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쌍용차 한상균 전지부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대법원은 한지부장에 대해 정리해고에 맞서 공장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쌍용차 관계인 집회를 열고, 쌍용차 변경 회생안을 인가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11월 인도의 마힌드라&마힌드라와 5,225억에 M&A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쌍용차는 지난 달 채권단에 내야 할 채무금액이 현재 가치로 6,138억원이지만, 마힌드라의 인수대금이 5,225억원이고 각종 수수료까지 감안할 경우 1,161억원의 추가 채무 탕감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변경 회생안을 제출한 바 있다.
쌍용차는 이로써 사실상 지난 2009년 1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만 2년 여 만에 기업회생절차를 졸업하게 됐다. 채무액 변제와 법원의 회생절차 종결 신청이 남은 상황이지만, 법원의 쌍용차 기업회생절차 종료 결정 등 형식적인 절차만 거치면 오는 3월경 쌍용차의 기업 회생 절차를 종료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법적 형식으로 보면 쌍용차는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처럼 보인다.
쌍용차의 판매 실적을 보더라도 2010년 총 8만 1,747대(내수 3만 2,000여대, 수출 4만 9,000여대)를 판매해 전년도 3만 5,296대에 비해 131%로 증가하고, 연간 회생 목표치(6만 8,562대)를 19% 초과 달성했다고 한다. 지난 2010년 12월 판매는 법정관리 이후 최대인 9,202대를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쌍용차에 대한 논란은 종결된 것도 종결될 수 없는 것이 진실이다. 2009년 상하이기차가 쌍용차를 스스로 법정관리 신청을 하면서 불거진 쌍용차투쟁은 많은 상처와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한상균지부장의 대법원 확정 판결로 자본은 쌍용차의 ‘먹튀’, ‘기술유출’을 감추고 모든 피해를 노동자에게 유죄라는 낙인을 찍음으로 해서 정리해고의 아픔과 상처에 대해 면죄부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2009년 쌍용차 77일간의 투쟁은 한국사회에 ‘정리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아픔의 메아리를 남겼다. 신자유주의의 광풍, 자본의 비정함과 8.6 노사대타협의 배신, 경찰력을 동원한 일방적 노동자 죽이기는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처럼 한국사회가 자본으로부터 해방되는 날까지 노동자의 가슴에 한이 되어 맺혀 있을 것이다.
3000명의 정리해고와 강제 희망퇴직, 100여명 구속, 징계해고 35명을 포함한 무수한 징계, 현재까지 벌금만 4억, 천문학적 손배가압류와 구상권 청구가 진행되었고 진행중이다.
특히 그동안 조합원과 조합원가족, 희망퇴직자 등 12명이 쌍용차 사태의 충격으로 목숨을 버렸다.
쌍용차 77일 투쟁 속에서 노사는 8.6 노사대타협을 통해 합의사항을 도출했으나 합의사항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1년이 지났음에도 무급자의 복귀와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합의사항인 19명에 대한 복직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이유일관리인은 28일 관계인집회에서 무급휴직자에 대해 "회사가 현재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마힌드라는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택되면서 쌍용자동차 및 노조와 3자 특별협약을 맺었다.
주요 내용은 재직중인 전 직원의 고용보장, 투자 및 판매보장으로 투자 최우선의 원칙과 기술연구소, 디자인센터 국내유치, 지역사회 경제발전으로 세후 이익 1% 사회책임 활동에 기부, 독립경영 및 자주 브랜드로 한국인 경영진 독자경영과 ‘쌍용’브랜드 회사명에 유지, 합의사항 이행으로 특별협약 대한민국 내 공증과 노사경영발전위원회 구성을 담고 있다.
