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청소노동자 투쟁을 바라보며
홍대 청소/경비/시설관리 노동자들의 투쟁이 점거농성 25일차(1월27일기준)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1월 3일, 신년벽두부터 전원해고 통보를 받은 홍대 조합원들이 해고철회와 문제해결을 요구하며 투쟁을 시작한 이래로, 매일같이 새로운 이슈와 사건들을 만들어내며 지금은 전 사회의 주목을 받는 투쟁으로 힘차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언론과 온라인, 트위터 상에서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지지를 받고 있고, 자발적인 농성장 방문과 투쟁지지 신문광고, 농성장 물품 지원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홍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의 투쟁이 여느 투쟁들과는 다르게 사회 전반적으로 너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홍대투쟁이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다가 억울하게 해고된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절박한 투쟁이자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너무나 서럽게 드러내는 투쟁으로 표상되면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리기 때문일 것이다.
10년 넘게 쓸고 닦고 지켜왔던 일터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이 함께 안타까워하고,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얼굴에서 자신의 어머님/아버님의 모습을 찾고 있다. 투쟁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언론과 운동진영의 초점 역시 ‘최저임금 미적용’, ‘대학본부의 책임회피’ 등에 맞춰져 있고, ‘하루밥값 300원’ ‘신년 첫날부터 해고’는 홍대투쟁을 상징하는 문구가 되었다. 실제로 홍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게 된 것도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이 가장 큰 이유였고, 간접고용과 비정규직 문제는 홍대투쟁을 정확히 관통하고 있는 쟁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투쟁의 쟁점이 ‘열악한 대우’, ‘간접고용/비정규직’ 문제로만 한정되는 것은 ‘청소노동을 왜 고령의 여성이 담당하게 되는지, 그것이 왜 평가절하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들을 제한시키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홍대투쟁이 의미를 더욱 확장해가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집과 공적 영역에서 수행하는 재생산노동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이 더해져야 한다.
재생산노동이 중요하다
‘재생산노동’은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집안일, 가족을 돌보는 일,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 등의 가족과 사회가 유지되는 데 필수적인 노동을 말한다. 하지만 재생산노동에 대해 ‘남편은 바깥일, 아내는 집안일’이라는 인식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남성들도 집안일을 분담하는 일이 늘고 있는 추세라 하더라도, 집을 청소하고, 저녁을 차리고, 아이들을 돌보는 일들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직장을 가지고 있는 요즘에도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 여겨지고 있다. ‘남성은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라고 특권화시키는 ‘남성 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남편은 바깥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아내는 가족을 돌보는 역할모델이 보편화되었고, 전자는 중요한 일, 후자는 부차적인 일로 취급되었다.
이렇게 가족 내에서 ‘특별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 ‘당연히 여성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여겨지던 ‘재생산노동’이 사회에서 일자리로 만들어지면서 많은 여성들이 청소노동자로, 돌봄노동자로, 식당노동자로 일하게 되었다. 하지만 ‘집안일’의 연장선에 놓여있는 그녀들의 노동은 너무나 자연스럽게도 저평가되고 저임금이 정당화되었다. ‘어차피 집에서 하던 일’, ‘별 기술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로 취급되었고, 남성의 임금노동을 보조하는 정도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반찬값 몇 푼’, ‘애들 학원비’를 벌기 위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저임금이 너무나 당연했고, 그녀들의 일자리 대부분이 비정규직, 임시직인 것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어머니같은’ 홍대 청소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했다는 것에 경악했지만, 사실 이러한 저임금과 낮은 대우는 청소가 ‘어머니의 일’이었기 때문에 정당화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청소노동자들이 모두 한결같이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금과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해야만 했던 이유는, 단지 그녀들이 늙었고 용역업체들이 악독해서가 아니라, 재생산노동을 저평가하고 이를 활용하려는 지금의 사회구조에서 찾아야 한다. 여성의 재생산노동을 남성들의 임금노동 하위에 위치시면서 가사노동을 여성들에게 전가시키고 그녀들의 노동력을 ‘반찬값’으로 만들고 있는 사회적 구조에 주목할 때,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여성노동권’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요구하는 투쟁을 시작할 수 있다. 홍대투쟁에서도 이러한 고민들을 조금씩 진전시켜 나간다면 투쟁승리와 함께 더 값진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홍대투쟁에 ‘재생산노동’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홍대투쟁 승리, 노동자들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2011년을 만들어가자
여러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처럼 홍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많은 사람들이 연대하고 있고, 조합원들도 굳건하게 농성대오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방학이라 학내는 여전히 고요하고, 사회적 질타와 계속되는 투쟁에도 홍익대 대학본부는 꿈쩍도 않고 있다. 거기에 유례없는 혹한까지 더해져, 쉽지만은 않은 투쟁이다. 하지만 그만큼, 이 투쟁이 승리한다면 다른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투쟁에도 커다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2011년 첫 포문을 여는 투쟁이자, 비정규직 문제와 여성노동권 문제를 압축하고 있는 투쟁인 만큼 사회적 지지를 모으고 연대를 확대해가면서 승리하는 투쟁을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