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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콘과 삼성의 차이

[칼럼] 노동자들의 연쇄사망을 대하는 자본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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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과 정부조직, 팍스콘은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력해야 하고,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작년 5월, 중국의 차세대 유력 정치인으로 주목받는 왕양(汪洋) 광둥성 당 서기가 한 말이다. 그가 말한 비극은 무엇이며, 재발 방지를 위한 효과적인 대책은 무엇이었을까?

비극의 진앙은 팍스콘 중국공장이다. 팍스콘 중국공장은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 패드 2의 주력 제조업체로 지난해 최소 13명이 연쇄자살하는 비극이 발생하면서 중국 당국이 나선 것이다.

하루 12시간의 장시간 노동.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수천 번의 단순 반복 작업. 5분 이내로 허용된 화장실 이용시간. 작업 도중 노동자들 간의 대화금지. 차라리 산재를 당해 병원에서 쉬고 싶다는 노동자의 하소연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긴장과 억압'의 숨 막힌 공장노동이 연쇄자살로 이어졌다.

연쇄자살이 이어지자 모기업인 대만 훙하이그룹(鴻海科技集團) 창업주 궈타이밍(郭台銘) 이사장이 지난해 5월 중국공장을 찾았다.

그는 "진지하고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로 모든 사회, 모든 대중, 우리의 모든 근로자와 그들의 가족에 대해 최고의 사과를 드린다"고 밝히고, 대책을 제시했다. 사내 심리 상담과 종교활동 지원, 기숙사 창문에 철망과 안전그물을 설치했다. 파격적인 임금 인상도 시행했다. 창업주의 방문 사흘 뒤, 왕양 당서기의 발언 당일. 팍스콘은 900위안(15만7000원)의 기본급을 1100위안으로 인상했다. 다시 사흘 뒤에는 1200위안으로, 그 나흘 뒤에는 2010년 10월 1일부터 2000위안(33만원)의 기본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불과 아흐레 사이에 3차례에 걸쳐 임금인상 계획을 발표하고, 총 122%에 달하는 기본급이 인상된 것이다.

올해 두 명이 생때같은 목숨을 끊었다. 그중의 한 남성. 그는 하루 8시간 노동하는 3교대 근무자였다. 그러나 "하루 12시간은 기본"이라는 그가 남긴 메모처럼, 실제 노동시간은 하루 14시간, 15시간에 달했다. "1년간 죽었다"고 생각하며 일해 왔지만, '발부터 다리까지 피부 껍질이 다 벗겨져' 있었을 정도로 고된 장시간 노동을 견디기는 어려웠다. 장시간 노동과 스트레스 탓에 우울증 진단을 받은 그는 두 달간 병가를 얻어 요양을 취했다. 달콤했던 2달의 병가가 끝나고 업무복귀를 하는 첫날. 그는 기숙사 13층에서 하늘로 몸을 던졌다. 두 달이 넘었지만, 그의 시신은 아직 냉동고 안에 있다.

김주현. 그는 삼성공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46명 중의 한 명이다. 삼성은 그의 자살에 대해 유감 표명조차 아직 없다. 노동부는 근로기준법에 '근로자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장소에 항상 게시하거나 갖추어 두어 근로자에게 널리 알리도록 규정한 취업규칙' 공개를 요구한 유족에게 영업기밀에 해당한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연쇄사망과 장시간 노동. 팍스콘의 공개사과와 삼성 모르쇠 대응. 중국의 대책 마련과 '자유 열람이 가능한' 취업규칙을 비공개 결정한 대한민국 정부.

"근로조건 개선과 노사 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위해 노동조합이 결성돼야 한다." 왕양 당 서기장이 덧붙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