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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전세유민’ 남긴 MB식 주택정책

[연속기고, MB 3년](5) 부동산 시장 안정기에 악화되는 주거불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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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값 잡겠다고 집값을 올리는 전세대책과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

지난 5월 1일 국토해양부는 갑자기 ‘건설경기 연착륙 및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해외 금융시장에서 격변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긴박한 상황이 발생한 것도 아닌데 왜 하필이면 일요일이자 근로자의 날인 이 날을 택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더구나 이 날 발표한 대책 중에서 가장 주목을 끈 양도소득세의 거주요건 완화는 보통 노동자들과는 무관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들이 위화감을 느낄만한 대책이었다. 서울 강남 3구와 과천시, 수도권 5개 신도시 지역의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1세대 1주택 보유자인 경우 3년 이상 보유에 2년의 ‘거주’요건을 갖추어야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하던 것을 거주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하기로 한 것이다. 쉽게 말해 살지 않을 집을 보유만 해도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까지 포함하면 금년 들어 네 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앞선 1.13대책과 2.11대책에서는 전세시장 안정 방안, 3.22 대책에서는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취득세 완화방안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앞서 발표된 전세대책에는 세입자의 주거안정 방안보다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같은 주택공급 관련 규제 완화와 민간임대사업자 육성방안이 핵심적인 내용을 차지하고 있었다. 매매수요를 유도하고 주택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민간임대사업자를 육성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뛰는 전세값을 잡겠다고 주택매매 가격을 올리겠다는 의도이다.

그렇다면, 일요일에 긴급 대책을 내놓을 만큼 우리 주택시장은 침체되어 있으며 주택공급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태인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주택시장은 2008년 중반 이래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방광역시에서는 주택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전세가격은 2009년 4월 이래 2년 넘게 상승 중에 있다. 지난 해 12월 월간 아파트거래량은 6만호를 넘어 2008년 12월의 3배를 넘어섰다. 도대체 주택가격을 얼마나 올리고 주택거래를 얼마나 더 활성화하겠다는 것인가?


경제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한 부동산 시장 팽창주의

이명박 정부는 진보와 개혁을 기치로 내건 참여정부의 정책을 좌파와 사회주의로 몰아붙이면서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당연히 참여정부의 정책들은 배제나 극복의 대상이지 계승과 발전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국가균형발전정책과 함께 참여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 폭등을 초래하고 부동산의 양극화를 확대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기에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한편으로는 참여정부가 시행한 각종 조세와 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거나 철폐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규제 완화가 초래할 부동산 가격 폭등을 유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중적인 부담을 안고 출발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명박 정부의 딜레마를 해소시켜 준 것이 세계금융위기였다. 집권 초기에 규제완화 정책을 검토하기만 해도 부동산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에 쉽게 추진하지 못했던 부동산 규제완화와 부동산 관련 세제 완화 정책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확산되고, 국내에서도 미분양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경제 위기 극복과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명분으로 각종 대책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경제위기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한데다 주탹수요가 위축되어 연이은 규제완화와 조세감면 조치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 폭등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나 미국의 금융위기가 모두 부동산 가격 폭락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도 부동산 가격 폭락을 방지하기 위한 각종 대책에 큰 명분이 되었다.

그동안 미분양 해소, 건설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주택 공급 확대, 부동산 시장 활성화 등을 명분으로 발표된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은 벌써 30여 차례에 이른다. 대책의 주요 내용은 주택 공급 확대 정책, 주택 수요 확대 정책, 부동산 관련 조세부담 경감, 건설산업 지원 정책 등에 망라되어 있다. 이들 정책의 핵심논리는 부동산 공급만능주의와 부동산 시장 팽창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 공급만능주의란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하락, 부동산 투기 등은 모두 부동산의 공급부족에 있으므로 토지와 주택의 공급 확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적인 정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논리는 부동산 투기억제나 도시 관리를 위한 목적으로 가해지는 각종 규제의 철폐 논리로 이어진다. 이들 규제가 필요한 토지와 주택을 적시에 공급하는 것을 방해함으로써 시장의 왜곡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세계금융위기 이후부터는 소극적인 규제완화가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건설산업을 지원하고 부동산 시장 자체를 팽창시키는 부동산 시장 팽창주의로 발전하게 된다.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부동산의 공급과 수요를 동시에 확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 팽창주의 환상

집권 3년이 지나면서 이명박 정부가 각종 규제완화와 지원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팽창시키고자 했던 정책의 결과는 여러 부문에서 서민의 고통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세값 폭등으로 인한 세입자의 주거불안 심화, 과도한 정비구역 지정에 따른 재개발‧뉴타운 사업의 중단과 민원 발생, 가계부채의 급속한 확대와 가계 파산 위기, 부동산 개발사업에 올인했던 건설업체의 연이은 워크아웃과 저축은행들의 영업정지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부동산시장 팽창주의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전세가격의 급등이나 재개발·뉴타운 사업의 지연과 중단, 부동산 PF사업의 중단과 건설업체와 저축은행의 파산 등의 문제점들의 원인도 주택가격의 안정이나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지목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주택가격이 상승하거나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면 사라질 수 있는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에 입각해서 발표하고 있는 정책들이 올해 발표된 전세대책과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과 건설산업 지원 정책이다.

부동산 정책 본연의 역할로 되돌아가야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참여정부와는 달리 이명박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기에 오히려 서민들의 주거불안정을 심화시키고 있다. 지난 3년간 서민들의 주거안정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 활성화와 주택공급 확대, 건설산업 육성에 초점을 둔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결과이다. 현재 부동산 부문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개발사업의 중단과 주택수요 부족이 아니다.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는 개발사업을 과도하게 과속으로 추진하면서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게 되었고, 원주민들을 길거리로 내쫒는 것이다. 주택에 대한 수요 부족 문제는 다주택자나 민간임대사업자의 투기적, 투자적 수요로 채울 것이 아니라 개발방식이나 건축비 산정 체계를 바꾸어 현재의 소득 수준에서 부담가능하도록 저렴주택을 공급해서 창출해 내야 한다.

지금 필요한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시장을 팽창시키는 방안이 아니라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맞춤식 방안이어야 한다. 전체 가구의 40% 이상이 민간임대주택에 무방비로 방치되어 있는 것이 세입자들의 현실이고, 전체 거주자의 70% 이상인 세입자들이 뉴타운 지역에서 강제로 축출되는 것이 재정비사업의 현실이라면, 이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임대차등록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제도의 도입, 공공임대주택 건설의 확대는 세입자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방안이며, 소형주택 의무화의 확대와 재건축사업의 임대주택 건설 의무제 복원을 통한 저렴주택의 확보, 재정비사업 속도 조절 등은 재정비사업에서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필수적인 방안이다. 이제는 이명박 정부가 그간의 부동산 정책기조를 반성하고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새로운 부동산 정책패러다임을 도입해야 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