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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죽 쒀서 쥐 준’ 사람들은 빠져라

[기고]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한 『진보 집권 플랜』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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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주 오연호와 조국 교수가 진보집권플랜의 불꽃을 지피고 있다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아진 두 사람이 집권탈환을 고민하다가 새로운 불꽃을 지피고 있다.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는 『진보 집권 플랜』이 그 불씨이다. 열사의 피와 민중의 삶을 걸고 세운 진보를 보수가 순식간에 다 엎어버리는 걸 보니 넘어야 할 벽이 너무 견고하다는 걸 절감했기 때문에, 탄탄대로를 깔아서 제대로 된 집권을 하도록, 다시는 후회하지 않을 플랜을 짜보자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낙담하고 신명을 잃어 마침내 희망이 안 보이는데 40代만 다시 뜨거워질 일은 아니고, 세상이 진짜로 변하려면 ‘내가 세상을 바꾸겠다’고 이삼십 대가 나서야 된다는 것이다. 절망의 시대에 청춘들이 매력적으로 보는 조국 교수가 적의 심장부인 강남 총선에서 당선되어, 낙담 아닌 희망의 상징이 되라는 것이다. 야여 1:1 구도를 완성하기 위한 대연합의 접착제 노릇을 하라는 것이다. 연호가 매력 있는 조국 교수에게 깃발을 쥐어 준 이유이다.

서울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좌파 지식인이 산다

그런데 좀 식상하다. 낙담과 절망의 한국사회 무대 중앙을 차지하고 리드했던 서울대 출신. 그러니까 지금까지 가장 매력 있다고 공인된 상표는 언제나 서울대 출신이었단 말이다. 뿔뿔이 흩어진 진보가 연합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그대로 동지가 되어주는 게 절실했는데도, 서로 머리를 디밀다가 지속적 집권은 실패했다고 오연호가 평했다. 그렇다면 이미 진열되어 있는 상품(?)들을, 아직 안 팔리고 있는 그들을, 매력적으로 포장하고 광고하는 건 누구의 몫이라고 봐야 할까. 미운 짓거리만 하는 미국이 망하지 않는 저력은 자각한 실천가들에게서 비롯됨을 알았노라고 했다. 그렇다면 한국 진보가 망하지 않도록 자각을 불러일으킬 저력 생산은 누가 하는 게 좋을까. 좌파 말이다.

물론 강남에서야 조국이 좌파가 맞겠다. 연평도 건으로 해병 입대가 늘고 있는 이즈음, 사십대보다 더 보수적인 이십대에게도 조국은 좌파가 맞겠다. 하지만 자신들이 나서기만 하면 모든 청년들이 찍을 거라는 착각은 말아야한다. 유시민을 닮아 슬픈 조국이, 반MB 구호가 진보 뇌사 선고였다는 걸 이해했다면 말이다. 삑사리 정권이 삽질 정권을 낳고 만 역사를 이제라도 직시할 수 있다면 말이다. 이러다간 진보의 혼불은 결국 사그라지고 마는 게 아닐까.

푯대만 좇다가 진보의 넋은 나가고 혼불마저 꺼져가고 있다

우리가 넘어야 할 너무나 견고한 벽은 어쩌면, 푯대만 좇고자 했던 민중의 태도가 아니었을까. 어깨동무 할 동지와 목숨 걸고 주체가 되려 했지만, 어찌 보면 난무하는 푯대 중 하나를 부여잡고 혼을 다 내 준 채 줄만 타는 객체로 전락했기 때문은 아닐까. 권력은 집중되거나 커지면 부패되는 유전자가 있다는 걸 알면서 또 다시 대연합 운운하며 푯대에 연연할 일인가. 얹혀살며 묻어가려는 기생국민이 많았을 뿐, 정작 자각한 민중은 스스로 담금질 하고 서슬 퍼렇게 싸우며 왼편 날갯짓을 하다가도, 막바지에는 될 분께 표를 몰아드리곤 했는데 말이다. 권영길 득표율 하락의 쓴맛을 봤고, 한명숙의 낙선은 실력부족이 아니라 분열 때문이라는 네탓 타령의 무례함도 맛봤다.

결국 민주집권 10년 동안 서민의 삶은 팍팍하기만 했고, 진보는 서둘러 막을 내렸으며, 보수의 그늘 밑에서 ‘우왕좌왕 중도’가 되어 서로 네 탓만 하는 작금이다. 그 틈을 타, 보수 그들은 국회의원 나리의 밥그릇 키우는데 짝짜꿍 하여, 서민의 피를 짜낸 뒤 더 커다래진 그릇에 담아 홀짝 마실 날을 언약했다. 모 방송사는 진보의 뿌리를 박멸하자고 호소하는데, 보수 그들은 수신료 인상을 편들어줬다. 복지예산 늘리고 의무급식 한 건 진보를 커닝 한 거였다. 지방에서도 의원들은 실천가들이 축적한 정보를 얻어가면서도 모가지가 뻣뻣하고, 정책제안 후 잘 되면 ‘제 덕분’이라 떠드는 실정이다.

