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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북 탄광 막장에서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로

[기고] 강원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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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는 세월을 탄광 막장에서 다시 10년 세월을 강원랜드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로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많은 폐광이 생겨나고 수많은 광부들이 광산지역을 떠났다. 폐광된 지역을 살리기 위한 대책으로 정부는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시행했다. 그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곳이 바로 강원랜드였다. 폐광지역을 살리는 대안으로 강원랜드가 생겨나고 폐광된 광산의 광부와 가족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발전을 일구어 내겠다는 취지였다. 막장에서 탄을 캐던 그들에게 어쩌면 강원랜드는 희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희망은 그리 오래가지 않아 깨졌다.

강원랜드가 생기고 그들이 일하게 된 자리는 강원랜드의 하청노동자 자리였다. 강원랜드와 계약을 맺고 있는 대부분의 협력업체들은 지역의 기득권 세력들에 의해 만들어진 지역주민주식회사 형태의 업체들이다. 이들의 설립 취지 또한 강원랜드의 이익금을 지역에 고루 분배해 지역의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방만한 경영 이사진 구성과 소속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착취를 통해 오히려 이윤의 고른 분배를 막고 있으며 지역의 갈등을 조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5일 영하 20도의 추운 날씨 속에 강원랜드 도깨비광장에서 열린 '강원랜드협력업체노동조합 투쟁승리 3차 결의대회'. 강원랜드협력업체노조는 12~14일 압도적인 찬성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해 앞으로 투쟁 수위를 높여갈 계획이다(사진=민주노총강원본부)

2004년 노동조합 결성, 22일간의 파업

이런 상황 속에서 강원랜드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2004년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34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한 노동조합은 불과 2~3년 만에 500여명으로 늘어났다. 그동안 억눌려 있던 분노가 노동조합 가입으로 이어진 결과였다.

2008년 노동조합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22일간의 전면 파업투쟁을 벌였다. 이 파업투쟁을 통해 노동조합은 임금인상을 쟁취했지만 잃게 된 것도 많았다. 지부별로 하는 일이 다르다는 것을 이용한 회사 측의 노골적인 편 가르기가 시작됐고, 조합원들에게 자기 지부, 자기 업체가 우선돼야 한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는 파업 후 진행된 위원장 선거에서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조합원들의 탈퇴가 이어졌고 노동조합은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철저하게 위원장을 회유해 어용화시킨 회사는 2008년도 임금 2.5% 인상, 2009년은 노조로부터 백지위임을 받아 낸다. 그러나 2010년 회사 측의 집요한 ‘어용 집행부 만들기’ 공세 속에서 치러진 위원장 선거에서 현 집행부는 압도적인 표 차이로 어용집행부를 누르고 당선된다. 회사의 공세로 일시적으로 눌려 있던 조합원들의 분노가 다시 선거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모든 하청노동자의 투쟁으로!

현 집행부는 직접고용 쟁취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해 강원랜드에 대한 단계적 투쟁을 만들어 간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노동조합은 각 지부의 투쟁을 집중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기능인지부(강원랜드 시설관리)의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시설관리를 중심으로 조직된 기능인지부 조합원들은 2년마다 반복되는 계약해지 위협에 시달렸고 다른 협력업체 노동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했다. 11월 30일 재계약을 앞두고 기능인 지부는 직접고용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사업장 내 농성에 들어갔고 이 투쟁을 통해 기능인지부는 강원랜드와의 교섭 창구를 마련하는 성과를 쟁취했다.

기능인지부 조합원들이 지하 보일러실을 중심으로 밤샘 농성에 돌입했을 때 강원남부주민주식회사 조합원들은 중식집회를 통해 강원랜드와 협력업체를 압박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위원장과 지부장, 쟁의부장의 삭발투쟁과 도깨비 광장 앞 1인 시위 등을 통해 기능인지부와의 투쟁을 맞춰나갔다. 이런 작은 투쟁들을 통해 3년동안 억눌려 있던 조합원들의 투쟁의지를 다시 고취시켜 나간 것이다.

강원남부주민주식회사 소속의 기물, 객실, 일반정비지부는(강원랜드청소미화, 기물관리, 객실정비) 2010년 임금협약을 진행했으며 12월 27일 강원지방노동위원회의 3차 조정이 최종 결렬됨으로 인해 실질적인 쟁의태세를 갖추게 됐다.

노조 측의 요구는 강원랜드와 강원남부주민주식회사가 계약한 계약서 상의 기본급 17.37% 인상안 그대로 인상하라는 것이었고, 회사 측은 임금은 동결하고 위로금 형식의 일시지급금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그동안 회사가 어용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진행해 왔던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겠다는 것이어서 노동조합으로서는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는 사항이다.

또 다른 지부인 이조케터링지부(강원랜드 직원식당)는 지난해 10월에 새로 만들어진 지부이며 현재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진행중이다.

기능인지부, 객실지부, 기물지부, 일반정비지부, 이조케터링지부는 1월 12일부터 14일까지 전지부가 동시에 쟁의행위찬반투표를 진행해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이들의 공동목표는 강원랜드의 직접고용이다. 목표에 따른 투쟁을 집중할 계획이다. 시기를 맞추고 투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같이 싸울 예정이다. 업체별 투쟁을 넘어 모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직접고용 투쟁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희망이 보인다

싸움의 과정에서 다른 협력업체 노동자들로부터 노조가입 문의도 들어오고 가입원서를 집단으로 작성하여 제출한 곳도 생겼다. 희망이 보이는 것이다.

이들이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은 차별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2011년 직접고용 쟁취를 목표로 사북지역에 있는 강원랜드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은 시작됐다.(제휴=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