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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노동하면 일찍 죽는다

[연속기고](3) 야간노동과 건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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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2011년 5월 24일 유성기업 공장안에서 농성을 하던 530여명의 노동자들은 “주야간 맞교대근무제를 주간연속2교대 근무제로 전환하고, 시급제대신 월급제를 시행하라”면서 회사측에 대항하다가 모두 경찰서로 연행되었다. 조그마한 공장에서 거의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연행된 셈이다. 그동안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을 비롯하여 많은 노동자들이 주야맞교대제와 야간노동을 없애고 주간연속2교대를 시행하자고 요구하고 있던 상태여서 이번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야간노동 철폐투쟁은 노동자들의 오랜 염원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것이었다.


현재 전 세계 노동인구의 약 20%가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제근무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시대 이래 계속 24시간 맞교대제를 유지하던 철도노동자들은 2004년에서야 비로소 3교대제로 바뀌었고, 자동차조립공장들과 거기에 딸린 수많은 자동차 부품제조공장들, 조선업을 비롯한 많은 대규모 제조업체들에서 주야맞교대 근무체제를 유지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병원에서 간호사들 뿐 아니라 간병노동자들이 증가하면서 여성 노동자들의 야간노동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인류는 이미 야간노동과 교대제를 실시하기 시작한 자본주의의 시초시기인 18세기경부터 교대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제는 노동자들에게 인간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게 만드는 것이며, 신체의 재생산능력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노동자계급은 잉여가치를 증대시키려는 자본의 요구에 의해 신체가 고갈되어가고 있다.

맑스는 이미 자본론에서 그 시대에 밤을 새워 일하는 아동노동자들이 빨리 늙고 수명이 짧으며 체질이 허약하고, 간장병, 류마치스, 폐렴, 폐결핵, 기관지염, 천식, 목임파선 병 등에 잘 걸리며 심지어 과로노동으로 사망에 이르렀던 사건들을 기술하고 있다.

맑스 시대에 야간노동으로 인해서 증가했던 여러 가지 질병들은 현대에 와서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발생 질환의 종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24시간 공장가동과 주야연속교대제를 시행함으로 인해, 교대근무 노동자들은 밤낮의 주기가 바뀐 상태에서 일을 하게 됨에 따라 24시간 생체주기가 파괴되고, 이로 인해 수면부족, 불면증 등의 수면장해질환, 암, 심혈관계질환 및 고혈압, 위장관질환, 간장질환, 내분비질환을 앓고 있으며 종국에는 수명 단축에 이르고 있다.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제근무로 인한 건강장해의 가장 근본적인 기전은 24시간 생체주기의 파괴에 있다. 주야맞교대제는 노동자들이 정상적으로는 잠자고 있어야 할 밤에 주기적으로 깨어 있도록 강제함으로써, 즉 낮과 밤이 뒤바뀌어진 생활을 하도록 강제함으로써 24시간 생체주기를 파괴시키고, 결국 이 24시간 생체주기의 리듬에 의해 움직이는 자율신경계기능 (교감/부교감신경계, 혈압, 심박동수), 체온, 수면, 사이클, 정신적인 수행, 내분비와 대사적인 요소, 감정이나 분노 같은 심리적인 변화 등의 24시간 주기에 분열을 일으키게 되고, 마침내 여러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주기의 분열을 일으킨다.

인체는 일시적이고 단기간에 24시간 생체주기의 변화가 생겼을 경우에는 내부생체시계의 변화를 유발하지 않을 정도의 수면을 취하는 방법 등을 통해 정상 리듬으로 되돌릴 수 있다. 그러나 5일 이상 지속적으로 변화가 일어날 때에는 생체리듬의 내부와 외부 구성요소들 사이에 불일치가 일어나게 되어 내부시계와 외부시계의 불일치상태가 인체의 불건강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불일치가 단기간만 지속될 때에는 수면장애, 수면지연증세, 실수할 위험의 증대, 사고의 증대를 가져오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24시간 생체주기의 파괴가 수면주기에 영향을 미쳐 이 수면주기에 영향을 받는 여러 교감신경, 부교감신경 등 자율신경과 호르몬, 체온 내분비계 등에 악영향을 미쳐서 그들 장기에 질환을 유발하는 데, 예를 들면, 심혈관계질환, 소화기계질환, 내분비계질환, 나쁜 임신결과 및 재생산기능의 장애 뿐 아니라 유방암을 비롯한 각종 암을 유발하게 되며 이 모든 건강장해들이 원인이 되어 종국에는 수명단축이 오는 것이다.

