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MB의 동지들이 장악한 방송

[연속기고, MB3년](13) 시장주의를 표방한 반시장적 언론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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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은 방송산업 성장을 명분으로 언론을 보수적으로 재편하려는 것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시장 원리에 입각한 규제 최소화와 자유화 정책 패러다임에 근거하여 ‘방송’을 경쟁지향적인 ‘방송시장’ 체제로 전환시킴으로써 콘텐츠 산업과 기기산업 등 유관 산업 분야에서도 획기적인 시장 변화를 유도하겠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방송의 공공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없었다. 반면 대기업과 신문의 방송뉴스 영역 진출 보장은 현 정부의 방송정책이 달성해야 할 절대 과제였다.

시장주의자들은 대기업이나 신문의 방송산업 진출 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를 확대하고, 산업의 발달을 촉진하는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수사학적 농단에 불과하고 공공성을 띠는 방송뉴스 영역을 사기업에 불하하는 것에 불과하다. 방송뉴스를 할 수 있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은 단순한 방송 산업이 아니라 언론의 영역인 것이다. 따라서 이를 사적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재편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 보호 장치를 깨고 여론을 지배하여 권력의 영속화를 꾀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치 공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언론의 공공성보다는 양적 성장을 기준으로 방송 산업 극대화에 방점을 찍고, 한나라당의 관점에서 권력 창출에 가장 걸림돌이었다고 생각하는 지상파 방송을 분해하려는 시나리오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MB의 정치적 동지들이 방송사 장악"


정부는 1차적으로 언론사의 지배구조를 장악하였다. 즉 방송정책 총괄기구인 방송통신위원장에 후보시절 정치특보였던 최시중 씨를 앉힘으로써 이후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이나 방송정책에서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할 가능성을 예비하였다. 그리고 이후 KBS, YTN을 비롯한 각 방송사 사장에 대통령 후보시절 정치 특보들을 앉혔다. 언론유관기관의 장까지 고려하면 수십 명의 특보를 배치하였다. 가히 특보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지금 MBC에서 보듯이 친여적 성향의 인사가 방송사 사장 또는 경영진이 되는 것도 매우 위험한데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들이 방송사를 장악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그 과정 또한 민주주의에 역행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었다. 공영방송 이사인 신태섭 교수를 소속 학교에서 해임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근거로 이사에서 해임하는 편법을 동원했다. 이런 편법으로 다수가 된 친정부적 이사들이 법에 근거도 없는 해임제청권을 창안해 행사하고, 대통령은 초법적인 사장 해임권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독립적이어야 할 감사원까지 동원하는 국정 농단이 벌어 졌다. 그 외에도 사장 임명을 통한 방송 장악에 저항하던 많은 언론인들이 희생당하였다. KBS에서는 대량 징계와 보복 인사가, YTN에서는 6명의 해직, MBC에서는 노조위원장의 해고 등을 자행한 것이다. 물론 사법부가 이러한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결해주었지만 판결까지 이미 1년 이상의 고통의 기간이 지났을 뿐 아니라 판결이 났어도 그 부당한 조치들을 원상회복시키는 후속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비판 언론, 시사 프로그램 축출

지배구조를 장악하는 것 외에도 프로그램에 대한 압박을 가했다. 방송통신심의위를 통해 시사적 프로그램에 대해 징계를 결정하고, 장악한 지배구조를 통해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성격을 변화시켰다. KBS에서는 시사투나잇을 폐지하고 탐사보도팀을 해체시켰다. KBS가 김제동을 프로그램에서 하차시켜 연예인의 사회적 발언에 재갈을 물리더니, MBC도 손석희를 하차시켜 100분 토론의 예봉을 꺾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드디어 MBC가 김미화를 쫓아냈다.


PD 수첩의 경우는 민사 소송을 제기하고, 형사 기소하여 압박을 가하였다. 민주화된 사회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공직자 명예훼손을 적용하여 처벌하고자 한 것이다. 사법부는 최종적으로 PD 수첩의 언론 기능에 손을 들어 주었다. 하지만 MBC가 이런 판결의 의미를 받아들이고 있지 않음은 분명하다. 공영방송의 수장임에도 ‘청와대에 들어가 쪼인트 까이고’ MBC 인사를 단행했다는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발언으로 이미 사장 자격을 사실상 상실한 김재철 사장의 MBC 길들이기는 집요하다. MBC 공공성의 상징인 국장 임명 동의제를 무력화하기 위해 단협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최근에는 PD 수첩의 대표적인 인물인 최승호 PD를 비롯한 제작진을 프로그램에서 쫓아냈다. 그리고 PD 수첩의 4대강 편에 이어 남북경협 편을 불방 시켰다. 정부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신념의 표시다.

