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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파업, 분노에서 희망으로

[기고] 파업 90일, 모두를 위한 투쟁이라는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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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힘이 든다. 동료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버티고 있다는 것도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강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었을까? 무엇이 우리를 여기에 서 있게 만들었을까? 돌아보면 참으로 분통이 터진다. 버스 노동자들의 한풀이가 이렇듯 길게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 그 한풀이가 끝날 때 이 파업 종식될 것이라 생각한다.

버스 파업을 시작하기까지, 역시나 되풀이되는 임금협상

2010년 7월, 내가 일하고 있는 제일여객 노동조합은 한국노총 소속이었다. 당시는 임단협 시기로 노조는 사측의 임금삭감, 노조와 협의 없는 일방적 운전자 채용, 노조 무력화 시도 등에 맞서 파업 찬반투표를 거친 후 7월 27일로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이런 문제는 전주시의 모든 시내버스 노동자들이 똑같이 겪고 있었던 것으로 파업은 전북지역 전체 버스 사업장의 계획이기도 했다.

그러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한국노총이 주도하는 임금 협상은 언제나 그랬듯이 파업을 결정해 놓고 파업 하루 전날 “극적인 합의 도출”로 결말이 났다. 조합원들의 찬반을 묻지도 않고 “극적인 합의”는 노동조합에 받아들여져 조합원들이 결정한 파업은 없었던 일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다음 날 위원장은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과거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다.

한국노총에서 조합원들을 모아놓고 석달 열흘이라도 파업투쟁해서 사업자를 굴복시키자며 떠들더니 파업을 시작하기 하루 전 어이없는 합의안을 받아들이고 임금 협상을 마무리한 것이다. 당시 합의로 조합원들의 임금 인상은 기본급의 4.5%로 꽉 채워 일했을 때 약 7만원 정도였지만, 지부장의 임금은 70만원이나 인상되는 기막힌 합의였다.

한국노총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뿐, 다시 파업 결의

우리 조합원들은 이에 분노했고 도저히 한국노총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들이 모여 “한국노총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민주노총으로 가입했다. 당시 우리가 민주노총에 가입한 것은 오로지 “한국노총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것 뿐이었다.

제일여객 뿐만 아니라 다른 버스회사의 노동자들도 한국노총에서 체결한 임금협상에 반발해서 함께 민주노총에 가입하게 됐다. 그러자 회사의 노조 탄압은 더욱 거세졌고, 우리는 다시 파업을 결심하게 됐다.

  제일여객 농상장

파업 투쟁 내내 견뎌야 했던 지독한 추위,
분노로 밀어온 투쟁, 우리만의 투쟁이 아니라는 자부심 생겨


한 겨울 파업에 돌입한 우리가 맨 처음 맞아야 했던 것은 지독한 추위였고 온몸으로 견뎌야 했다. 파업에 돌입하면서 이 투쟁이 쉽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한 달 정도면 마무리될 것으로 여겼었다. 대부분의 조합원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우리가 몰랐던 사업주들의 비리도 속속 드러나고, 행정기관과 정치권의 무능과 사업주와의 유착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투쟁이 밥 먹을 시간, 화장실 갈 시간, 체불임금 지급 등 우리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민의 문제도 포함돼 이 투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우리 스스로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커지고 있다.

처음 파업에 들어갈 당시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노동자는 민주노총이니, 한국노총이니 그렇게 크게 관심이 없었고, 노동운동에도 관심이 없었다. 항상 벌어 먹고살기에 급급한 평범하고 가난한 노동자일 뿐이었다. 다만, 우리가 버스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버스 사업주들의 거짓과 비리를 다른 시민보다 가까이서 보고 느끼는 것을 시민에게 전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부당함을 몸서리치게 알게 됐고, 행정과 정치권력이 서민을 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경찰은 항상 돈 있는 사업주와 힘 있는 정치권력을 따른다는 것도 알게 됐다.

90일이 돼가는 긴 싸움, 사업장에서 당해온 억압을 과거 한국노총이 방어해 주지 못한 것에 대한 저항과 분노가 이렇게 엄청난 것이었다는 것에 나 스스로 놀라고 있다. 희생을 감수한 동료의 싸움을 보면서 그들이 존경스럽다. 파업대오와 함께하지 않고 사업주에게 붙어 우리를 힘들게 하는 운전자들을 안타까워하는 동료들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분명 생활고 때문에 파업에 참여할 수 없었던 그 노동자들도 처음에는 사업주와 한국노총에 분노했던 사람들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파업 90일차! 지금 내가 왜 여기에 있는가?

그 대답은 뒤돌아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버스 파업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 가정, 그리고 전주 시민을 위한 싸움이기 때문이다. 반드시 우리 버스 노동자들이 부정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무리의 끈을 끊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기 때문이다. 저들의 이익만을 챙기고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어용 노동조합을 심판해야만 하는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긴 파업 투쟁을 거치면서 더욱 단단해진 우리는 지금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더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돼있다. 그리고 분명히 이 파업 투쟁 정리되는 날, 모든 노동자와 시민의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 피의강물

    "투쟁현장이 사회주의학교이다"라는 경구가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것을 느끼게 해줍니다.여러분의 파업투쟁은 정당하다는것,결코 물러설수 없다는것,,맘속깊이 연대지지합니다.건강 잃지않도록 조심하세요.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