실제 2002-2005년 동안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공장에서 주야 맞교대근무 노동자들의 주간근무 때와 야간근무 때 24시간 생체주기를 측정한 결과, 주간근무 때보다 야간근무를 할 때 24시간 생체주기가 더 파괴되어 있었다. 특히 야간근무 노동자들은 야간근무 끝난 다음날 낮에 잠을 자야 할 때, 24시간 생체주기가 파괴되어 수면-각성 주기가 깨져서 수면을 정상적으로 취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최소한의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회복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제는 ‘발암성’

  2007년 국제암연구소는 주야맞교대 근무자가 주간근무만 하는 노동자보다 수명이 13년 짧다는 독일수면학회 보고와 심야노동이 납이나 자외선과 동급인 2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결과를 발표했다. [출처: 2580 화면캡쳐]
최근에 드러난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제의 가장 큰 문제는 교대제자체가 발암성물질이라는 것이다. 2007년 국제암기구 (IARC)는 교대제와 그로 인해 생체주기가 파괴되는 현상이 발암성(IARC Group 2A)을 갖는 것으로 분류하였다. 국제암기구는 “교대제로 인하여 밤에 빛에 노출되었을 때, 24시간 생체주기가 파괴되고 수면-활동 양상이 변화되어 수면동안 분비가 증대하는 멜라토닌의 생성이 억제되므로 암 발생 경로와 연관되어있는 생체주기 유전자를 규제하던 작용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어 암 발생이 증가하게 된다”고 강조하였다. 즉, 멜라토닌은 밤에 수면동안에 분비되는 것으로 항암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밤에 빛을 비추는 것은 인체 내에 멜라토닌의 분비를 감소시켜 암의 발생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또한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제는 24시간 생체주기의 파괴로 인하여 24시간 생체주기의 리듬을 따르는 기관들에 이상을 일으켜 뇌심혈관계질환 (돌연사, 심장마비, 고혈압, 콜레스테롤의 과도한 증가,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증), 수면장애 및 교대부적응증후군 (수면박탈, 만성피로, 각성도 감소, 집중력 감소, 생리적 리듬의 부조화로 인한 교대 시차 증후군), 소화기계질환 (위염, 위궤양), 내분비계질환 (당뇨병)을 발생시킨다.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제는 임신장애 및 재생산기능의 장애를 유발한다. 여성의 재생산 사이클과 호르몬의 분비기전이 24시간 생체주기를 따르기 때문에 임신, 출산, 월경기능도 24시간 생체주기에 따라서 일어난다.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제 근무를 하는 여성들의 경우 24시간 생체주기가 파괴됨으로써 시상하부(GnRH)-뇌하수체(LH)-난소˙생식(estrogen)으로 연결되는 여성호르몬 분비기전에 장애를 일으켜 재생산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야간노동을 하는 여성들의 경우 월경주기가 파괴되며, 자연유산이 증가하고, 저체중출산과 조산이 증가한다. 또한 24시간 생체주기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야간노동을 하는 여성의 경우 미숙아나 저체중아를 출산할 위험이 높다.

