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핵발전소 폭발사고는 자연의 경고

[칼럼] 자연에 대한 오만, 과학에 대한 맹신이 자초한 인재

메뉴보기: 클릭하세요. V

길 가는 시민에게 ‘핵발전소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거 무슨 생뚱맞은 소리냐고 눈총 맞기 십상일 것이다. 새 생명, 새 희망으로 상징되던 봄비의 낭만이 죽음의 물질인 방사능을 연상시키는 기피 대상으로 바뀐 것만큼이나 국민들의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기 전, 그러니까 불과 한 달여 전만 하더라도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은 원전, 즉 핵발전소의 안전에 대해서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위험한지 아닌지는 전문가들이 알아서 판단하거나 이른바 환경운동가들이나 따지면 되는 일로 치부했다.

핵발전소 위험성을 자각하는 계기

그러나 이번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일어난 후 상황이 확 달라졌다. 방진설계와 높은 방파제가 있어 지진이나 대형 쓰나미가 일어나도 끄덕없다고 자랑하던 일본의 핵발전소가 너무나도 순식간에 맥없이 유린되는 과정을 화면으로 지켜본 국민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우리는 안전한가?’ 하는 의문이 불안감으로 이어지면서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핵발전소 신봉자들과 정부는 괜찮다고 앵무새처럼 되뇌면서 핵발전 확대 정책을 수정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더 큰 재앙을 당해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진정 국민들의 안전과 나라의 천년대계를 생각하는 것인지 한심스럽다.

이미 대부분 알고 있는 상황이지만 차분하게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에서 방사능 누출까지의 상황을 되짚어 보자. 약 한달 전(3.11)에 일본 동쪽 해저에서 발생한 대지진의 여파로 거대한 쓰나미가 일본열도 동부해안을 덮쳤다. 상상을 초월하는 쓰나미는 인접한 해안도시를 지도에서 사라지게 할 정도로 초토화시켰고 수 만명의 사망자와 실종자, 그리고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그리고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 규모는 대략적인 추산만으로도 300조원이 넘는, 알기 쉽게 비유하면 우리나라 1년 예산과 맞먹는 손실을 입혔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세계 최고의 안전을 자랑하던 일본의 핵발전소가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재앙으로 이어졌다. 방사능 누출로 인한 오염농도가 몇 백배에서 몇 십만배 단위로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방사능이 어디로 날아갈 것인지를 두고 지구촌 전체가 비상이 걸렸다. 핵발전소 주변에서 발견된 시신들이 즐비한데도 방사능 위험 때문에 사체 수습조차 제때 못하는 현장을 접하면서 그동안 막연하게나마 핵발전소가 안전하다는 선전을 믿고 살아온 국민들이 느낄 혼란과 충격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허망하게 깨진 일본의 안전신화

후쿠시마 1~4호기 폭발사고는 쓰나미의 여파로 냉각수 공급 전원이 끊기면서 폭발이라는 큰 사고로 이어졌다. 아무리 내진설계와 시공을 잘하고, 다중의 안전장치가 돼 있더라도 예기치 못한 치명적인 취약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사례다. 더구나 한 곳에 여러 개의 발전소를 지었을 경우에 연쇄 폭발로 이어지거나 한 곳만 문제가 돼도 인접한 발전소는 가동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그리고 그로 인한 재앙이 얼마나 크고 넓게 퍼질 수 있는지를 현재진행형으로 계속 보여주고 있다.

방사능 누출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언론에서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으므로 일일이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간단히 말하면 인류가 살기 위해서 숨을 쉬고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 그것이 바로 방사능 누출의 가공할 위력이다. 핵발전소 주변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240여km 떨어진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조차 수돗물을 안심할 수가 없어 생수가 바닥이 났다는 보도는 더 이상 놀랄만한 소식도 아니다. 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채소, 우유, 생선 등등 안심할 먹을거리가 점차 줄어드는 상황은 공포감의 확산을 넘어 정신적 공황상태에 가깝다.

전세계 언론이 칭찬해 마지않았던 일본사회의 성숙된 시민의식과 일본인들의 공동체 질서도 시시각각 더해지는 방사능 위험 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만약 이러한 상황이 우리나라에 닥친다면 어떠할지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일이다.

핵발전소 폭발사고는 인류가 자초한 인재

핵발전소 폭발 재앙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오만과 과학에 대한 지나친 맹신이 자초한 인재다. 자연은 인간에게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이미 수차 경고했다. 79년 미국 스리마일 핵사고가 첫 경고였다면 두 번째 경고는 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사고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산업용 핵사고로 기록되는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사고는 기술자의 조작실수로 일어났다. 그 사고의 여파는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치유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인간들은 자연의 경고를 무시한 채 안전성과 경제성을 주장하며 핵발전소 확대 정책을 고수해 왔다.

이번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는 자연이 인류에게 보내 온 세 번째 경고다. 이래도 핵발전소가 안전하고 경제적이라고 고집할 것이냐는 최후통첩인 셈이다. 그럼에도 인류가 오만함을 버리지 못하고 또다시 핵발전소 확대 정책을 계속한다면 다음은 더 엄청난 재앙을 면치 못할 것이다.