진보의 싹을 잘라 ‘죽 쒀서 쥐 준’ 사람들은 빠져라

지금은 고인이 된 두 분 전 대통령은 어쨌거나 좌파 푯대의 한 줌 힘까지 삼켜서 집권했지만, 그 집권을 말아 잡수신 분들은 두 분 포함, 기성 정치공학으로 보좌한 측근들이시다. 집권 순간 재집권 플랜을 가동하는 차기 주자들을 둘러싸고 정치꾼들이 얼씬대고 줄대기만 하며, 진정한 진보집권의 희망을 부패시켰기 때문이다. 썩은 물에 새물을 보태서 투명한 정치를 해보자던 무리들이 결국 혼탁을 넘어 마침내 진흙탕까지 만든 것을 봤기 때문에, 조국과 오연호가 기존의 선수들 말고 새로운 선수들이 공정하게 참여할 수 있는 드림팀 놀이를 해보자 하지만, 개싸움 끝에 자기 상처를 못 견뎌 꼬리 감추는 식의, 진보소멸플랜으로 전락하는 꼴은 다시 볼까 두렵다. ‘죽 쒀서 쥐 준’ 게 생각할수록 민망하기 때문이다, 원통하기 때문이다.

민중의 권력을 지도자에게 몰아주는 식의 집권! 과연 진보 플랜일까. 집권은 우리 사회 진보의 해법 중 하나일 뿐이다. 진보 콘텐츠를 팔아보기도 전에 삼풍백화점 무너지듯 내려앉는 게 ‘진보의 넋’이라면, 진보집권플랜은 힘들고 절망적인 대중을 이미지 정치로 유혹하는 현혹플랜에 다름 아닐 것이다. 권력의 브레이크를 자임하는 사노맹이 청춘을 불사르며 살아 불끈거렸던 그 때에는, 진보가 벽에 막혀 중단되거나 퇴보하지 않고 전진할 수 있었다. 그렇게 공들인 진보 탑을 갈가리 찢어서 무너트릴 뿐 아니라 밑둥까지 썩히고도 민주대연합은 아직 자기반성이 없다. 노무현이 완전히 죽어야 진보가 산다. 민주대연합이 죽어야 진보연대가 살 수 있다.

담합과 타협, 외면과 배신은 이제 그만 하자

그런데 또 다시 집권 앞으로? 넋 빠진 채 밥만 잘 먹으면 서민의 주름살이 펴질까, 아니다! 진정한 진보플랜이라면 고속도로를 깔지 않는다. 먹고 살만한 사람들에게는 고속도로가 매력적이겠지만, 자본에 길들여진 금색안경을 벗으면 달리 보일 것이다. 발길이 뜸하여 좁아 보이고 언뜻 울퉁불퉁해 보일 뿐 아니라 곧 길이 끊길 것처럼 보여도, 옛날 옛적부터 역사를 이어온 것은 민중이었다. 다양한 무리들의 ‘더불어 삶’이란 본디 고달프고 시끄러운 법이다. 그러나 이렇게 더디고 짧은 길이야말로 서민이 살맛나는 세상과 닿는 진정한 길이자 민중의 역사가 이어지는 유일한 길이다. 다시 쓰는 진보의 역사는, 집권 고속도로에서의 매력상품 유통이 아니라 풀뿌리 민중 실핏줄의 내통으로라야 쓸 수 있다. 다시는 진보를 삼키려들지 마라, 그대 민주여.

전태일처럼 자신을 불사르는 프로젝트로 진정한 통큰 진보 한 번 해볼 수는 없나. 청년과 진보를 재물로 삼지 않고는 진일보 할 수 없나. 용산이 다섯 명, 쌍용이 열네 명, 수구들의 삽질에 채여 목숨을 잃었는데 아직도 한치 앞만 보는가. 진보의 미래마저 죽일 셈인가. 그렇지 않다면 놓친 정신줄 찾아와서 제발이지 멀리 보자. 책임 있는 진보라면 ‘지금을 너머’ 보아야 한다. 진보가 넋이 빠지지 않았다면, 다시는 후회할 길에 발 내딛지 않아야 한다. 부스러기와 국물을 담아버릇 했던 '민주' 그릇에는 진보를 담을 수 없기에 과감히 촛불과 함께 태우고, '진보사회' 그릇부터 빚으며 멀리 보고 천천히 가자. 민중함께가 아니고 서민함께가 아니라면, 담합과 타협과 외면과 배신은 이제 그만 하자. 길이 아니면 돌아서 가고, 함께가 아니면 멈췄다 가고, 무너질 듯 흔들려도 거침없이 가자.
  • 웃음밖에...

    진보? 푸후,웃음이 나온다. 김대중, 노무현정부가 새롭고 또 놀랍게도 진보정부로 평가받는 시대가 되고(만들고)있다.
    뭐를 위한 진보일까,
    그 정치적 성격이 분명치 못한 운동의 결과는 결국 자본(가)에 봉사하는, 충성하는 것외에 아니다.
    극우에게 잃어버린 10년은 노동자, 민중에게 좀더 합리적인 착취와 탄압이 가공할 정도로 몰려왔던, 그래서 모든것이 산산히 부서졌던, 소위 민중운동의 기회주의자들이 그들 앞에 무릎을 꿇고 떡고물를 요구했던 기가 막힌 10년이였다. 그리고 그 결과 운동은 산개되고 제대로 두들게 맞는 3년을 맞고 있다.
    도대체 무엇으로 진보라는 이름을 붙이는 걸까,
    그들은 알고 있을까, 그 결과가 다시 다른 이름의 폭력을 동반한 착취의 강화와 자본주의의 강화된 힘을 회복하는 과정임을, 또 그 결과가 반동의 시대를 요구할 거라는 것을, 또 그결과가 노동자,민중의 희망을 산산히 부셔버릴 거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