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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문화정책은 한마디로 ‘반민중’

[연속기고, MB3년](11) 전두환 이후 문화정책을 가장 크게 후퇴시킨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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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후 한국의 문화정책을 가장 크게 후퇴시킨 정부를 꼽으라면 이명박 정부가 단연 첫손가락에 들 것이다. 전두환 정부 이후 한국의 문화정책이 지금처럼 꼴사나운 몰골을 한 적은 없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정부의 문화정책은 물론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그런대로 문화적 민주주의를 조금씩 신장시켜온 편이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킴으로써 이와 같은 발전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리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 문화정책은 한마디로 말해서 ‘반민중성’으로 요약된다. 이는 지난 3년 넘게 정부정책 전반에서 강화되어온 신자유주의적 기조가 문화정책에도 관철된 결과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시장화, 자유화, 민영화, 개방화 정책을 강화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쳐왔고 이에 저항하는 민중에 대해서는 반민주적 억압을 서슴지 않았는데, 문화정책에서 이런 흐름은 독단적인 인사행정, 파행적인 예산운영, 표현의 자유 억압, 문화적 공공성 파괴 등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문화예술계의 ‘좌파적출’


이명박 정권 문화정책의 색깔은 처음에는 전임 정권의 ‘코드인사’를 시정한다며 ‘좌파적출’을 시도한 데서 나타났다.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 김정헌 문화예술위원장, 정연주 한국방송사장,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총장 등을 불법적으로 쫓아낸 것이 그런 예다. 이들 인사들의 축출이 불법이었다는 것은 이후 이들이 모두 법원으로부터 자신들의 해임이 위법이었다는 판결을 받아낸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전임 기관장들을 축출하고 대신 자리에 앉힌 인사들은 당연히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서 상당수는 뉴라이트 계열이었다. 하지만 이런 파당적 인사의 문제성은 얼마 가지 않아서 드러나기 시작한다. 조희문 영화진흥위원장이 조직 파행운영으로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된 것이나 유인촌 전 문화부장관의 비호를 받던 이소영 국립오페라단장이 허위 경력으로 임명된 것도 모자라 친인척에 특혜를 준 사실이 드러난 것이 그런 예다.

이명박 정부가 전임정부의 ‘코드인사’를 시정한다며 더 지독한 정파적 코드인사를 감행한 데에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었다고 봐야 한다. 단적인 예가 전임정부가 임명한 KBS와 MBC 사장들을 쫓아내고 신임 김인규, 김재철 사장으로 바꾼 것이다. 이런 조치는 커다란 비난과 저항을 불러일으켰지만 이명박 정부는 미디어권력을 새롭게 재편 자신에게 유리한 방송환경을 만들어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지지세력 챙겨주기

이명박 정부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지지 세력은 확실하게 챙겨준다는 것일 게다. 이런 점은 문화예산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특정 집단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사례로 나타나기도 한다. 예술인회관 건립과 관련하여 이명박 정권이 예총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것이 그런 경우다. 예술인회관 사업은 예총에 대한 특혜로 지목되어 문화예술계의 지탄을 받아온 것으로 2008년 8월 <제18대 국회정책현안자료집>에서 “다각적인 국고보조금(165억원) 반납 방안 적극 모색 필요”로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2009년 11월 문화부는 165억원의 국고반납 조치를 철회하고 추가로 400억원의 예산을 책정해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예술인회관 건립 사업이 특혜로 간주되는 것은 그동안 예총이 보조사업자로서의 전문성, 재정 확보 능력 등을 전혀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그런 사업에 국고를 쏟아 붓자고 하기 때문이다.

파당적인 인사정책, 파행적인 예산운영 등을 보면서 이명박 정부는 왜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의아해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태도야 말로 이명박 정부의 정체성에 그대로 부합한다고 봐야 한다. 국토 전체를 파괴하여 국민적 저항을 받고 있는 4대강사업을 밀어붙이는 데서도 보이듯 이명박 정부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철저히 챙긴다. 이는 자본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겠다는 입장이고,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공공성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태도다. 문화정책에서도 이런 경향은 그대로 드러난다.

