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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 치워”

[칼럼] 간접고용이 떼어먹는 인간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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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 치워"

일가친척 이름을 딴 회사 내지는 미술관, 혹은 대학교도 없는 '천출' 김인숙(염정아 분)은 JK그룹 둘째 며느리다. 재벌가 생활 18년. 사람취급은커녕 조카들도 그녀를 'K'라 부를 정도다.

헬기사고로 사망한 남편의 영정 앞에 넋을 놓고 쓰러진 그녀. 그런 그녀를 노려보던 시어머니인 공순호 회장(김영애 분)이 집사에게 내린 야멸친 명령. "저것 치워."

수목드라마 '로열패밀리'의 내용이다. 김인숙은 재벌 식구들 속에 '유령'이었다. 보육원 등에서 사회봉사만이 그녀에게 허락된 유일한 자유시간이었다. 단, JK그룹의 며느리임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고아에겐 '천사'였지만, 재벌가족에겐 '유령'이었던 김인숙. 그녀는 우여곡절 끝에 숨은 능력을 인정받아 JK클럽 사장에 취임한다. 그제야 그룹에 도움이 되는 자만 '사람'으로 '가족'으로 인정했던 공순호 회장은 그녀를 가족으로 대한다.

최근 인천공항 환경미화원이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노귀남'씨가 그 당사자다. 고된 일을 묵묵히 해 온 수많은 그녀들의 노동이 인천공항을 6년 연속 1위 공항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기업 정부라서 그럴까? 작년까지만 해도 그녀들은 '유령'에 불과했다. 용역회사는 '노동법'을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해 10억원에 달하는 임금을 체납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530여 청소노동자들은 작년 6월, 1박2일 항의 농성을 벌여 지급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회사는 약속을 번복하고, '개별합의서' 작성을 요구했다. 약속파기에 분노한 노동자들은 이후 3개월여간의 항의 집회 등을 더 벌인 끝에야 7억5천만원에 달하는 체납임금 지급에 합의했다.

더 심각한 건 이들에 대한 냉대와 인격 모독이었다. 그녀들은 '거지취급'과 '유령취급'을 당했다. 허기를 달래려고 먹은 '간식' 탓에 시말서를 쓴 건 약과에 불과했다.

거지도 아니고, 청소하러 온 것뿐인데 그녀들은 VIP가 나타나면 "저것 치워."같은 지시를 받았다. 장관이나 공항공사 사장 같은 높은 사람들이 오면 "화장실이든 어디든 안 보이는 데로 가."라고 했다. "지저분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승객들에게 청결 서비스를 제공하는 '천사'지만, 관리자들에겐 지저분한 '유령'에 불과했던 그녀들이 개항 10년 만에 '사람'으로 인정받았다. 6년 연속 1위에 이바지한 공로 때문이다.

기쁜 일이다. 하지만, '사람'임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 '사람'으로 대우해야 한다.

최근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인간선언'으로 최저임금의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인 가족 최저생계비 117만원(시급 5598원)을 최저임금 기준으로 할 때 '인간다운 삶'이 그나마 보장된다.

안양시청의 청소미화원은 하루 7000원의 식대 중 천원만 지급받았다. 3600만원의 연봉을 지급받아야 하지만, 연봉 2200만원을 받았을 뿐이다. 용역회사의 중간착취 때문이다. 이런 폐해를 줄이기 위해선 직접고용이 해결책이다. 그러할 때 '같은 구성원'으로 인정받아 '인권'의 숨통이 트인다.

이런 조건이 충족될 때 비로소 '사람'으로 인정한 정부의 훈포장이 빛을 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