특히 야간근무하는 여성에서 유방암 발생이 증가하는데, 그 기전을 보면, 여성이 밤에 일을 하느라 인공적인 빛을 받게 되면, 체내에 항암작용을 하는 멜라토닌의 분비가 억제됨으로써 암세포 증식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수면박탈이 시상하부-뇌하수체 호르몬 분비양상을 비정상적으로 변형시켜서 암세포의 발생을 증가시킨다. 또한 분자생물학적으로 볼 때, 24시간 생체주기의 이상이 스테로이드 호르몬 분비를 비정상적으로 만들어서 시계유전자(clock gene)의 주기를 변형시켜 유방암발생을 증가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결국, 야간근무를 포함한 교대제로 인해 24시간 생체주기가 파괴된 여성들은 월경주기의 불순, 유산과 조산, 임신불능, 유방암 등이 증가하는 것이다.

인류에게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제가 없었더라면 인류의 생명은 더욱 길어졌을 것이다. 지금보다도 훨씬 더 긴 수명을 영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미 교대제는 인체 내 24시간 생체주기를 파괴하고 생체 시간의 순서를 교란시킴으로써 이러한 생체주기의 조절을 받고 있는 각종 장기들, 심혈관계, 내분비계, 소화기계, 재생산에 관련된 기관 등을 손상시키며, 특히 암을 유발하게 되는데, 이러한 각종 장기들의 손상과 질환들이 총체적으로 수명단축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교대제로 인한 건강장해의 양상들은 현대자동차와 같은 자동차공장의 주야맞교대 근무 노동자들에게도 나타나고 있었다. 현대자동차 주야맞교대 근무 노동자들에서 발생위험도가 높은 질환들은 암, 심혈관계질환, 호흡기질환, 암, 정맥질환, 위궤양, 위염 등으로 일반적으로 교대제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질환들과 일치하게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교대제로 인한 장시간의 야간노동은 노동자의 24시간 생체주기의 파괴를 통하여 암, 뇌심혈관계질환, 수면장애, 위장질환, 간장질환, 당뇨, 교대부적응증후군, 정신질환 등을 유발시켜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건강을 해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으며, 건강불평등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궁극적으로 생명조차 단축시키고 있다.

야간노동철폐는 해방된 사회로 가기위한 준비작업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도입된 이래, 교대제가 계속 지속되며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본가계급의 이윤추구에 있다. 자본가계급이 교대제를 지속적으로 도입하는 이유는 첫째, 불변자본의 절약을 위해서이고, 둘째, 교대제로 야간노동시간을 증대시켜 절대적인 노동일을 연장시켜 잉여가치를 증대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맑스는 자본론에서 “노동을 1일 24시간 전체에 걸쳐서 점유”하려는 것이 “자본주의적 생산의 내재적 충동이다” 고 했다. 결국, 교대제는 자본가계급이 잉여노동과 잉여가치를 착취하기 위한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노동자계급에게 있어서 야간노동철폐투쟁을 비롯한 노동시간단축투쟁은 정당하다. 왜냐하면, 야간노동은 인간을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넘어서까지 자본가계급의 부를 생산하는 기계로 만들어버림으로써, 극도의 황폐화상태로 몰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은 “자본주의사회 내에서 단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만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자본주의라는 고질병을 완화시킬 따름이지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자건강권 투쟁은 단지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찾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노동과정에서 노동자의 건강이 악화되는 근본적인 원인인 자본가계급의 노동착취를 폭로하며, 노동착취로 인해 발생하는 노동자의 건강악화를 막는 것이며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우리는 현 자본주의제도가 빚어낸 결과만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고자 한다.

야간노동철폐투쟁과 노동시간단축투쟁은 단지 야간노동을 하는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야간노동철폐투쟁은 단지 야간노동 자체만을 철폐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노동과정에서 잉여노동착취와 사적소유를 없애고 전체 노동인구가 자유롭고 해방된 사회로 가기위한 준비작업인 것이다.
덧붙이는 말

손미아 님은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다.

  • zzz

    그래서 유성기업회장님은 저녁에 잠을 잘주무셔서 오래살아계시는구나............힘없고 돈없는노동자와 견찰윗대가리잘못만난 의경전경들도 불쌍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