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김상곤 교육감님. 저는 의정부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 김석민입니다. 저는 학생인권, 청소년인권에 관심이 많은 학생으로,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전국 최초로 제정되고 통과되는 과정을 기쁘고 뿌듯한 마음으로 지켜보아왔습니다. 그래서 이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이후부터, 비록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학생인권조례가 잘 자리 잡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제1기 경기도학생참여위원회 위원 모집 공고에 몇 가지 불만사항이 있기에 이 편지를 쓰게 됐습니다.
일단 저는 위원 모집 기간이 학생들을 배려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중간고사를 4월 마지막 주에서 5월 첫째 주에 보곤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4월 15~21일에 모집 공고를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시험공부에 바빠서 이런 일에 관심을 가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학생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학생참여위원회의 위원을 모집하는데, 학생들에 대한, 학교의 상황에 대한 배려가 보이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진정으로 학생들을 생각한다면, 모집기간을 학생들이 관심을 많이 가질 수 있는 기간으로 하고, 좀 더 기간을 넉넉히 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또한, 학교에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에 매우 화가 났습니다. 평소에 관심이 많은 저는 알게 되고서 바로 신청서를 낼 수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학생참여위원회’라는 것을 모집하는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었던 것입니다. 청소년인권단체인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 제보된 사례에 의하면 대부분의 학교에서 ‘공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공고를 한 학교에서도 여러 문제점이 보였습니다. 수원의 어떤 고등학교에선 3학년에게만 공고하지 않았고, 안양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교내방송으로만 방송만 했다고 하는, 사례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학생참여위원회가 있다는 사실은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를 자주 들락거리는 학생이 아닌 이상 학교에서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이처럼 ‘공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저는 화가 납니다. 학생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보장한 상태에서 학생참여위원회를 모집해야 하는 거라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홍보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모집과, 참여는 제대로 된 참여라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신청서를 봤는데, 이 신청서에 보호자와 교장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이 너무 이상했습니다. 학생들의 자치를 보장하기 위해서 만드는 위원회임에도 불구하고, 보호자와 교장의 싸인이 없으면 신청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냥 ‘절차’일 뿐이라고 했다는데, 제가 생각할 때는 학생이 어떤 자치활동에 참가할 때, 학교장의 허가, 부모의 동의 등은 반드시 필요한 절차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어떤 학교에서는 교장선생님의 직인을 찍어주는 것에 대해서 ‘좀 생각해볼게’ 라는 식으로 참여를 보류하려는 말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이 학교에서만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충분히 많은 학교에서 직인이나 싸인을 해주지 않는 사례가 있었을 것입니다.
진정으로 학생들의 자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보호자나 교장의 뜻과는 상관없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신청을 보장해야 하는데, 이미 모집도 끝난 마당에 이런 이야기를 하긴 좀 그렇지만, 그래도 그런 신청서는 좀 아니라고 생각해서, 이 문제는 꼭 지적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청서부터 잘못된 모집과정이었던 것입니다. 도교육청에서, 김상곤 교육감께서 이런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꼭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선발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점에서도 불만스러웠습니다. 실제로 저는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 지원서를 내고, 의정부교육지원청의 연락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연락도 없고, 홈페이지에는 아무런 공지사항도 없었습니다. 추첨을 하는데 학생들이 볼 수 없으니, 어디서, 어떻게, 뽑힌 건지도 도저히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추첨을 어디서 하는 것인지 지원한 학생들에게 통보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 이런 문제점들을 볼 때, 과연 학생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학생참여위원회를 제대로 모집했다고 볼 수 있는걸까요?
경기도는 전국에서 최초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역입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참여위원회에 많은 기대를 했습니다.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저의 얼마 남지 않은 학교생활의 숨통을 틔워주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경기도 지역 뿐 아니라 우리 나라의 많은 학교가 ‘학생인권’을 생각하는 학교로 바뀔 수 있을거라고, 우리 사회가 변화할거라고, 그렇게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의 자리매김을 위한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학생참여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은 점, 보호자와 교장의 동의가 없으면 지원도 하지 못하게 한 점, 학생인권조례는 만들어놨으면서 청소년을 아직도 인권의 주체로 보지 않은 점이 너무 아쉽고 답답하고, 솔직히 화도 많이 나고 슬픕니다. 전국 최초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했다는 자부심은 가지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이미 ‘갖고 있었던’ 기본적인 인권을, 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 마치 선물한 것처럼, 대단하고 값진 것을 우리에게 선물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원래 인간이고, 원래 인권을 존중받아야 할 당당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께서는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했다는 자부심에 걸맞게, 학생들이 자신의 권리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노력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저의, 학생들의 이야기를 진정으로 귀 기울이는 데 힘써주시기를 바랍니다. 편지가 길어졌습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