시민들의 비판행위에 대해서도 공권력을 사용하여 탄압했다. 촛불시위에 대해 기소하고, 인터넷을 통한 의사표현을 억제하고, 언론에 대한 시민의 자발적인 비판을 형사적으로 처벌하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의 광고주 불매운동에 대한 형사처벌이다. 경제적 이해당사자가 아닌 일반 시민이 언론에 항의하기 위한 방식으로 광고주 불매운동을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행사이다. 미국 등을 비롯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기소하여 처벌을 시도하였다. 사법부는 선별 처리하여 일부에게는 무죄를, 일부에게는 벌금형을 선고하였다.

미디어법의 개악...조중동매, 종편 선정

현 정부는 이런 언론 장악을 제도적으로 고착시킬 수 있도록 미디어 관련법 개정을 강행하였다. 이번 법 개정은 내용은 물론 그 개정 절차에서 반민주적이었다. 우선 내용에서 공공영역을 축소하고 자본의 진출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시민의 의사 표현의 기회를 축소하고, 기득권 집단의 사회적 영향력을 높이며 공공의 재원을 사적 이윤으로 환원시키려 한다는 측면에서 반민주적이다.

공공의 자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에 이미 언론권력인 신문의 지분 참여를 허용한 것은 물론 우리 사회의 권력 정점에 있는 자본 권력 즉 대기업의 지분 참여를 허용한 것이다. 또 뉴스를 행할 수 있는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에 대기업, 신문은 물론 외국자본의 진출까지 허용하였다. 국가 주권 의식조차 없는 것이다.

그럼 이렇게 민주적 가치를 포기하면 방송 산업이 성장할까? 정부의 방송 산업 성장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GDP 중 방송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여타 OECD 소속 국가들과 비교할 때 우리 방송 산업은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시장론자들의 관점에서 보아도 공공 영역인 지상파의 재원을 사적 자본으로 이전하는 효과 이외에 아무런 실익이 없는 정책에 불과한 것이다.

법을 개정하는 과정 자체도 비민주적이었다. 나경원 의원 스스로 국회의원들도 다 이해할 수 없다고 인정한 법을 토론과 설득 없이 개정하려 시도했고, 국민 여론조사조차도 예산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거부하더니 결국 국회법 절차를 무시하고 날치기 통과시켰다. 헌법재판소는 이런 절차 위반에 대해 위헌, 위법했다고 판결하며 국회가 해결해야 할 주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국회의원의 심의의결권이라는 본질적인 권한을 포기하면서까지 전혀 시정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내용과 절차에서 반민주적인 미디어 관련법은 시행되었다.

그리고 이에 근거하여 신문시장의 여론독과점 매체인 조중동과 「매일경제」가 주도하는 컨소시엄들을 종합편성채널방송사업자(종편)로 선정하였다. 종편 선정 역시 절차부터 문제였다. 방통위는 기본심사계획안 공개로부터 3개월 반, 확정으로부터 2개월 반, 세부심사계획안 공개로부터 한 달, 공고로부터 20일 만에 신청을 마감했다. 예비 사업자들의 준비기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기일이다. 애초 내용 평가가 중요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객관적 평가인 정량 평가 항목에서 1등을 하지 못한 조중동은 주관적 평가인 정성 평가 항목 대부분에서 나란히 1, 2, 3 위 안에 들었다는 사실이 졸속 진행의 의도를 반증하는 것일까? 그리고 세상의 예측대로 조중동이 종편 사업자가 된 것이다.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와 동일한 수용자를 대상으로 경쟁할 종편 사업자가 이미 방송권역, 의무전송, 방송광고 시간, 방송광고판매제도, 방송편성, 방송심의 모든 부분에서 이미 지상파에 비해 특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채널배정, 방송발전기금, 광고 종류 등에서 특혜를 더 주겠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종편의 도입이 방송산업을 활성화시킬 것이라는 명분과 달리 특혜를 통해 성장시키겠다는 의미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은 공공의 이익을 사적 자본의 이익으로 전환시키고 사적 자본이 장악한 언론을 통해 보수진영의 영구 집권을 꾀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시장주의를 가장한 반시장주의자들의 정치적 집권 전략이었다는 평가가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