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누가 여성 청소노동자를 할머니라 부르는가?

[홍대 청소노동자 릴레이 지지 글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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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점거농성이 영하 18도의 혹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6일째 이어지고 있다. 실상 우리의 어머니이기도 하고 할머니이기도 할 ‘여성노동자들’이다. 한 달 전 이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서울여성조합원대회에서 노동자임을 자랑스러워하며 파업가를 부를 땐 눈시울이 뜨거웠다. 이들의 나이가 70이 족히 넘어 보였기 때문이었을까? 어색하기만한 팔뚝질과 비정규직 철폐 투쟁이라는 구호가 여전히 낯설게만 보일 무렵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투쟁 속에 단련된 엄연한 여성노동자들이다. 부당해고에 맞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나선 이들은 홍익대의 파렴치한 행태를 사회 곳곳에 알리며 청소노동자투쟁의 정당성을 얻어가고 있다. 열렬한 사회적 지지에 힘입은 이들은 이미 학교당국을 제압했으며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 승전보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견된다.

그렇다면 왜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이 끊이질 않고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여기서는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여성노동자의 권리와 재생산노동의 중요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출처: 미디어충청 자료사진]

대개 청소노동자들은 새벽에 집을 나와 아침 7~8시부터 오후 4~6시까지 쉬지 않고 일한다. 짧게는 8시간이지만 길게는 홍익대처럼 11시간씩 일한다. 그러나 일하는 시간과 휴게시간은 명목으로만 존재할 뿐 구분되지도 않을뿐더러, 법적 규정을 무시한 채 퉁 쳐서(?) 월 75만원으로 지급되고 있다. 한 달 내 뼈 빠지게 일해도 법정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이 규정한 여성노동자의 하루 밥값 300원?!

현재 법정 최저임금이 85만 8,990원(주 40시간 기준)임을 고려할 때, 홍대는 단순 계산만으로도 10만 8,990원을 떼어먹고 있다. 여기에 일하는 휴게시간과 토요일 근무까지 합치면 홍대가 얼마나 많은 청소노동자들의 돈을 떼어먹고 있는지 그 정확한 액수를 가늠하기 힘들다. 모 인터넷 뉴스 인터뷰 기사로 알려진 홍익대에서 청소노동자들에게 지급한다는 “하루 밥값 3백 원?”은 요즘 유행어가 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것은 ‘여성의 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구조화된 때문이다. 여성의 일은 남성의 일에 비해 하위에 배치된다. 가부장제적으로 위계화된 노동이나 숙련의 개념은 자본에 의해 사회적으로 구성되는데 이때 ‘여성의 일’이라는 통념이 만들어진다.

여성의 일은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아이와 노인을 돌보는 일이다. ‘여성의 일’은 무가치한 것, 대체 가능한 것, 그리고 저렴한 것이다. 그러니 여성의 일이라는 것은 특별히 직업으로서 인정되는 것이 아닌데, 가사도우미, 산모도우미, 아이돌보미, 청소미화, 간병사, 요양보호사, 방과 후 학교 등 각종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라는 것이다. 이게 사회가 바라보는 여성의 일, 즉 ‘여성노동’의 실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바람을 타고 가장 유연화된 노동으로 여성을 상정하고 언제든 쓰고 버리는 노동력으로 여성을 편재한다.

하지만 이 사회가 지탱될 수 있도록 떠받치고 있는 노동은 과연 누가 하고 있을까? 바로 여성이다. ‘사회적 재생산’이라는 이름으로 수행되는 무수한 노동이 바로 여성들의 손으로 행해진다. 그렇기에 여성들의 노동은 사회가 존속하는 하는 한 필수불가결한 노동인 것이며 헤아릴 수 없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생산한다.

청소는 무가치한 노동?
“청소 없는 곳에서 당신들이 살 수 있는가?”


가사노동자, 청소노동자, 사회서비스노동자들이 사적영역과 공적영역이 제 역할을 하며 굴러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일한다. 그런데도 이들의 노동이 무가치한가? 먼지 덩이가 뒹구는 집안, 너저분한 강의실, 지저분한 사무실, 청소가 하나도 안 되어 있는 각자의 일터를 상상이나 할 수 있는가?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이 하루라도 멈추는 날엔 아마 모두가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그럼에도 이 사회는 생산노동과 비생산노동을 가르며 ‘재생산노동’을 비생산적인 노동으로 위치지우고 무가치한 노동으로 끊임없이 폄하한다. 홍대 교직원노조는 같은 노동자임에도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기는커녕, “아줌마들 팔아서 평생 거지같이 살아라”는 막말작렬로 청소노동자들을 경악케 했다. 자본과 권력의 시선이 내면화된 교직원 노동자들은 스스로 노동자 내부의 분할선을 설정하면서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채 아무 말이나 내뱉고 있다. 이에 맞서 청소노동자들이 뭉친 것이다.

“청소 없는 곳에서 당신들이 살 수 있는가? 우리들은 청소노동자다!” 청소노동자들은 부당해고와 초저임금에 맞서 노동조합으로 자신을 조직하여 싸울 권리가 있다. 청소노동자들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키며 부당해고 철회와 생활임금 보장을 위해 싸워야한다. 학교당국은 더 이상 용역업체 뒤로 꽁무니 빼고 있을 게 아니라 당당하게 교섭창구로 나와 청소노동자들의 요구에 응해야 할 것이다. 홍대 청소노동자들은 ‘할머니’가 아니다.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노동자로 호명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이다. 우리 모두는 여성노동자들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함께 연대한다.