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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재앙과 노동자

[칼럼] 핵 마피아 맞서 노동자들이 안싸우면 '탈핵'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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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발전소 1호기 핵연료봉 대부분이 녹아내렸다. 두달 넘게 쉬쉬하던 일본 정부도 15일 사실을 시인했다. 지금 후쿠시마 핵발전소 1호기 안에서는 시간당 2000밀리시버트의 방사성 물질이 방출되고 있다. 지금까지 1945년 히로시마 핵폭탄 폭발 당시의 40배가 넘는 방사성 물질이 방출됐다. 원자로를 식히려고 쏟아부은 냉각수는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로 변해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연말이면 그 양이 수십만톤에 이른다. 핵발전소 30~40킬로미터 주민 7700여명이 긴급 피난에 나섰고, 250킬로미터 떨어진 도쿄의 흙에서도 유전자를 손상시키고 암을 일으키는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를 웃돌아 나왔다. 한국에서도 방사성 요오드니 세슘이니 하는 낯선 이름의 방사성 물질들이 검출됐다. 지구 전체가 후쿠시마발 방사성 물질에 몸살을 앓고 있다. 25년 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를 뛰어넘는 최악의 핵 재앙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뒤 독일은 연말까지 노후 핵발전소 8기의 가동을 중단하고 2020년까지 나머지 9기를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도 올 여름까지 전체 핵발전소 52기 가운데 42기의 가동을 중단하고, 2030년까지 원자로 14기 증설 계획을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고리, 월성, 울진, 영광에 핵발전소 21기를 가동하고 있고 현재 건설중인 7기에 앞으로도 6기를 더 지을 계획인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수명을 연장해 운행하다 고장나 지난달 12일 가동을 멈춘 고리1호기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뚝딱뚝딱 발표하고는 26일만에 재가동했다. 내년에 수명을 다하는 월성1호기도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10년 연장 운전을 꿋꿋이 추진중이다. 지난 11일 광주․전남지역의 방사능 수치가 서울의 30배 이상 치솟아 환경단체들이 영광 핵발전소의 정밀진단을 요구했지만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한마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은 부실 암반에 지하수 유출이 우려되는데도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에 핵발전소를 수출하면서 뒷돈 100억달러를 지원하고 UAE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을 한국에 들여오기로 이면계약을 맺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나왔다.


핵발전소 사고의 가장 큰 피해자는 노동자들이다. 14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복구작업을 하던 60대 노동자가 하룻만에 숨졌다. 지금도 수백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복구작업에 투입돼 있다. 이들의 하루 목숨값은 일당 1만엔(12만원)이다. 일본후생성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직후인 지난 3월14일 핵발전소 작업 노동자의 방사선 최대 허용치를 연간 20밀리시버트에서 250밀리시버트로 12배 넘게 올렸다. 노동자들의 안전보다 사고 이후 산재 처리 비용을 더 걱정한 것이다. 후쿠시마 피해 주민 보상금 4조엔(48조원)도 전기요금을 16% 올려서 마련하겠다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니 이 정도는 약과라고 해야 하나.

노동자들의 죽음과 핵 재앙을 막으려면 낡은 핵발전소를 영구 폐쇄하고 추가 건설을 멈춰야 한다. 핵발전소를 새로 짓겠다는 계획도 모두 중단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윤을 위해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는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를 인간의 필요와 지구 생태계의 지속을 위해 알맞게 생산하고 소비하는 새로운 대안 체제로 바꿔내야 한다. 신재생 대체에너지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 2003~2004년 부안 반핵 항쟁을 전국, 전세계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새롭게 이어가야 한다. 거대 에너지 자본과 핵 마피아들에 맞서 노동자들이 싸우지 않으면 ‘탈핵’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