을 위하여 열심히 마음을 갈고 닦겠습니다. 동지들도 제가 함께하는 그 날까지 건강 챙기시고 동지들께 어려운 투쟁의 현장을 잠시 맡겨 둡니다.

콘크리트 사각 방에서 동지들을 생각하며
2011. 7. 5. 천안교도소에서 김성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