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전기마저 끊긴 깜깜 절벽 크레인 위에 앉아 지새우는 밤

[편지] 85호 크레인에서 보내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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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 생각이 참 많이 납니다. 그동안 몇 번이나 편지를 썼다가 지웠습니다. 보고 싶다는 말조차 여러분들에겐 부담이 될 것 같아서였습니다.

  5일 한진중공업 구사대와 용역직원들이 85호 크레인 아래 그물을 치자 크레인 난간에 나와 위태롭게 서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 [출처: 트위터 @spiritdino]
조합원 여러분들이 그 긴 겨울밤 저를 지키기 위해 밤을 새우던 자리엔 용역들이 방패를 들고 서 있습니다. 크레인까지 올라오는 식사까지 금속탐지기로 일일이 검사 다하고, 중간지점에 계신 동지들에겐 휴대폰 배터리, 담배, 옷, 간식마저 일체 중단됐습니다.

6.27 행정대집행이란 이름으로 용역들에게 집행관의 조끼를 입혀 조합원들을 강제로 끌어낸 후, 조합원들은 8차선 도로 건너편에서 노숙을 합니다.
이런 소식들을 듣고 계실 여러분들도 한시라도 마음이 편하시겠습니까!
누가 우릴 이렇게 만들었나요.

170명 중에 50여명이 이번에 희망퇴직으로 눈물 흘리며 떠나시고 이제 100여명 남았습니다. 회사가 100여명 짜르려고 이렇게까지 할까요. 여러분들이 아시고 저도 알듯이 100여명이 목적이 아닐 것입니다. 이번에 일어서지 못하면 다음에 누구 차례가 되더라도 싸우지 못하겠지요.

외신에까지 보도가 되고 전국적으로 이슈가 된 상황에서도 회사가 저렇게 버틸 수 있는 건, 내부의 힘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짓밟아도 다시 일어서지 못할 거라는 판단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조합원들이 그렇게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란 거 저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 확신합니다.

그 믿음 하나로 179일을 버텼습니다. 박창수가, 김주익이, 곽재규가...
목숨과 바꿔 지켜낸 천금같은 조합원 동지들. 저는 결코 이 싸움 끝날 때까지 이 크레인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길 건너편에서 집회가 매일 열립니다. 아침, 점심엔 못오시더라도 저녁엔 한번씩 와주세요. 다행히 한분 한분 오고 계십니다. 그 길만이 이 싸움을 끝내고 제가 살아서 내려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처음엔 어색하고 서먹하겠지만, 곧 익숙해질 겁니다. 가족보다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동지들이니까요.

연일 무더위에 장마가 이어집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술 많이 드시지 말고 건강하게 다시 뵙기를 간절히 기다리겠습니다.

2011.7.3.
85호 크레인
179일차 새벽 빛을 받아, 김진숙
  • 강마이클

    김진숙 위원님은 내려오셔야 합니다. 이미 90%의 노조원은 파업에 동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제 파업에 참가했던 나머지 10% 노조원 마져 파업을 철회했습니다

  • 대구에서

    김진숙 지도위원님의 마음이 저의 가슴에 와닿고 있습니다. 민주노조사수와 정리해고 철회 / 노동해방이 오는 그날까지 함께 투쟁하고 언제나 부끄럽지 않는 노동자가 되겠습니가.

  • 개뿔

    강마이클 이름 바꿔라 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