문화 공공성의 파괴

이명박 정권에 들어서서 부쩍 늘어난 것이 공공기관의 법인화다. 법인화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축적 전략이 지배하게 되면서 공공부문에서 확산된 민영화의 일환으로서 이런 흐름은 문화 분야에서도 예외 없이 나타난다. 이명박 정권에 들어와서 문화공공기관 가운데 법인으로 바뀐 사례는 경기도립예술단, 국립극단 등 아직은 다행히 소수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전임정부에서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등을 책임운영기관으로 선정하여 민영화의 토대를 닦은 뒤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 법인화를 추진하게 되면 문화적 공공성은 더욱 침해를 받지 않을 수 없다.

문화적 공공성 침해는 정실인사와 파행적 예산운영과 얽혀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그나마 잘한 것이 있다면 문화민주주의를 약간 진작시킨 것이다. 예컨대 영화진흥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산하에 영상미디어센터나 독립영화전용관과 같은 문화적 공간이 마련된 것은 그 덕분이기도 한데,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서 이런 공공기관이 사적 소유물인양 농락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영상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자 선정을 공모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비리와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나름대로 전문성과 사회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오던 두 기관의 전임 사업주체들에게 사업자 선정 과정의 ‘투명성’을 명분으로 공모에 정식 응모할 것을 요구한 것까지는 이해된다고 하더라도 공모심사에서 꼴찌로 탈락한 응모자를 1위로 만든 것이 문제였다.

이 결과 조희문 영화진흥위원장이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되었지만, 문제는 이런 일을 개인 비리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신임장관 청문회가 예외 없이 비리와 의혹이 줄줄이 따라 나오는 인사들의 경연장이 되는 데서 드러나듯이 이명박 정부의 인사에는 일관성이 있다. 신자유주의 수호세력인 이명박 정권을 지지하면 전문성과는 관계없이 고위직에 앉힌다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무는 늘 뒤로 밀리고 만다. 문화 분야에서도 이로 인해 사회적 공공성은 늘 뒤로 쳐졌다. 공공예술기관의 사회적 기능 확대를 위한 정책 비전, 예술노동자 및 문화예술종사자들에 대한 사회복지제도 수립, 문화 향수 양극화 해소를 위한 문화공공성 확대 등은 그래서 이명박 정부에서는 말도 꺼내지 못할 의제가 되었다. 대신 강화된 것이 문화의 시장화요 자유화다. 이명박 정부의 문화 분야에서의 시장 선호는 문화콘텐츠 강조로 나타난다. 문화콘텐츠를 강조하는 것은 문화를 통해 돈을 벌자는 것이다. 이것은 문화 자체가 사회적 자산이라는 점을 무시하고 문화를 산업으로, 경제문제로 보는 관점이다.


압살시킨 ‘표현의 자유’

마지막으로 꼭 지적해야 할 이명박 정부 문화정책의 문제점은 과거 어떤 정부보다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증거와 정황은 미네르바 구속사건, 집회 및 시위에 대한 일방적인 탄압, 네티즌에 대한 통제 강화, 청소년 유해매체 선정 남발 등 너무나 많다. 보다시피 이 정부의 표현의 자유 억압은 전방위적이다. 이명박 정부는 최근에 들어와서는 청소년은 심야에 온라인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셧다운제도를 도입하려는 중이다. 정부가 이토록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검열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근래에는 이명박 정부가 처음이다. 이 결과 한국인의 문화적 권리는 크게 후퇴했다. 이명박 정부는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불만의 표출을 억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이런 문화정책 흐름이 꼭 이명박 정부로 인해 일어난 것은 아니다. 문화의 시장화 경향은 문화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데 관심이 컸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한국사회는 신자유주의 지배의 폐해가 극에 달해 사회적 불만과 저항의 수준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전횡과 억압에 더욱 의존하는 것은 소수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민중을 억눌러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정책의 난맥상도 그런 결과이지만 그 바람에 문화민주주의도 크게 퇴행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