마힌드라의 경우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상하이기차(상하이기차공업총공사)에 이은 제2의 먹튀와 기술유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이유가 제일 높은 가격을 써낸 것이었고, 마힌드라는 농업용 트랙터, 삼륜차 등을 만드는 회사로 자동차 개발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수 이후 인도로 기술 유출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상하이기차도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후 5년도 되지 않아 철수를 선언했는데 상하이기차는 인수 당시 약속한 투자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쌍용차의 기술만 빼내간 것이다.(2006년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상하이기차에 의한 쌍용차 기술유출사건을 검찰에 고발했을 때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기각 처리했다. 파업 종료 후 투기자본감시센터가 감사원에 검찰에 대한 감사를 촉구하자 곧바로 기술유출혐의로 기소했다. 이 사건은 지금도 재판이 진행중에 있다.) 뿐만아니라 3자협약서에는 현재 재직중인 인원의 고용보장만 약속되어 있다.
그동안 쌍용차지부가 제2의 졸속 매각저지를 위해서라도 무급자와 해고자들의 공장복귀가 이루어져야 현장노동자들의 상처도 치유하고 쌍용차의 진정한 회생이 이루어 질 수 있다고 요구했지만, 무급휴직자, 해고자 원직복직 없는 매각협상이 진행되었다.
결국 쌍용차노동자들의 ‘희생’의 기반하에 쌍용차의 ‘회생’의 조건이 만들어 지고 있다. 제2의 먹튀를 막기위해서도, 쌍용차가 진정으로 부활의 조건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지난 상처를 보듬기 위해서도,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600명의 노동자를 복귀시켜야 할 것이다. 현재 생산량이 확대되어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폭발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2만대 생산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공장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노동자를 복귀시켜야 마땅하다.
쌍용차 제2의 매각과정에서 먹튀와 기술유출에 대해 책임을 지는 어떤 단위도 존재하지 않았다. 또다시 아픔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위해서도 노동자에게 위기를 전가하고 책임만 묻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
여전히 한국에는 외국인 투자와 관련해서 두가지 신화가 존재한다. 하나는 외자 유치는
절대적으로 한국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적극 유치해야 한다는 점과 다른 하나는
절대적으로 좋은 외자유치의 걸림돌이 한국의 대립적 노사관계이며, 그 직접적 장애요인이 노동조합이라는 것이다.
더 이상 이러한 엉터리 신화는 신화답게 사라져야 한다. 쌍용차에서도 확인 할 있듯이 약속을 번번히 어긴 것은 자본이었다. 상하이기차는 투자와 관련한 노사합의를 이행한 적이 없고 자신의 이익만 챙겨 갔다. 그러면서 자본의 위기를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넘기고 그것도 무자비한 폭력적 방식으로 노동자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았다.
마힌드라 인수과정을 보더라도 여전히 그러한 과정을 답습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노동조합이 ‘졸속’매각이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그런 것이다. 그런점에서 마힌드라의 투자계획에 대한 지속적 검증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요구된다. 상하이기차가 5년만에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따라서 투자계획에 대한 지속적 확인이 필요하다. 마힌드라는 매각대금 5,225억원 중 954억원은 회사채를 발행한다고 한다. 이 돈은 쌍용차가 갚아야 할 돈이 된다.
자동차회사는 신차를 개발하는 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간다. 그런데 C-200으로 불려졌던 신차 코란도C가 조만간 판매될 예정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모노코크 기반의 소형 SUV 코란도C의 내수 출시 시점에 대해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예컨대 마힌드라 인수 시점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며, 신차 판매 효과를 마힌드라가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하는데 그 사회적 책임의 기본은 지난 쌍용차 부도로 인한 무급노동자와 해고노동자들을 공장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외자기업에 대한 노동조합 차원의 상설적 대응기구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금속노조의 경우를 보더라도 외자기업 조합원이 20%에 달한다. 이러한 외자기업의 노사관계에 대한 체계적 준비를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일이 터져, 허둥지둥 대응해서는 자본의 의도와 행태를 파악하다가 시간이 다 가버려 제대로 된 대응을 하기에는 너무 늦다. 일상적으로 준비하는 노력속에 제2의 먹튀도 막을 수 있고, 노동자의 일터를 지켜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