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산업주의자들에 의해 제압당하였다
그 거대한 산업의 금자탑들이 도시를 가득 채웠다
도시는
땅 아래로부터 대지의 피를 빨아올려
제 살을 불리고만 있었고
스스로 새로운 산이 되어
스모그와 악취를 뿜어대고 있었다
아, 산이 없다
입이 찢어지게 웃고만 있는 가면들
모가지까지 씌워진 인간들이
개미처럼 이동하고, 쓰러지고, 치워지고, 다시 태어나고
하늘엔 대형 LED 화면들이 우주선처럼 떠 있고
절대자 폭력 자본은 명랑할 것만을 지시한다
모든 우울과 절망의 눈빛은
불온자들의 인상착의이다
명랑한 노래와 춤들만이 넘실…
……
산이 없었다
여기보다 높은 산이 없었다
하여, 여인은
올라갔다
그 마천루들보다 높은, 도시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단 하나의 질문을 가지고
그 크레인 위
이 세계의 주인은 누구인가?
지구의 주인은 누구인가?
거기가 새로운 산이 되었다
멀리, 거대한 탐욕의 패총 쌓아 올리는
우리들의 도시 바라보며
거기 기생하는 비윤리와 기회주의,
모든 당대의 야만을 옹호했던 문맹의 낙관론… 아,
일견 패잔의 탈주자, 나를
바라보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 백척간두의
산정에서,
여인은...
조용히...
......
도시 한 켠에서
사람들, 잠시 웃음의 가면을 벗고
절망의 버스에
오르고
있다
거기 가서
한 여인의 비명을 들으리라
세계의 비명...
[덧말]
정태춘 선배님이 글을 보내 주셨습니다. 아, 시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공개적으로 글을 쓰지 않았는데, 무슨 말이라도 써야 하셨다고 합니다. 소중한 글, 너무나 감사합니다.
저 ‘산정의 비명’을 들으라고, 우리 모두 ‘잠시 웃음의 가면을 벗고 / 절망의 버스에 / 오르고 / 있다’라는 역설적인 절규. 그의 말도 비명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모두 비명같은 소리들을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하는 참담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지만, 그 누구의 삶도 충분히 자유롭거나 기쁘거나, 풍요로울 수 없는 사회입니다. 사회적 부는 넘칠 데로 넘쳐나는데, 평범한 목숨들은 더욱 가파른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 절망의 극점에서 지금 한 여성노동자가 161일째 생사의 기로를 오가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꼭 이렇게 살아야만 하냐고. 어제는 경찰 특공대 15명이 옆 84호 크레인에 올라 정찰을 하고 갔다고 합니다. 어떤 순간이 임박해 온 것 같다고, 짐 될만한 게 뭐가 있다고 짐을 모두 싸서 내려보냈다고 합니다. 이런 ‘세계의 비명’을 들으라고 합니다. 진정한 희망이 무엇인지를 알면서 이 고통의 극점을 정면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합니다. 모두 함께 이 절망의 시대를 넘어 갑시다.
시간이 없습니다. 우리는 7월 9일, 그와 이 땅의 모든 정리해고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구하고자 전국 각지에서 185대의 버스를 출발시키자고 했습니다. 이 무모한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해주십시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송경동 시인)
* 이 글은 다음 블로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http://blog.daum.net/gilbak
2차 희망의 버스 안내
[2차 희망의 버스 탑승 요령]
○ 출발 : 2011년 7월 9일 오후 1시(부산 6시 30분 도착 기준)
○ 출발 장소 : 전국 동시 다발(서울 / 시청광장 앞 재능교육비정규직 농성장)
○ 참가비 : 30.000원(각 지역별로 다르게 잡으실 수 있습니다.)
○ 참가 및 연대 게시판 : 다음 까페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검색
http://cafe.daum.net/happylaborworld
○ 참가비 및 후원금 입금계좌 : 박래군(농협 351-0199-8560-53)
○ 문의 및 연락처 : 02-363-0610(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아름다운 만남을 위하여]
- 각 단체 별로 ‘2차 희망의 버스’ 참가를 즐겁게 결정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지역 내 사회단체 및 양심적 개인들과 긴급히 소통해서 ‘2차 지역 희망의 버스’를 만들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사이트, 메일링, 기고 활동 등을 통해 ‘2차 희망의 버스’를 홍보해 주십시오.
- 각 단체나 커뮤니티 별로 별도로 참가자를 모아 일괄 신청해 주시면 좋습니다.
- 각 단체 및 지역 참가단은 희망의 버스 한 대당 2분의 ‘깔깔깔’을 선정해 버스 운행과, 전체 진행요원으로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눔과 연대의 마당]
- 각 지역 버스별로 지역 특산물이나 나누고 싶은 것들을 가져와 주시면 좋겠습니다. 부산 시민들과 함께 하는 연대의 나눔장터가 열립니다.
- 185일째(가는 날 기준) 외롭게 싸우고 있는 김진숙 님과 집단 단식 중인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아픔을 함께 나누는 날로 1박 2일 노숙을 기본으로 하는 연대입니다. 텐트 등을 준비해 주시면 좋습니다.
- 7월 10일 아침밥 외에 진행팀에서 제공해 드릴 것은 따로 없습니다. 먹거리 등을 준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연대 문화마당이 열립니다. 각 지역 참가 버스는 가능한 문화 프로그램 등을 준비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김진숙 님과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들, 그리고 부산지역 노동자 분들이 오시는 분들게, 다시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는 꿈을 담은 ‘희망의 배’를 접어 오시는 모든 분들께 하나씩 드리겠다고 합니다.
- 부산 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문화예술인들이 7월 9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나눔 콘서트를 열어주신다고 합니다. 부산 시민 여러분이 모두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이 버스는 희망을 노래하려는 버스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