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출범하면서 “대한민국을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는 구호와 함께 747 공약(7% 성장, 4만달러 국민소득, 세계경제 7위 대국)'을 내걸었다. 경제정책의 평가기준은 ‘자원배분 효율성’, ‘소득분배 형평성’, ‘경제안정화’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2008년의 세계금융위기에 이자율 인하와 적자 재정 등으로 대응하여 거시경제의 단기적 안정화에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소득분배 형평성 증대’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는 실패했고, 그로 인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독점재벌 지원과 노동자 억압
이명박 정부는 공약한 대로 독점재벌 지원정책을 폈다. 2009년 3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를 재벌에게 선물했다. 그러나 촐총제 폐지는 투자활성화보다는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이에 따른 경제력 집중의 폐해만을 부추긴다. 삼성그룹의 비자금사건과 편법 상속,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등의 불법상속사건에서 나타났듯이 재벌그룹 총수일가의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한 초법적 행태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도 완화하여 2009년 7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으로 산업자본이 소유할 수 있는 은행이나 은행지주회사의 의결권 지분 한도를 4%에서 9%로 확대했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금융규제와 감독을 강화하는 추세를 거스르는 금산분리 완화는 금융시스템의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정책도 대기업의 자발적 양보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강화하고, 노사관계 선진화정책과 법치주의로 노동조합을 무자비하게 탄압하여 노동운동 무력화를 시도했다. 또한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 시도로 비정규직 사용을 확대했다. 2010년 10월 ‘국가고용전략 2020’을 발표했지만 고용 유연화를 강화하고 근로유인형 사회안전망을 개편하는 것은 고용의 질을 악화시킴으로써 노동시장 양극화와 분배 악화를 부추길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에 쌍용차 정리해고 반대 파업과 철도파업을 무력 진압했다. 업무방해 폭력행사 등 형법 조항을 노동쟁의에 적용, 고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나 가압류를 통해서 노동조합은 물론 개인 노동자를 억압했다.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에 대한 막무가내의 노조 불인정 정책과 탄압을 강행했다.
감세와 금융규제 완화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감세를 내세운 세제개편안을 제출하면서 감세가 투자를 촉진하고 성장률을 높여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세율 수준은 자본의 투자의욕과 노동자의 근로의욕을 저해할 정도로 높지 않고, 감세에 따른 소비, 투자증진효과가 불분명하며, 특히 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 침체에 대응하는데 무력했다. 감세정책은 세수만 감소시켜 재정적자를 확대하고, 정부부채를 증가시켰고, 소득분배를 악화시켜 경제의 소비기반을 약화시켰을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많은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강사업을 강행하여 22조원의 예산을 책정했고, 부담이 크자 공사 예산 일부를 수자원공사에 떠넘겼다. 반면에 정부·여당은 2011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그동안 약속했던 민생관련 10가지 사안을 누락했다.
이명박 정부는 금융감독위원회와 재무부 금융정책국을 합쳐 금융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금융산업 발전과 실물경제 지원을 추구하는 금융정책기능과 금융규제를 담당하는 기능을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한 것은 내재적 모순이 있다. 금융위기를 맞이하여 저금리 정책을 강행하고, 부동산대출 규제 완화 등 부동산경기부양책을 펼친 결과 부동산담보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대출 위험을 키웠다.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규제를 완화하여 저축은행들의 투기성 대출을 부추겼고, 부실 저축은행을 엄격하게 정리하지 않고 다른 저축은행에 인수시키는 편법을 동원함으로써 부동산 PF 부실 사태를 초래했다.
대외경제정책에서 이명박 정부는 한미FTA 추가협상에서 미국측 요구를 적극 수용했고, 한EU FTA를 체결했고, 중국, 일본과의 FTA협상도 추진하고 있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고환율정책과 수출증가의 영향으로 수출입의존도가 2007년 69.4%에서 2008년 92%, 2009년 88.7%로 크게 높아졌다.
재벌 지배력 강화와 노동자세력 약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결과 재벌의 지배력이 심화되었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10대그룹 내 시가총액 비중은 2008년 45.2%에서 2011년 1월 58.3%로 올라갔다. 전체 상장사 중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시가총액 비중도 2008년 39%에서 2011년 46.8%로 높아졌다.
이에 비해 노동자들의 힘은 약화되어, 노동조합원수는 1989년 193만명에서 2009년 164만명으로 줄어들었고, 노동조합 조직율은 1989년 19.8%에서 2009년 10.1%로 하락했다.
MB정부의 경제성장률은 '잃어버린 10년'보다 현저하게 낮고 물가상승률은 더 높다. 세계경제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경제 성장률이 뒷걸음치고 있는 것은 경제정책의 실패 때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장바구니 물가와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서민들이 느끼는 물가불안은 심각하다. 2011년 1월 소비자물가는 4.1%, 생산자물가는 6.2% 상승했다.
이명박 정부는 1년에 6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그러나 2008년에 일자리가 14만 5천개 증가하는 데 그쳤고, 다음해는 오히려 7만 2천개가량 줄어들었다. 공약대로라면 3년간 180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나야 하지만 실제로는 37만 3000개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통계청 발표 공식 실업률은 지난 3년간 3~4%대였지만 공식 실업자에다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 쉬는 인구, 18시간 미만취업자 등을 합친 사실상 실업자 비율은 2003년 11.6%에서 2007년 13.7%, 2010년 15.7%로 상승했다. 고용률은 금융위기 이전 59%대에서 2009년 58.6%로 내려갔고,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2010년 58.7%에 그쳤다.
소득분배 악화와 부채 누적
노동소득분배율, 즉 국민소득 중 임노동자 보수로 분배되는 비중은 2007년 61.1%에서 2009년 60.6%로 떨어졌고, 1986년 기준 임노동자 비중 증가를 고려한 노동소득분배율은 2006년 57.8%에서 2009년 54.8%로 훨씬 악화했다. 전가구(1인 및 농가포함)의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2006년 0.331에서 2009년 0.345로 높아졌다. 상위 20% 계층 시장소득은 2006년 하위 20%의 6.66배에서 2009년 7.7배로 높아졌다. 시장소득 기준 상대적 빈곤율도 2006년 16.7%에서 2009년 18.1%로 높아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집계한 ‘절대빈곤율’(월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비율)은 2007년 10.2%에서 2009년 11.1%로 상승했다.
재벌기업 특혜정책과 경기안정정책, 양극화 심화와 소득분배 악화는 가계부채, 기업부채, 정부부채 누적을 초래했다. 기획재정부의 국가결산 자료와 한국은행의 자금순환표에 의하면 기업과 개인, 정부의 부채는 2007년 각각 946조원, 744조원, 289조원에서 2010년3분기에는 각각 1293조원, 897조원, 407조원으로 늘어났다. 누적된 부채는 경제불안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이제는 극단적 양극화를 초래하는 재벌지배체제 강화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소득재분배 강화와 함께 재벌 독재체제를 타파하는 경제 민주화가 핵심 과제로 등장했다. 최근 선거결과에서 나타나듯이 보편적 복지 요구가 높아가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부유층 증세를 넘어서서 중산층까지도 증세의 부담을 져야 한다. 재벌문제에 대해서는 기업집단법을 제정하여 재벌총수가 경영책임을 지도록 하고, 개선되지 않으면 강제적인 재벌해체도 강구해야 한다. 공정거래법과 중소기업 보호 관련법을 통해 상품시장에서 재벌 대기업의 지배력을 견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