체르노빌 핵 사고로 반경 30km 이내의 주민들은 모두 대피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는 반경 40km 이내 주민들의 대피를 권고했다. 이러한 기준을 고리와 월성 핵발전소에 대입하면 경주, 울산, 양산, 부산시민 대부분이 반경 40km에 다 들어간다.

인구 밀도가 높은 대도시 옆에다 핵발전소 단지를 조성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우리나라밖에 없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정부와 한수원은 설계수명이 끝난 핵발전소를 수명연장해서 가동한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폭발사고를 일으킨 후쿠시마 핵발전소 1~4호기는 모두 설계수명이 지나서 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발전소들이란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함께 무너진 핵발전소 경제성 신화

안전에 관한한 세계 최고라고 자타가 공인하던 일본 핵발전소의 안전성 신화가 깨지면서 경제성 논리도 함께 무너졌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1~6호기는 사고가 수습되더라도 재가동은 거의 불가능하다. 아마도 극도의 위험요인이 제거되면 영구 폐쇄 수순에 들어갈 것이 확실시된다. 적어도 5~10년 정도가 걸릴 폐쇄 작업을 마치게 되면 어마어마하게 큰 콘크리트 무덤 6개가 남을 것이다.

문화유산은 세월이 흐를수록 그 찬란한 가치가 빛나지만 수명을 다한 핵발전소는 세월이 흐를수록 흉물로 남게 된다. 하물며 폭발사고로 인해 폐쇄된 핵발전소는 더욱 그렇다. 원전 역사상 최대 참사였던 구소련(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이 지금 그런 상태다. 거의 영구적으로 손을 댈 수가 없는, 아니 안전에 문제가 생기면 인류에게 다시 재앙이 닥치는 애물단지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후손들에게 참으로 무책임한 채무를 떠넘기는 것이다.

이 사실만 하더라도 핵발전소가 경제적이라는 주장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드러난다. 이처럼 핵발전소는 30년, 50년 이상을 무사고로 잘 운영했더라도 단 한 건의 중대 사고만 일어나도 그동안 이룩한 경제적 성과를 한방에 날려버린다.

수명 연장과 신규 건설 즉각 중단해야

현재 우리나라에는 네 곳(고리, 월성, 울진, 영광)에서 21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는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 인근에 핵발전소 단지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산업수도라 불리는 울산은 직선거리로 불과 20km 거리에 고리와 월성 두 곳의 핵발전소에 포위되어 있는 형편이다.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울산과 부산, 경주, 양산, 밀양 등 동남권의 경우는 만약의 사고시에 안전한 곳이 거의 없다. 재산상의 피해 이전에 인명피해가 얼마나 클 것인지 상상을 초월한다. 유사시에 300만~400만명을 어디로 어떻게 대피시킬 것인가?

방사능 누출의 여파는 국경도 없고,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도 않는다. 무색무취, 눈에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알 수 없는 죽음의 물질이 천지 사방에 남아 있다고 생각해 보라. 그 지역 전체가 죽음의 땅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체르노빌에서 경험했고, 지금 후쿠시마에서 진행되고 있다. 직접 피폭을 당하지 않더라도 하늘과 땅과 물이 오염되면 채소와 농작물, 동물 등 먹이사슬에 따라 최종적으로는 사람도 오염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혹자들은 핵발전소가 아니면 대안이 있냐고 걱정한다. 당장 전력공급 대안이 없으니 핵발전소 가동을 당장 멈추거나 폐쇄를 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정서는 일정부분 공감되는 딜레머다. 하지만 설계수명 30년이 지난 발전소를 연장 가동하는 것은 단호히 막아야 한다. 국민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고리 1호기를 이미 수명연장했고, 월성 1호기도 수명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계획된 핵발전소 신규 건설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가동 중인 원전은 철저하게 안전점검 및 관리를 하되, 노후된 원전을 수명연장해서 재가동해서는 안된다. 또한 모든 절차가 진행되어 한창 짓고 있는 원전을 중단하기 어렵다는 현실론까지는 수긍하더라도 계획단계인 추가건설은 백지화하고 재생가능한 대안에너지 개발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의 전력정책은 많이 생산하여 많이 소비하도록 권장하는 식이었다. 정부는 에너지 절약을 근간으로 하는 전력정책으로 바꾸고 절전기술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국민들도 불필요한 전력소비를 억제하고 전등 하나라도 끄는 절전운동을 생활화해야 한다. 아직은 발전단가가 비싸지만 태양광, 풍력, 조력 등등 친환경 대안에너지 개발에도 투자와 지원을 늘려야 한다.
  • 뭘로먹고사나.?

    핵 에너지원이 없으면 무엇으로 먹고 사나요?
    애초에 희생없이 발전한 계기는 그 무엇도 없는 것이 현 인류 입니다. 또한. 이러한 자극성 뉴스는 그다지 마음에 안드는군요. 하지만 핵발전소의 안정선은 주목하되 핵 에너지원이라는 미지의 세계의 개척만큼은 포기 못할듯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