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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주년 노동절과 노동시간 단축투쟁

[칼럼] 일중독 빠진 과로사 예비군, 인간다운 삶과 거리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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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5월1일은 121주년 세계 노동절이다. 전세계 노동계급들이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연대하고 투쟁을 결의하는 날이다. 메이데이의 역사는 1885년 5월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이 노에와 같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8시간 노동제'를 외치며 총파업에 돌입한 날을 기념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노동시간 단축투쟁이라는 피의 역사를 망각한 채 세계 최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87년 노동자대투쟁에 동참하며 설립된 현대자동차노동조합도 기업별노조에서 2007년 산별노조로 전환하며 한국사회에서 민주노조운동의 상징성과 대표성을 가질만큼 정치투쟁의 선봉에 서서 싸워오는 자랑스러운 24년의 역사를 달려왔다. 하지만 임금인상을 통한 물질적 향상은 이루었는지 모르지만 여전히 빚쟁이의 삶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임금 시급제는 장시간 노동을 선호한다. 서로 차를 한 대라도 더 만들어주겠다는 경쟁을 일삼으며 물량확보가 곧 임금확보이고 고용안정인양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미 고령화에 접어든 조합원들은 장시간 노동에 지쳐 70% 이상이 근골격계 환자이고 일중독에 빠진 과로사 예비군이나 다름없는 신세이다. 87년 대투쟁에서 조합원 대중들의 요구였던 인간다운 삶의 방향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달려온 것이다.

아직도 세계 최장시간의 노동을 하면서 노동시간 단축투쟁은 임금삭감이라는 착각을 하며 인간다운 삶과 거리가 먼 현실은 아무래도 지금까지의 노동운동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다. 기업단위에서 우리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소아적, 단기적 실리주의로는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책임질 수 없다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있다.

그럼에도 정권과 자본, 보수언론의 악의에 찬 보도는 현대차 노동자들의 투쟁을 여전히 노동귀족들의 배부른 투쟁으로 매도하고 있다. 동일한 노동을 하면서도 절반의 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양산법을 요구하고 만든 것도 정권과 자본일진대 그 책임과 탓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돌아온다. 이번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채용을 '고용세습'으로 비약하여 늙은 노동자들의 절박한 심정이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되는 과정 또한 노동귀족론과 정규직 책임론의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890만명의 비정규직, 성장은 하되 고용은 감소하는 시대의 청년실업률의 증가, 고용이 곧 특혜인 사회의 변화와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비판 앞에 너무 욕심을 부렸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불법파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혹하게 탄압을 받고 있으며 전국민적 관심사가 해결되지도 못했는데 내 밥그릇 챙기기만 열중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을 좋게 봐줄 리 만무하다. 우리가 세상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오만한 판단을 한 것을 인정하고 한발 물러서며 수용하는 자세를 보일 때 국민들은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작은 희망을 품게 될 것이다.

후퇴하고 물러서자는 게 아니라 8시간 노동제 쟁취,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를 쟁취하는 투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장시간 노동을 철폐하고 청년실업자들에게 일자리 나누기와 장기근속자들의 인간다운 삶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2011년 임단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121주년 노동절을 앞둔 현대차지부가 가야 할 올바른 길은 노동시간 단축투쟁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